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내내 기분이 좋았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신기하게 머리가 맑고, 도전하고 싶은 것도 참 많았다. 특히 어제는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하루에 세 번이나 외출을 하고, 만 보를 걸었다. 하루 종일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아마 조금 더 에너지가 있었더라면 당일치기 여행 티켓도 끊었을 것이다. 그 정도로 가벼운 기분이 일주일 내내 지속되었다. 나답지 않게 말과 생각이 빨라졌고 잠드는 시간도 꽤 늦어졌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오늘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한 주 간의 그 자신만만한 모습이 완전히 사라져서는 씻는 것도 먹는 것도 겨우 한다. 어제까지는 햇살만 봐도 기분이 하늘 끝을 찔렀는데 오늘은 별로 감각이 없다. 먼지를 뒤집어쓴 것 같은 기분이 하루 온종일 지속된다. 아침에 비가 온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했지만 비구름이 걷히고 햇살이 나오기 시작한 지금도 여전히 기력이 없다. 그다지 우울하지는 않지만, 살 자신이 없어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창밖에서 아이들이 뛰놀고 공을 차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 활기찬 모습과 함께 녹아들 수가 없다. 팍팍하게 시들어버린 것 같다. 파란 하늘을 봐도 감격하지 않고, 환기를 시키지 않아 텁텁해진 방 안의 공기를 쉽게 의식할 수가 없다. 어제 무리하게 운동을 한 바람에 허리가 욱신거린다.
생각도 말도 느려졌다. 높이 올라간 만큼 깊게 떨어진다. 어떻게든 이 상태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지만 그럴수록 더 깊은 곳으로 가라앉는다. 그저 받아들이고 지나가길 기다리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