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제로와 퀀텀스페이스
"제로 그만 자거라. 오늘 잘 자야 내일 수술을 잘 받을 수 있잖니."
엘런은 아들의 손을 꼭 잡아 주며 제로의 이마에 굿나잇키스를 한다.
미국의 거대 IT그룹 퀀텀스페이스(QuantumSpce)의 회장 엘런. 그의 아들 제로는 내일 아주 중요한 수술을 앞두고 있다. 병원침대옆의 스탠드를 끄고 병실문을 나서는 앨런의 발걸음이 무겁다.
3년 전 세계적 뇌전문닥터가 그에게 말한 제로의 병은 현대의료기술로는 완치할 수 없는 불치의 병이었다.
하지만 앨런은 그가 그토록 사랑하는 아들 제로를 포기할 수 없었다.
아니 그에게 제로의 병은 그가 지금의 퀀텀스페이스그룹을 만들어 왔던 것처럼 넘어야 할 그리고 반드시 넘어서 정상에 우뚝 서야 할 한낱 장애물에 불과했다. 그때부터 퀀텀스페이스의 모든 에너지는 제로의 불치병을 치료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데 쏟아붓게 되었고 마침내 그 방법을 찾아냈다.
그리고 내일이면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날이다.
다시 한번 앨런은 세상사람들이 넘지 못할 장애물이라 말하는 장애물을 보란 듯이 넘게 될 것이다.
앨런은 제로가 있는 옆 VIP실 소파에 앉아 잠시 눈을 감았다.
내일 아들머리에 심게 될 퀀텀스페이스가 개발한 인공뇌는 제노봇(xenobots)의 일종인 딥러닝 양자컴퓨터칩이다. 무작정 수술로 종양을 도려내게 되면 뇌가 가지고 있는 기능을 상실하게 되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완벽하게 제거되지 않은 종양이 언제 다시 증식되어 전이될지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인공뇌는 악성종양이 있는 뇌부위의 기능과 기억을 우선 복제하고 종양의 내부로 신호를 보내 서서히 죽게 하도록 설계되었다.
여러 동물실험을 통해 안전성은 입증되었지만 사람에게는 임상을 할 시간도 없었을뿐더러 지원자를 찾을 수도 없었다. 아직 어린 제로가 자신이 만든 칩으로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자 그는 제로의 수술 전에 자신의 머리에 먼저 테스트칩을 이식하는 일을 감행했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났지만 어떠한 부작용도 발견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뇌의 능력이 대폭 상승하는 효과까지 가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