상상력이 죽었다

by 이지원

갈수록 바보가 되는 것 같다. 내 머리에선 자꾸 어제가 지워진다. 오늘밖에 없다. 그 좋아하던 그림도 제대로 그릴 수가 없다. 상상력이 사라졌다.

냉장고 속의 음식을 아무렇게나 꺼내 먹고 머리를 비트는 것만이 삶의 전부가 되었다. 기분이 들뜰 때도 가라앉을 때도 그렇다. 거실 창문에 뺨을 뭉개고 건물 머리에 고인 햇살을 한참 동안 바라본다. 무언가를 생각할 수도 느낄 수도 없다. 왜,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걸까.


모든 것은 한 자리에 머물지 않으니 지금의 상태도 영원하지는 않겠지. 언젠가는 정신이 명료해져서 남이 맡긴 일도 어렵지 않게 해낼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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