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음을 'Unlock!'하는 특별한 마법의 주문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나만의 마법 주문을 소개합니다

by 소인정의 모놀로그




그 어떤 주제보다도 ‘자기소개’는 쉬울 줄 알았다. 나만큼 나를 잘 아는 사람은 없다는 생각에 선뜻 고른 주제가 책상 앞에 앉아보니 제일 어렵다. 더군다나 요즘의 난 나와 마주하는 게 쉽지 않다. 대학을 졸업하고 이제는 어른이 됐다 자부했는데, 오히려 나도 몰랐던 내 모습과 생각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당황스럽다.


나와 부대끼며 살아가는 게 버거울 때면 어릴 적 애니메이션에서 봤던 요술봉이나 수호 캐릭터라도 불쑥 찾아와 나를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제 ‘마법 소녀’나 ‘호그와트 학생’이 되기에는 늦은 나이지만, 마법 대신 나를 진정시킬 수 있는 몇몇 특별한 주문을 남몰래 익혀 사용 중이다.


약 25년에 걸쳐 완성한 나만의 마법 주문을 고르고 골라 딱 3개만 소개해 보려고 한다.



그럴 수도 있지!


최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주문은 바로

‘그럴 수도 있지!’다.


혼자 있는데 갑자기 과거의 잊고 싶은 부끄러운 기억이 몰려올 때, 자려고 누웠다가 오늘 뱉은 말 때문에 벌떡 일어나 이불을 발로 마구 차고 싶을 때 등의 상황에서 사용한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부정적인 생각이 찾아오면 쥐구멍에 숨는 걸 넘어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정적인 생각에 이어 무조건 반사처럼 딸려 나오던 자기 파괴적 언어 습관을 대신할 문장을 찾다 ‘그럴 수도 있지!’를 만났다.


이 주문은 즉각적으로 나를 방어해 준다는 점에서 큰 효과를 지닌다. 내 안의 목소리가 나를 마구 비웃고 무시하고 싶을 때 ‘그럴 수도 있지!’는 든든한 변호사가 되어 준다. 이 주문을 외치면 대다수 상황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면서 자연스레 넘어갈 수 있을 듯한 포용력이 생긴다. 활용 가능한 버전도 다양하다. 해당 주문 앞에 맥락에 맞는 몇몇 짧은 문장만 덧붙이면 된다. 나의 경우 민망할 때는 ‘뭐 어때?’를, 스스로를 위로할 때는 ‘괜찮아’ 등을 애용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뱁새가 황새 따라가면 가랑이 찢어진다'라는 속담이 있다. 요즘 사회는 존재하지도 않는 가상의 완벽한 황새를 따라가려는 뱁새들의 모임 같다는 생각도 종종 든다. 적어도 나는 확실히 '뱁새'에 가깝다. 그런데도 욕심은 많아서 매번 가랑이를 찢어보려고 안달복달한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으면 타인에게 뒤처지는 것 같고, 도태되는 것 같은 기분에 휩싸여 자꾸만 할 일을 만든다.


그럴 때 나에게 필요한 침착함 한 스푼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다.


이 주문은 나를 경주마처럼 채찍질하며 달려가고 있는 내면의 목소리에 전달된다. 그리고 마음에 약간의 여유를 불어넣어준다. ‘아무 일을 안 하고 쉬어도’ 혹은 ‘이런 선택을 내려도’ 등의 말들을 앞에 붙여 불안한 상황에 두루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춥고 쌀쌀한 날씨엔 따뜻하고 맛있는 밀크티와 함께 해당 주문을 사용하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심호흡 한 번 크게!


위의 두 주문도 통하지 않는 순간이 있다. 머릿속에 패닉이 찾아온 바로 그 순간이다.


그럴 때는 주문이 아니라 작은 ‘행동’이 필요하다. 잠시 멈춰서 깊이 호흡한다. 코로 큰 숨을 들이마시면서 ‘지금 이 순간’에 내가 살아있음에 집중한다. 그저 숨을 쉬는 나, 살아있는 나를 인식한다. 숨 하나하나, 내 몸 하나하나의 미세한 변화와 상태를 느낀다. 이 과정을 몇 차례 반복하면 마음이 점차 가라앉는다. 넓은 세상 속 내가 숨을 쉬고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것처럼 여겨진다.



‘마법’과 ‘주문’이라는 화려한 미사여구를 붙였지만 나에게는 빛나는 주인공들이 으레 가진 요술봉도, 펜던트도, 멋진 구호와 시그니처 포즈도 없다. 그럼에도 나는 내게는 특별한 위의 주문을 외우며 조용히 두 손을 모으기도 하고, 두 눈을 감기도 한다. 타인의 인정을 쫓으며 본인을 인정하기 어려워하는, ‘이름값’을 못하는 나를 위해서 주기적으로 세 주문을 통해 마법을 건다.


언젠가는 정말 나의 마음을 ‘언록(Unlock)’해서 조금 더 자유롭고 여유로운 내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원문: 아트인사이트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2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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