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아내고 바라보는 일

by 이지원

글은 그런 것이다. 다른 모양을, 다른 향기를 집어넣을 뿐 그 안에는 쓰는 사람의 생명을 불어넣는다. 특유의 향기 속에 추억을 섞어 내놓는다. 이제 정말 타인과 얼굴을 마주하게 된 글을 몇 번이나 사랑이 담긴 눈길로 읽어낸다.


한 편의 글을 발행하고 그에 대한 반응이 도착할 때마다 가슴 안쪽에서 자그마한 폭죽이 팡 터지는 것만 같았다. 중학생 때 비슷한 플랫폼에서 수필을 쓰고 발행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많아야 세 개 남짓의 댓글이 달릴 뿐이었지만 그냥 좋았다. 살아있는 것만 같았다. 어딘가에서 힘을 내어 살아가는 나를 알아봐 주시는 것이 감사했다. 휴대폰 하나를 사이에 두고, 노트북 하나를 사이에 두고.


글을 쓰는 일은 사실 누구나 할 수 있다. 단어를 보이지 않는 실에 꿰어 문장을 만들고 문장으로 문단을 짜는 것이니까. 그리고 그 안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내면 되니까. 그렇지만 어떤 단어를 고르고 어떤 문장을 골라야 막연한 마음이 명확히 눈에 보일지, 그런 고민만이 길어질 뿐이다. 망설임 없이 이것저것 쓰다 보면 그때쯤 새로운 생각이 떠오른다. 그러면 그걸 잘 녹여 풀어낸다.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일이기에, 더 어렵다.

어떤 향을 담고 어떤 맛을 담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 오래오래 고민하고 오래오래 생각한다.

그렇지만 때로는 오래 생각해서 써낸 것보다, 지금 쓰고 있는 글처럼 평소에 떠오르는 생각을 손에 담아 적어낸 것이 더 많은 반응을 얻기도 한다.

생각한 것과 실제 결과가 무조건 딱 맞아떨어지지는 않는다.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런 예측할 수 없는 부분이 더 가슴을 뛰게 하기도 한다.


내 마음도 그쪽에 더 몸을 기울이고 있다.

자연스러움을 사랑하고 즐거움을 사랑하기에, 등허리에 돋아난 날개를 사랑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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