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이스라엘의 동양소년
"이곳은 솔로몬왕이 세운 예루살렘성전이 있던 곳으로 이후
바빌론유수 중에 언약궤가 사라져 버리는 엄청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스라엘 명문 중학교 에트의 역사선생 아리엘은 야외수업에 나온 학생들에게 통곡의 벽을 설명하고 있다.
"로마제국의 폭군 칼리굴라가 이스라엘을 통치하던 서기 73년에
훗날 로마의 황제가 될 티투스장군에게 명하여 솔로몬성전을 헐어버리게 됩니다."
"선생님 솔로몬이 지었지만 티투스가 무너뜨린 성전은 헤로데성전이라고 부르지 않았나요?
이스라엘의 유대인 학생들 중에 보기 드문 동양인 소년이 아리엘선생의 설명 중에 끼어든다.
"라산 네 말이 맞다.
기원전 539년 무너진 예루살렘성전을 당시 총독이었던 즈루빠벨이 재건해서
제2성전 혹은 즈루빠벨성전이라고 했지. 그러다가 이교도에 의해 신상이 망가졌던 것을
에돔출신이었던 헤로데왕이 즉위하여 망가진 부분을 수리하고 정통성을 세울 목적으로
제2성전을 증축하면서 헤로데성전이라 불렸던 거다."
검은색 복장에 검은 모자를 쓴 수많은 사람들이 통곡의 벽에 손을 데고 기도를 하고 있다.
"키파가 없는 학생들은 빌려 쓰고 가도록 해라."
아리엘선생은 학생들에게 통곡의 벽에서 지켜야 할 몇 가지 주의를 주고 자신도 통곡의 벽 쪽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양손을 벽에 붙이고 기도하기 시작한다.
"라산 너는 여기 처음이지?"
같은 반 친구 디나가 라산에게 말을 건다.
"응 전학 온 지 얼마 안 돼서 야외수업도 처음이고. 그런데 키파가 저 동그란 모자를 말하는 거 맞지?"
라산이 디나를 바라보며 짙은 갈색의 눈동자를 반짝이자 디나는 빨개진 볼을 감추듯 고개를 끄덕인다.
"통곡의 벽에 가려면 남자들은 전통모자인 키파를 써야 돼.
다른 친구 것을 빌려 써도 되니까 내가 빌려다 줄게."
디나는 다른 남학생쪽으로 급하게 달려간다.
라산이 이스라엘 중학교 에트에 전학 온 것은 세 달 전이었다.
한국인 과학자인 라산의 아버지가 이스라엘 우주국 ISA(Israeli Space Agency)의 요청으로 파견을 오게 되면서 가족 모두가 함께 이스라엘에 오게 된 거다.
라산은 히브리어로 진행되는 학교수업을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어했고 게다가 짓궂은 친구들 중에는 라산을 '씨니'라고 부르며 놀리는 몇몇도 있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났을 무렵 라산은 히브리어로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아무리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외국생활을 하며 자라 영어에 익숙하고 그 영어와 문법이 비슷한 히브리어라 해도 한 달은 엄청 빠른 속도다.
게다가 대화와 토론수업이 많은 이스라엘의 수업방식에서 박식한 지식과 논리 정연한 말을 구사하는 라산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면서 라산에게 호감을 갖는 여학생들이 많아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