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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 Aug 28. 2024

[에세이] 욕심 많고 무능력한 놈
참아주기

월급의 대가는 참고 인내하는 것이다

어제 팀장이 제일 높으신 분(의사결정권자)을 만나고 왔다.

나는 이 부서를 나가고 싶고, 팀장은 이 부서에 남고 싶다.

우리의 소원이 반드시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내가 일하는 업무에 대한 잠깐의 소개

내가 일하는 부서는 노동조합을 대하는 노무팀이다. 

노동자의 피가 들끓고 있는 내가 사측을 대변하는 업무라니 모두들 어이 없어 하지만

불행하게도 나는 노조로부터 욕을 가장 많이 먹는 그들의 적군 중에  하나다.

가끔 나의 정신세계가 붕괴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염려와

부당한 요구, 부당한 거절 사이에서 매번 괴로워하고 있다


내가 이 부서에 있고 싶지 이유는   

게으르고 부도덕한 팀장과 같이 일하고 싶지 않다

노동조합과의 팩트체크 없는 카더라 논쟁이 지긋지긋하다. (나는 회복탄력성이 제로다)

조직의 비합리적인 결정에 맞서며 살고 싶지 않다


팀장이 이 부서에 남고 싶은 이유는   

노동조합과 친하게 지내면 높으신 분이 본부장을 시켜준다고 했다.

이곳에서 간식 먹고 법카 쓰며 노동조합 이야기를 들어 주면 된다. (그는 회복탄력성이 최고다)

업무시간에 지인들 편의 봐주기가 편하다  (물론 어느 부서에 있든 그 업무를 주로 할거 같긴 하지만...) 

   ※ 팀장의 주 업무는 업무시간에 자신들 지인들 전화받는 일이다. 나는 그 일에 대한 대가를 챙기고 있다고 

       자신한다. 그의 부인이 관련 일을 하고 있고, 연관된 전화를 주고받는 것을 수시로 보고 있다. 

      하루는 그가 하는  8시간의 업무시간을 체크해 본 적이 있다. 정확히 6.45시간을 개인적 일에 사용했다. 

      이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라 그의 평범한 일상이다.  같이 일하는 직원은 조직이 저사람의 개인적 편의를

      위해 직위와 사무실과 전화기를 줬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아무튼...

이 부서에 남기 위해 팀장은 본인이 이 부서에 반드시 쓸모 있는 사람이란 걸 어필해야 하고

나는 이 부서를 떠나기 위해 이 곳에 내가 필요 없다는 걸 어필해야 한다

내가 떠나기 위해 나는 철저히 무능력한 사람이어야 하고

팀장이 남기 위해 그는 대단히 능력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걸 참아내는 게 너무 화가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곳을 나가고 싶다

그래서 입을 꼭 다문다. 입술에 피멍이 들 지경이다

팀장의 주 업무는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업무시간에 자신들 지인들 전화받고 그들과 밥먹고, 그들의 편의를 바봐주러 나가는 일이다. 나는 그 일에 대한 대가를 그가 챙기고 있다고 자신한다. 그의 부인이 그가 하는 일과 관련 일을 하고 있고, 이런 전화를 주고받는 것을 수시로 보고 있다


팀장은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다.  그런데 욕심은 그 누구보다 많다

그 갭을 메꾸기 위해 다른 사람의 능력을 도용한다.

(이것이 그의 능력이라면 할 말이 없다. 분명히 말한다 이용 아니고 도용이다)


팀장은 게으른 사람이다. 그런데 욕심은 그 누구보다 많다

그 갭을 메꾸기 위해 과대포장을 심하게 한다


팀장은 도덕성이 떨어지는 사람이다. 그런데 욕심은 그 누구보다 많다

그래서 조직이 부여한 권한과 능력을 개인적으로 사용한다



그동안 많은 직원들이 팀장의 문제점을 기록하고 가지고 있었고 이를 제보하기도 했다

때문에 조직도 그걸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은 팀장의 저런 태도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조직 역시 도덕성이 결여되어 있다.

우리는 서로 자기 필요에 의해 서로를 이용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나는 오늘을, 이 시간을, 이 공간을 참아야 한다. 

언제고 이 지옥을 탈출할 날이 올 것이다.

요즘은 무능력하고 능력 없는 놈을 참아주는 대가로 월급을 받고 있다고 자부한다.


정의롭지 못한 자는 어디든 있다.

특히 각자의 이해가 부딪치는 조직에서는 더욱더 그러할 것이다.

그건 이해한다. 어느 정도는... 어느 정도는 말이다.

그런데 상식을 넘어서는 자는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다

Q1. 내가 대쪽 같은 성미인가?

A2. 아니 절대 아니다.

Q2 그럼 내가 정의로운 자인가?

A2 아니 그것도 아니다 나는 비겁한 자이다.


그래도 저런 자는 이해하지 못하겠다. 그래도 참자!!!!

언젠가는 이곳을 탈출할 날이 올 것이다. 


나는 요즘 무능력하고 능력 없는 놈을 참아주는 대가로 월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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