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일문과 노인
땅은 마른먼지가 쌓인것처럼 메말라 바람이 불면 뿌연 먼지연기를 피워내고 있었다.
저녁노을이 빨갛게 지고 있는 밭에 일문은 혼자 나와 마치 상처처럼 갈라진 땅을 만져본다.
"땅이 뭐라고 말하는 것 같니?"
깜짝 놀란 일문은 땅에서 손을 떼고 뒤를 돌아본다.
체험장 근처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는 노인이 일문을 바라보며 미소짓고 있다.
"땅이 뭐라고 말한다니요?"
"땅바닥에 손을 데고 있는 널 보니 무언가 얘기를 하는 것 같아서 허허"
노인은 재밌다는 듯이 웃는다.
"할아버지께서는 이 근처에 사시나봐요?"
손바닥의 흙을 털며 일문이 묻는다.
"그래 저 아래 움막에서 살지. 심심하면 놀러오렴.
집은 움막이라 누추하지만 마실 차랑 맛있는 과일이 있으니."
"그래도 돼요? 오늘은 늦었으니 다음에 놀러갈께요."
"그러려무나. 그런데 좀전에 땅에 무릎까지 꿇고 손은 왜 갖다뎄지?"
"아 그거요? 땅을 보니 너무 말라 있는데다가 찢어진 상처처럼 갈라진게 가엽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니 왠지 쓰다듬어 주고 싶었어요. 나 좀 이상한 애죠."
"땅이 가엽다라. 허허. 그 마음으로 친구가 되어주렴."
노인은 다시 허허허 웃으며 산아래로 내려간다.
석양에 노인의 모습이 묻힐때까지 뒷모습을 바라보던 일문은 노인의 마지막 말을 다시 생각한다.
'땅과 친구가 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