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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와 후회에 대하여

그것들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

by 이도한
후회는 항상 뒤늦게 찾아온다

가끔은 정말 바보 같은 실수를 저지를 때가 있다. 너무나도 사소하고 단순한 일인데도, 왜 그 순간에 그렇게밖에 행동하지 못했을까 싶은 생각이 밀려온다. 어쩌면 한순간의 부주의, 혹은 순간적인 감정의 요동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실수는 대개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남기곤 한다.


그리고 그때의 선택과 판단이 실수였다는 사실을 깨닫는 타이밍은, 늘 잔인할 정도로 늦다. 일이 이미 벌어진 뒤, 되돌릴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을 때에서야 우리는 비로소 그것이 멍청한 짓이었다는 걸 자각한다. 하지만 후회하는 그 순간에도, 시간는 결코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저 앞으로만 흐를 뿐이다. 시간은 단 한 번도 우리를 기다려준 적이 없다.




후회를 안고 살아간다는 것

많은 사람들은 후회를 그저 감정의 문제로 생각한다. ‘너무 자책하지 마’, ‘이미 지난 일이잖아’ 같은 말들로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러나 사실 후회는 순간적이고 감정적인 무언가이기 이전에 받아들여야 할 현실의 일부이다. 바꿀 수 없다는 사실,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가 온몸으로 받아들일 때, 그제야 비로소 의미있는 후회가 시작된다.


그런 점에서 후회는 ‘없애야 할 감정’이 아니다. 후회는 성숙을 위해 반드시 지나야하는 통과의례이며, 피할수록 더 깊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외면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러니 중요한 것은 이 후회를 억누르거나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이다.


실수를 하고, 후회하고, 반복해서 그 장면을 떠올리고, 자책하고, 밤잠을 설치는 그 과정 자체를, 우리는 왜 그렇게 부끄러워해야만 할까?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런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다만 중요한 건, 그 감정에 압도되어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그 후회의 감정을 껴안은 채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가슴 한 켠에 그 후회가 자리잡을 만한 공간을 항상 비워둔 채로 살아가는 것이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두는 것


불완전한 인간의 삶에 있어 후회와 실수는 피할 수 없다.

그것은 오히려 인간다움의 증거이다. 영원히 완벽한 선택을 할 수 없는 것이 우리 인간이기에.


중요한 건 그 이후의 태도이다.

실수와 후회를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무너지지 않고 후회를 품고 앞으로 걸어 나가는 태도.

빙빙 되돌아온 저 발자국들을 굳이 지우지 않으면서도 묵묵히 다음 발걸음을 딛는 태도.

그것이야말로 성숙이라는 말의 진짜 의미 아닐까 싶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그 방황하는 발자국들을 한걸음씩 남기며,

조금씩, 아주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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