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의 삶을 단단하게 만든 세 가지 원칙
가영님은 10년 넘게 사업을 해오고 계신 대표님이기도, 또 4살 여름이의 엄마이기도 하시죠! 일, 특히 사업을 하시면서 임신과 출산을 지나 어린아이를 키우는 건 정말 쉽지 않은 과정이었을 텐데요. 가영님은 일과 육아라는 두 마리 토끼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찾아가고 계신가요? 대표이자 엄마로서, 잃지 않고 꼭 지켜야 하는 가영님만의 중심이 있다면, 그건 어떤 걸까요?
저는 13년 차 온라인 홍보 대행사의 대표이자 이제 4살이 된 여름이의 엄마입니다. 아이를 낳기 직전까지만 해도 저는 지독한 워커홀릭이었어요. 주말이면 카페에 가서 여유롭게 할 일을 미리 해두는 것이 휴식이었다고 하면 어느 정도인 지 감이 오실까요?
일에 대한 욕심이 많았고, 성취에 대한 욕망이 높았던 터라 아이를 낳겠다는 확신을 갖기까지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모든 걸 미리 시뮬레이션하며 철저히 계획해 두어야 마음이 편한 제게 아이가 생긴 후의 삶은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인 것처럼 막연하게 느껴졌어요. 선배 육아맘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각자의 의견이 분분했고, 쏟아지는 콘텐츠 속에선 태어나자마자부터 때에 맞춰해줘야 할 것들이 산더미였죠.
처음엔 욕심이 과했어요. 현실은 허둥지둥 초보 엄마면서 완벽한 엄마가 되길 바랐고, 갑작스레 생겨버린 아빠의 빈자리까지 제가 다 채워주고 싶었죠. 동시에 아이를 핑계로, 제 개인 사정으로 인해 일에 차질을 주는 일 역시 절대로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건 프로페셔널하지 못한 일이니까요.
무엇도 양보하지 못하니 방법은 하나뿐이었어요. 잠을 줄이는 것. 일을 하다가 퇴근해서 아이를 재우고 늦은 밤부터 새벽까지 다시 일을 하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니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되었습니다. 힘들었고, 불행했고, 매일 밤 내일이 오지 않기를 바랐어요.
기어코 크게 몸살을 앓고서야 멈출 수 있었습니다. 며칠을 앓아보니 알겠더군요. 일도, 육아도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요.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포기할 것은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면서 몇 가지 원칙이 세워졌는데요. 저와 같은 워킹맘들께 힌트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공유해 보아요.
첫 번째 원칙, 나의 '건강한 몸과 마음'이 최우선이다.
해야 하고, 하고 싶은 모든 일엔 반드시 '내'가 필요하기에. 오랫동안 최고의 상태로 쓰일 수 있도록 매일 유지 보수 시간을 갖습니다.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 평일에는 요가를, 주말에는 아이와 야외활동을 하며 체력을 기르고 있고 건강한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에 한 번은 일기나 생각을 적는 글로 마음을 정돈합니다.
두 가지를 하는 데에는 하루 평균 1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되는데요. 제 경험 상, 이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고 온전히 집중해 사용한 날은 삶의 능률이 2배 이상 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원칙,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좋은 에너지를 유지한다.
평일에는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짧습니다. 미안해하는 대신 밀도를 더 높이기로 합니다. 아이와 맞이하는 아침엔 눈 번쩍 뜨고 신나게 시작을 하고, 잠자리에서는 책을 읽으며 장난도 치고 하루 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미주알고주알 나누며 끝은 꼭 사랑으로 마무리합니다.
주말은 아이를 위한 시간입니다. 우선순위를 아이에 두고 주말의 계획을 세우고 아이에게 집중합니다. 그럼에도 가끔은 몸이 너무 피곤하거나 해야 할 일이 생길 수 있는데요. 그럴 때를 위해 아이가 좋아할 만한 몇 가지 장치를 마련해 둡니다. 30분 정도라면 목욕탕에서 신나게 물감놀이를 하게 마련해 줄 수도 있고, 1시간 이상이라면 아이가 좋아하는 분리수업에 데려가 각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다시 만납니다.
세 번째 원칙, 반드시 내가 해야 하는 일을 하기.
부모의 보호가 필요한 아이가 생긴다는 건, 나의 24시간 중 일부분을 아이에게 할애해야 한다는 의미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나의 일에 대한 퀄리티도 자연스레 하락할까요?
반은 맞고 반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을 들여야 하는 일에 제한적인 상황이 생기기도 하지만, 온전히 24시간이 모두 주어졌을 때 그 시간을 모두 질 높게 사용했었냐고 하면 전혀 아니었으니까요. 오히려 시간이 한정되었기에 더 집중할 수 있었고, 수많은 업무들 중 반드시 내가 해야 하는 일을 가려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다양한 성장 기회를 놓쳐 속상할 때가 있지요. 그럴 때면 이렇게 생각을 바꿔보면 어떨까요. 일로서는 성장에 속도가 더딘 시기일지라도, 인간으로서는 가장 많이 성장한 시기일 거라고요.
일을 배울 때만큼이나, 일에 대한 피드백을 하는 사수의 자리에 앉았을 때 실력이 오른다는 것 다들 공감하실 텐데요. 제 인생을 살아가며 겪었던 일들이 저의 성격이나 성향을 만들었다면, 아이를 키우면서는 '옳고 그름에 대한 기준'이 세워졌습니다.
또한, 그동안은 어렵거나 불편할 것 같다는 이유로 배제했던 활동들도 용감하게 시도해 보게 되었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먼저 손 내밀어보는 넉살도 생겼고요. 무엇보다 해가 뜨나 달이 뜨나, 서투른 날이나 모자란 날에도 한결같이 사랑을 가득 퍼부어주는 아이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으며 저 역시 진심으로 사람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배웠습니다.
여전히 일과 육아,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지 못하는 날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과 육아를 저울질하며 균형을 맞추려 애쓰기보다는 그 중심에 '나'를 두고 하루하루 원칙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데요. 덕분에 아이는 짧지만 밀도 있는 시간 속에서 건강하게 자라고 있고, 저 역시 일과 육아 속에서 더 단단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