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베이팅 세계 챔피언 서보현의 하버드 토론 수업
내가 원하는 것만 보고, 내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내가 먹고 싶은 것만 먹는 편리한(?) 시대를 산다. 신통방통하게 현대의 모든 기술은 내가 원하는 것을 기똥차게 찾아준다. 점점 더 많이, 점점 더 디테일하게, 점점 더 자주 말이다. 나와 취향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관점이 다른 사람들을 만나 피곤한 언쟁(?)을 하는 것은 몹시 피곤한 일이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편협한 생각은 점점 더 강화되고 있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설득시키는 일은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렸다.
나는 평화주의자다.
사람들과 시끄럽게 얼굴 붉히는 일은 딱 질색이다.
혹여나 그런 언쟁을 하게 되는 일이 생긴다면 피하면 된다.
안 마주치면 된다.
근데 그것은 가능할까?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토론은 고사하고 일상적인 대화도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화의 주제가 무엇인지, 나누는 이야기를 통해 얻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조차 모르고 이말 저말 횡설수설하는 일들이 다반사다. 대단한 토론의 장까지 가지 않더라도 우리가 하는 일상의 말들은 대부분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말들을 내뱉는 것에 만족하는 것 같다.
그러나 치열한 고민으로 자신의 생각을 다듬고, 치밀한 전략과 타이밍으로 상대를 제압하고, 논리적인 논거와 적절한 표현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돌리는 일은 몹시 중요한 일이다.
우리는 늘 내가 아닌 타인을 만난다. 가족과 친구를 설득하고, 회사에서 나와 내가 속한 부서의 의견을 피력하고, 때로는 외부인과의 논리에서 내 이익을 가져와야 할 때도 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설득과 토론의 삶을 살고 있고 살아야 한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여러 가지 탄복할 점이 있다. 서보현이라는 젊은 청년이 호주라는 우리와 다른 문화에서 성장하면서 토론이라는 무기를 장착하고 세계토론대회에 나가 두 차례 우승을 거두기까지의 성장 과정을 적은 책이다. 철저한 개인의 이야기이지만 논리적인 토론의 기술이 체계적으로 적혀있다.
나는 평화주의자이지만 평화주의자가 아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일에 공산당과 같은 과정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이야기하고, 나와 다른 사람의 생각을 겸허하게 경청하는 토론의 장은 가정이든 조직이든 사회든 반드시 필요하며, 그 과정을 통해 더 나은 결과와 수용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국가든, 사회든, 조직이든, 종교든
무조건적인 수용과 순종은 경계해야 한다.
구성원들은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태도로 자신의 생각을 다듬고 그런 상대방들의 의견을 존중하며 건강하고 치열한 공방을 통해 이해와 수용 그리고 진보를 이루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