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밋대 리더

16. 농부할배와 우썅 그리고 레오목사

by 책날 백대백

저녁노을이 붉게 하늘을 물들이고 있다.

아밋대스쿨 쎌렉시즌체험장은 비록 작은 산 위에 있지만 해가 지는 이때는 아래 도시보다 더 빨리 어두워지고 있었다. 검은색 세단의 헤드라이트가 산입구를 비추며 멈추고 양복 입은 건장한 사내들의 호위를 받고 남자 두 명이 내린다. 한 명은 요즘 유튜브 채널과 미국 내 명상센터를 통해 세계적으로 많은 팔로워를 이끌고 있는 '우썅(無相)'이었고 그 옆에는 최근 미국에서 교세를 확장해가고 있는 '유스토피아(USTOPIA)'교단의 레오(Leo) 목사였다.


"자네들은 차에서 기다리게 여기서부터는 우리 둘만 가겠네."

레오목사가 건장한 사내들을 향해 말한다.

"Yes sir!"

"우썅 여기에 당신의 스승이 계시다는 건가요?"

레오가 넥타이를 고쳐매며 우썅을 바라본다.

"네 맞습니다. 조금만 올라가면 그분이 계십니다."

두 명은 손전등을 들고 산입구로 들어서고 얼마 안 있어 산기슭에 있는 움막집을 발견한다.


"선생님! 선생님! 무상입니다. 안에 계십니까?"

불 켜진 움막집 앞에서 우썅이 선생님이라 부르는 사람을 찾는다. 우썅이 문손잡이를 잡는 순간 문이 열리고 농부할배가 나타난다.

"무상이 아니냐. 오랜만이구나. 어서 들어오렴."

세 사람은 작은 부엌을 지나 방으로 들어간다. 세 사람의 남자가 앉기에 다소 좁은 듯한 방안에는 읽고 있던 히브리어 성경이 그대로 펼쳐져 있는 작은 소반이 있다. 농부할배는 소반 위의 성경책을 덮어 내려놓는다.

"차라도 마시겠니?"

"아닙니다. 선생님 인사가 늦었습니다. 그동안 연락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괜찮다. 같이 오신 분은 누구시지?"

"이분은 미국 '유스토피아'교단의 창립자이신 레오목사이십니다."

엉거주춤하게 앉은 레오목사는 자신의 이름이 불리는 것을 보고 농부할배를 향해 말한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레오목사라 합니다. 우썅에게서 선생님의 높은 정신세계에 관해 많은 얘기를 들었습니다."

레오목사를 천천히 바라보던 농부할배는 자신의 방석을 하나 더 건네며 말한다.

"높은 정신세계라.. 산에서 농사짓는 이런 필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수식어 같군요."

우썅은 농부할배의 말을 통역하지 않고 다급히 말에 끼어든다.

"선생님! 그동안 선생님의 가르침으로 우주의 진리를 깨닫고 그 깨달음을 여러 매체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다 보니 많은 추종자들이 생겼습니다. 저의 작은 깨달음에도 사람들이 이렇게 열광합니다.

선생님!! 그렇다면 선생님의 힘과 여기 레오목사의 미국 내 영향력이라면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습니다."

우썅의 말을 조용히 듣던 농부할배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말한다.

"무상아.

네가 우주의 원리를 깨달았다고? 그것도 나의 가르침을 통해서?

나는 너에게 하나님의 도(道)를 말해준 것밖에는 없다. 도를 표현하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지.

그렇다면 하늘에 솔개가 날고 물고기가 연못에 뛰어노는 것은 부처의 도에서 말하는 공(空)이냐 색(色)이냐?"

"제가 깨닫고 추구하는 것은 불교의 진여체(眞如體)입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형상과 모양이겠지요. 지금 인용하시는 시경(詩經)의 시는 위정자나 일반인들이 사사로운 희로애락이니 공도 아니고 색도 아닙니다."

"엘로힘 하나님은 창조주이시니 동양에서 말하는 태극(太極)이요 엘로힘의 바탕이 되는 베레쉬트가 무극(無極)이다. 무극은 부처의 도에서 얘기하는 공이고 그 공이 태극의 힘으로 세상에 펼쳐진다. 공의 실체가 진여(眞如)라면 세상에 펼쳐진 것이 황극(皇極) 즉, 색(色)이니 우리가 볼 수 있는 이 모든 삼라만상은 주역의 건곤감리(乾坤坎離)와 같다.

하늘과 땅. 건괘(乾卦)와 곤(坤)괘 그리고 하늘의 솔개는 양(陽ㅡ)중의 음물(陰物--)이니 곧 리(離)괘요, 연못(陰--) 속의 물고기는 음(陰--)중의 양물(陽物ㅡ)이니 감(坎)괘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色卽是空 空卽是色)

우리가 내 안의 하나님의 형상과 모양 즉 베레쉬트를 찾고 그 빛으로 가득 채워 나의 겉사람이 빛으로 밝아지면 우리는 진정 예수그리스도를 알게 된다.

무상이가 깨달은 게 진정으로 깨달은 것인지 잘못된 깨달음으로 사람들을 미혹에 들게 하는 것은 아닌지

하나님께 진실되게 기도해라."


이어폰으로 들리는 자동통역이 답답한 듯 레오목사가 우썅을 힐끗 보고 농부할배에게 말한다.

"우리 유톱시아는 하나님의 나라를 전 세계에 건설해 에덴의 영광을 되찾기 위한 교단입니다.

저희와 함께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우리 시대에 임할 수 있게 하지 않으시렵니까?"


농부할배는 두 사람을 향해 단호히 말한다.

"레오목사.

예수님께서 말씀하시길 하늘나라는 여기 있다 저기 있다 할 수 없다고 하셨오. 만약 하늘에 있다면 새들이 먼저 갈 것이요, 바다에 있다 하면 물고기가 먼저 갈 것입니다. 하나님나라는 우리 안에 있습니다. 우리의 상태가 때에 이르지 못한다면 겉에 보이는 천국을 아무리 많이 그리고 화려하게 만든다고 에덴의 영광을 되찾을 수는 없습니다."


레오목사는 마뜩지 않은 통역기라도 농부할배의 말이 의미하는 바를 명확히 알 수 있었고 우썅의 통역이 시작되기도 전에 미간은 이미 구겨져 있었다.

결국 두 사람은 무언가에 내쫒기듯 산에서 내려왔고 두 사람을 태운 검은색 세단은 어느덧 칠흑같이 어두워진 산입구에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