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 터질 것 같은 스트레스 관리법

by 이지원

머릿속에 가시가 돋친 것만 같은 하루다.

내가 동물의 마음까지는 다 알지 못하지만, 적어도 사람은 말이지, 조금 알 것도 같아.


못난 모습이지. 별 이유도 없이 마음속에서 솟구치는 신경질을 누르기 위해 사람을 피했다. 누군가가 마음을 상하게 한 날도 아닌데 말이다. 아무래도 마음 안에서는 핼러윈 축제가 이제야 열린 것만 같다. 칙칙한 분장을 하고 갑작스럽게 찾아와 나를 놀라게 한다.

조금만 건드려도 팍 터질 것만 같다. 뭐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무언가가 터질 것만 같다. 그래도 어쨌든 사람과 얼굴을 맞대야 하는 것은 똑같아서 그냥 웃었다. 가슴이 답답하다고 분위기를 흐려버리면 분명히 남을 불편하게 할 것이 뻔하니까. 기분이 좋지 않아도 그것을 얼굴에 드러내서는 안 된다. 그러니까, 기분이 태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널리고 널린 말이다.


피하는 것은 어느 정도 스스로를 진정시키기 위한 것도 있다. 이유가 흐리멍텅한 화는, 그리고 그 감정 덩어리를 무작정 이해하길 바라는 어린애 같은 마음은 인간관계에 있어 플러스 요소가 아닌 마이너스 요소가 되니까. 그냥, 아이가 아닌 어른이라면 어느 정도는 감정을 정리하고 들여다볼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렇기에 이렇게 갈피 없이 예민해진 마음을 글로 정리하고 있다. 쓰고, 쓰고, 또 쓰다 보면 좀 진정이 되겠지.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방법이다. 주변 소리도 제대로 들리지 않을 정도로 풍부한 소리를 가진 음악을 이어폰에서 흘러나오게 한다. 그리고 그냥 무작정 글을 쓴다. 해야 하는 일은 그저 이를 물고 어떻게든 한다. 대강 뭔가를 한다. 그러나 터져 나올 것만 같은 감정 뭉치를 아무렇게나 흘려버려선 안 된다. 쓰레기는 검은 쓰레기 봉지에 잘 담아서, 내용물이 새어 나오지 않도록 잘 묶어야 한다.


그런 상태에서 오래간만에 엄마와 통화를 했다. 누르고 누르고 삼키고 삼켜 가장 정제된 표현으로 괴로움을 흘려보냈고 엄마는 그것을 이해해 주셨다. 어른과 어른의 대화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별 탈 없이 잘 마무리되었고 아무 일도 없이 넘어갔다. 수명이 좀 깎이는 느낌이긴 했지만 관계의 수명이 깎이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말 저 말 다 쏟아내 버리면 예의를 지키지 못할지도 모르니까. 아무튼 내뱉는 말속에 날이 서지 않도록 어떻게든 마음을 다스렸다. 지금 느끼는 감정의 정체는 타인에게 상처를 입어 나를 보호하려 하는 방패도 아니고, 내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지금의 감정에 어떠한 관련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관련이 없는 사람들에게마저 상처를 입히지는 말아야지, 하고 감정을 최대한 누르고 완곡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것도 성장이라면 성장이겠지.


사람들은 조건 없이 사랑한다고 하지만 그건 그만큼 받는 게 있으니 그럴지도 모른다. 즉 겉보기에는 어떤 조건도 없이 사랑하는 것처럼 보여도 잘 뜯어보면 조건이 수반되어 있는 상태일지도 모른다. 서로 존중하니까 사랑을 하지, 냅다 화를 내고 신경질을 내는 사람마저 사랑한다고 하는 사람은 성자가 아닌 이상 거의 없을 것이다. 설령 처음에는 그렇게 말한다 해도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라 지치게 하겠지.

그런 것은 내가 바라는 결과가 아니기에, 나에게서 피어난 감정은 남이 이해해 주길 바란다기보다 내가 잘 안고 달래고 있다. 분위기에 홀려 지나치게 부정적인 감정을 안겨줘 버리면 그건 그 사람을 내 감정을 해소하기 위한 쓰레기통으로 이용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으니까.


그래서, 오늘도 가만히 앉은 채로 글을 쓴다.

끊임없이, 끊임없이.

마음이 도로 진정이 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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