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밋대 리더

13. 비상상황

by 책날 백대백

로스앤젤레스를 출발한 항공기 A380 VIP석에 앉아 있는 우썅에게 스튜어디스가 다가온다.

"필요하신 게 있으실까요?"

"미온수 한잔 부탁드리겠습니다. 30분 후에 가져다주시겠어요?"

우썅은 다시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숨을 가다듬는다.

가느다랗고 긴 숨이 그의 중단전中丹田을 지나 하단전下丹田에 머무는 느낌이 드는 것도 잠시 굵고 강한 기운이 뒷척추를 타고 온몸으로 퍼져나간다. 그리고 그는 깊은 몰입상태로 들어간다.


그때

갑자기 낯선 목소리가 그의 뇌리를 스친다.

'우썅!'


깊은 몰입상태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다니 그가 수련해 왔던 지금까지 이런 일은 처음이다.

몰입은 우주와 그 자신만이 존재하는 가장 프라이빗한 상태 아닌가.

생소한 이 상황에서 그는 호기심이 발동한다.


'누구냐 너는?'

우썅은 심념으로 미지의 목소리와 대화를 시작한다.


'우썅 아니 왕민이라 불러야 할까?'

나는 한국을 떠나면서 내 이름 왕민을 버렸다. 내 과거의 이름을 부르는 존재. 이 존재는 누구인가. 게다가 나의 비밀공간에 마음대로 들어올 수 있다니 우썅에게 약간의 두려움이 느껴진다.


'두려워 마라. 나는 샤이탄이다. 너는 내가 선택한 선택된 자다.

나는 너의 능력을 더욱 크게 할 것이고 세상의 주인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나는 당신을 모른다. 나는 당신의 능력을 모른다.'

'곧 알게 될 것이다. 네가 주문한 따듯한 미온수를 마시기 전에 너는 나를 알게 될 것이다.'

샤이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기내 비상방송이 들린다.


"기내에 계신 승객 여러분 저는 대한항공 A380기장입니다. 지금 갑작스러운 난기류로 비행기가 몹시 흔들리고 있습니다. 불안해하지 마시고 으으윽~아~악"

기장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비행기는 수직으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곳저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린다. 비상캐비닛에서 산소호흡기가 떨어진다.


'샤이탄 샤이탄 당신의 짓이오?'

우썅은 의자손잡이를 꽉쥔채 의념으로 샤이탄을 부른다.


'나의 능력이 부족한가? 우썅!'


'당장 멈추시오. 이 항공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습니다. 당장 멈추시오.'


비행기는 다시 정상위치로 돌아왔다. 승무원들은 놀란 승객들을 살피느라 분주하다.

"승객 여러분 대한항공 A380기장 박만식입니다. 갑작스러운 난기류로 인한 항공기 비상상황이 현재 모두 종료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모든 계기가 정상으로 유지되었고 정상항로를 운항 중입니다. 저희 승무원들이 기내를 돌고 있습니다. 도움이 필요하신 승객 여러분께서는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고객님 괜찮으신가요? 어디 다치신 데는 없으신가요? 조금 전에 주문하신 미온수를 가져왔습니다. 필요하신 게 더 있으시면 벨을 눌러주세요."

우썅은 미온수컵을 들고 한 모금 마시며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킨다.

'이 두근거림은 어디서 오는 두근거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