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서는 계속 이상한 일에 시달리고 있는데, 바로 꿈과 현실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마 어제의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그 영향인 것 같다. 꿈의 내용과 실제로 현실에서 행했던 일이 뒤섞여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대로 말하기가 힘들다. 어제는 당일치기로 해외여행을 다녀왔고, 그곳에서 먹은 음식의 사진을 찍어서 남자친구에게 전송했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남자친구와의 채팅 목록도 전화번호도 싹 다 사라져 있었다. 내가 찍었을 음식 사진도 당연하지만 갤러리에 없다. 꿈인 것 같은데 꿈이라는 생각이 잘 안 든다. 그 외에도 나는 이 남자친구라는 사람과 대화도 하고 공원에서 데이트도 했는데, 그때 입었던 옷이 집안에는 없다거나 하는 일도 번번이 있었다. 이 남자친구라는 사람의 외형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너무나도 생생해서 꿈인지 현실인지 잘 구분이 가지 않는다. 약 때문에 뇌가 둔해져서 그런 건지...
그 외에도 남자친구라는 사람이 나를 지긋지긋하게 쫓아다니는 일도 있었다. 나는 골목길을 따라 쭉 도망 다녔고 그는 내 이름을 부르며 계속 뒤를 밟았다. 지금에야 그게 꿈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말할 수 있지만 꿈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말을 할 수는 있어도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나는 거기서 제발 쫓아오지 말라고 비명을 질렀는데, 현실에서의 그가 집요하게 사람을 쫓아다닐 스타일은 아니라는 걸 깨닫고 뭔가 위화감을 느끼기도 했다. 귀신에 홀리기라도 한 건지 내 정신이 점점 이상해지고 있는 건지 참 무섭다.
그나마 지금은 말로라도 이상한 일들이 전부 꿈이라고 할 수 있지만 어느 순간 내가 정신이 나가버려서 그 꿈들이 전부 실제라고 믿기라도 한다면 참 골치 아파질 것이다. 그래서 겁이 난다. 이것이 설마 정말 심한 정신질환의 초기 증상이라면?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나빠지기만 하는 것이라면? 그렇다면 나는 내가 떠나보낸 사람에 대한 어떤 예의도 지키지 못하고 내가 사실이라고 믿는 꿈을 자꾸 확인하려 들 텐데. 그런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 내가 얼마나 더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더 이상 괴이한 꿈, 특히나 그 사람과 연관된 꿈은 최대한 꾸지 않도록 해야 할 텐데 내 뇌의 깊숙한 곳에 그 사람이 멀쩡히 남아있는 것 같아서 겁이 난다. 꿈속에서의 그 사람은 잠들기 전의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꾸만 튀어나와서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여태까지 꾼 꿈들은 전부 하루, 이틀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일주일, 혹은 한 달, 십 년이 넘어가는 시간을 꿈으로 꾸게 된다면 현실 속에서 깨어나는 나의 정신 상태는 어떨까.
내 정신의 차도를 고작 우울증 설문지 한 장으로 설명하기에는 그 안이 너무 깊게 썩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