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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원 Aug 30. 2024

걱정하지 말아요

 생각이 많아서 걱정도 많다. 뭘 하며 살아야 하나, 내가 어딘가에 쓰일 수 있는 사람인지를 고민한 적도 많다. 좁고 어두운 방 안에서 같은 생각의 굴레를 돌다 끝내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이제 그만 살기를 바란 적도 있었다.


 그때는 '걱정하지 말아요'라는 말이 왜 이리 싫었는지. 속 편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나는 이렇게 불안하고 힘든데, 속에서 응어리진 괴로움을 어떻게 풀어낼 수 있는 건지 몰라 작은 말에도 날이 서 있었다. 그 좁은 방 안에서 모든 것을 뿌리쳐버리면 남는 것은 나를 깎아내리는 나뿐이라는 걸 알지 못했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르고 나니 나를 괴롭히는 것도, 괴롭힘을 멈출 수 있는 것도 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등이 떠밀리고 기가 죽어 벼랑 끝에 내몰렸을 때, 나를 구원할 수 있는 건 결국 나뿐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수도 없이 마음속에 흘러들어왔던 따스한 말을 모두 쳐냈던 것은 모두 내가 나를 믿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럴 리가 없다고 몇 번이나 부정하고 밀어내 왔던 것이다.


 그 누구보다도 내가 먼저 나를 믿어야 내게 다가오는 말들도 부드럽게 받아들일 수 있구나.

그것을 알고 난 뒤로는 조금 더 기댈 수 있게 되었다. 심지가 생긴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마음 안쪽이 조금 더 단단해진 느낌이다. 단단해진 마음은 내가 한 발 더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그 단단한 마음으로 소중한 사람들과 더 깊은 사랑을 나눌 수도 있다.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임으로써 내가 나에게 퍼붓던 모든 부정적인 말들이 사라지게 되었고, 그제야 나는 어떠한 불안 없이 더 소중한 이에게 집중하고 더 따스한 사랑을 전할 수 있게 되었다.


 불안과 걱정은 나이를 먹을수록 늘어가지만, 전과 달리 좀 더 그 감정에서 빠르게 벗어나는 방법을 배워나가고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하듯이, 나 자신도 따스하게 안아주는 것.

괜찮아, 너무 걱정하지 마. 잘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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