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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날 백대백 May 16. 2024

낮은음 자리표

14. 거짓말하지 마라.

하늘은 파랗다. 구름 한 점 없이 맑디맑다.


"수일아 너 이러다가 벌 받아.

하나님이 널 지켜보고 계신다.

그리고 주위에서 이러는 널 보면 뭐라 하겠어?

수일아!

너 엄마 말 듣고 있니?"

엄마의 설교가 수일의 귓등으로 흐른다.

엄마의 목소리가 희미해지고 수일은 창밖을 보고 있다.

그의 가슴을 짓누르는 것은 그가 못 견뎌하는 것은

이 세상에 자신은 없다는 거다.

소설 1984의 거대한 오세아니아에서 텔레스크린을 통해 빅브라더에게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는 주인공 같다고 자신이 그러하다고 수일은 생각한다.

그 순간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감옥에 갇힌  기분이 들고 수일은 숨을 쉴 수가 없다.


"여.. 여보.. 여보! 응급차.. 응급차 불러요! 빨리요!

우리 수.. 수. 수일이가.. 수일이가 쓰러졌어요!"


수일의 눈이 떠진다.

형광등 불빛이 눈에 들어와 부시다.

몇몇 기계음이 마치 비트 있는 음악처럼  들린다.

공중에 매달린 수액주머니를 보고서야 자신이 병실에 누워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주위를 둘러보는 수일은 침대옆에서 기도하듯 두 손이 깍지껴진 채로 자고 있는 엄마를 발견한다.

이번엔 무거운 죄책감이 그를 짓누른다.

수일은 착. 한. 사람으로 자라왔다.


수일은 다시 교회를 다닌다.

목사님의 설교말씀을 듣고 친구들과 찬양하고

열심히 회활동을 한다.

하지만 그 속엔 수일은 없다.

진정한 그는 그 속에 없다.

부모님의 하나님이 교회의 하나님이

목사님의 하나님이 친구들의 하나님만이

보시기에 좋은 수일만 있을 뿐이었다.


빈 껍데기 같이 찾아온 수일과 지수는

카페 낮은음 자리표에서 여러 차례 만났다.

처음에 지수는 비어진 수일의 마음을 채울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더랬다. 하지만 그것은 또 하나의 욕심일 뿐이다. 그녀는 누군가의 빈 곳을 채우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상대의 얘기를 들음으로써 상대마음속의 무언가를 덜어내는 사람이다.

결국 비워진 마음을 채우는 것은 자신일 뿐이다.


수일은 어느 날 부모님께 다음과 같은 글을 남기고 배낭여행을 떠났다.

"... 저를 이 세상에 보내주신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저를 낳고 길러주신 부모님께 감사합니다...

저는 진정한 하나님을 만나기 위해 오늘 여행을 떠납니다.

아마도 긴 여정이 될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너무 걱정은 마세요.. 저는 지금 많이 강해져 있으니까요..

낮은 곳에서 항상 우리 곁을 지켜주시는

그분을 향해 오늘도 기도합니다.

가는 곳마다 연락을 드릴게요.

그리고 나의 모습 그대로를 전해드릴게요.."


어느 날 제자들이 예수님께 여쭈었다.

"당신은 우리가 금식하기를 원하십니까?

우리가 어떻게 기도해야  합니까?

우리가 어떻게 자선을 베풀어야 합니까?"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거짓말하지 마라!!

너희들이 싫어하는 것은 하지 마라!

모든 숨긴것은 드러날 것이며

덮으려해도 덮인채로 있지않을것이다."


우리는 자신에게 거짓말하지 말아야 한다.

자신의 내면과 만나려면 진실함으로 다가가야 한다.

그것은 주위의 시선이 아닌 자신의 눈이어야 한다.

수일은 아직 되지는 못했으나

그분의 형상과 모양이 되어져가는 중이다.



6월에 준비하는 시험이 있어 당분간 글을 못 올릴것 같아요;;

6월 두째주 월요일부터 다시 글을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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