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들락 말락 하다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버렸다.
사람은 내면을 너무 드러내선 안 된대. 그런데 자꾸만 속마음을 한 꺼풀씩 들춰내려 하는 것이 싫다. 그러지 않으면 큰일이 나기라도 하는 것처럼, 자꾸만 터뜨리고, 터뜨리고, 터뜨리고 있어. 그런 것을 여러 모양으로 비춰주는 거울이 이곳이고 그렇기에 들어올 적마다 괴롭기도 하다. 너무나도 사랑하는 일이지만, 난 그래.
루나, 사랑하는 아이. 그러나 너무나도 미운 아이. 나의 어딘가, 가장 못난 부분에서 태어났고 지금은 검은 고양이 한 마리와 마음 안에서 헤엄치고 있다. 잘 쉬는 모습을 생각할 때마다 마음 안쪽에서 뭔가 푹신한 것이 자라나는 것 같다. 그런데 가끔은 너무 미워서, 그냥 힘들었으면 좋겠어.
하지만 한편으론 그냥 행복했으면 싶어서, 무언가를 더 겪게 하고 싶지가 않다. 내 행복은 영원하지 않다 해도 너의 행복만은 영원하길. 아직 너를 위해 풀어낼 이야기가 많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냥 이대로 마치고 싶기도 해. 그 안에서 영원히 행복하게.
속 좁은 인간이지 싶다. 남이 행복한 것은 좋은데 내가 행복한 것은 무언가 이상하다. 이래도 되나 싶다. 내게 있어 행복은 곧 폭풍전야와 같았고 흔들리고 흔들리다 꺼지는 행복이 싫었다. 봐, 좋은 게 끝나면 싫은 게 다가와. 그러다 또 잠깐 좋은 게 다가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훅 꺼지고 말아.
닳아버릴 것만 같아. 아껴두고 아껴두던 행복이 썩어 역한 냄새를 풍길 때 즈음엔 이미 내 세상엔 불행이 넘치겠지. 그러면 또 행복이 찾아올까? 물컹하게 썩어버린 행복을 갈아 치워 줄 수 있을까?
아, 도망가고 싶다.
오래된 습관이 또 고개를 들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시간이 흘렀고,
그냥 이렇게 머리나 기울여 가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 버렸다.
아무것도 없이, 그냥 이렇게 살아갈 수 있을까?
그냥 단역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주역은 따로 있고 나는 그냥 흘러가는 단역인 것만 같아. 각자가 인생의 주인공이라고는 하지만 말이지, 나는 내 인생에서도 주인공이 되지 못할 것만 같은 기분. 머릿속에서부터 흘러나오는 이 말이 거짓인지 진실인지도 알지 못하는 멍청함. 그렇지만 거짓이라고 생각할래. 얼마나 살든 그만큼의 삶이 내 몫이라고 생각할래. 다만 몸 누일 곳만은 있었으면 좋겠다.
감정이 요동치는 날이 부쩍 늘었다. 별 것 아닌 것에도 쉽게 휘청거리고 사소한 것에도 자꾸만 머릿속에서 스스로를 질책하는 단어가 떠오른다. 꿈속에서 사는 것만 같다. 뭘 해도, 그냥 몽롱한 느낌. 지금이 새벽이라 그런 걸 수도 있긴 하지만 그런 느낌이 자꾸만 머리 안에서 흘러넘친다.
그래도 사는 데까진 살 거야.
나는 겁이 너무너무 많아서, 내가 도망가도록 내버려 두지 못하니까.
이런 말을 하는 것마저도 너무나 무섭지만,
이렇게 욕심을 내어도 되나 싶지만,
그래도 살아가야 하는 건 변함이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