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사김 Apr 03. 2022

PB(Private Brand), 브랜드가 되어야 산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PB의 의미

 쿠팡이 직원을 동원해 자체 브랜드(PB) 상품에 허위 리뷰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노출 순위를 높이고 소비자 구매를 유도했다는 의혹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본부가 조사를 한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쿠팡의 리뷰 조작 행위가 이뤄진 것으로 의심되는 대상으로 CPLB가 출시한 곰곰(식품), 코멧(생활용품), 탐사(반려식품), 캐럿(의류), 홈플래닛(가전) 등 16개 브랜드의 4천200여 개 상품을 지목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쿠팡의 잘못을 비난하거나 비판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MD입장에서 이러한 일을 겪으면 '애매하게' 친한 사람들이 “너네 회사 괜찮냐?”, “그 상품 너가 개발한 것 아니냐?” 등의 오지랖을 부리곤 합니다. 속상한 일입니다. 상품개발자로서는 억울한 면도 있습니다. 해당 PB를 개발한 담당자는 열심히 본인의 업무를 수행했을 것입니다. 다만 조직 내 잘못된 의사결정이 MD를 비롯한 구성원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의욕을 꺾는 것이지요.


온라인 제품의 선택과정에서 고객 후기는 매출과 직접적 연관성을 가진 핵심성공인자(Critical Success Factor)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고객은 구매 평점 자체보다 몇 명이 내린 평점이냐 에 따라 다른 영향력을 갖게 된다는 점입니다. 또한 수천 명이 내린 평점은 이후 후기의 영향력도 약화시킵니다.

따라서 PB입장에서는 초기에 긍정적 후기를 대량으로 쌓는 것이 필수입니다.

[평점보다 리뷰 수가 중요한 것이 '리뷰 수'입니다]

[관련논문: 구매 여정에서 나타나는 고객 평점과 후기의 영향, 한국마케팅학회 마케팅연구 제36권 제4호, 안서원 2021]


 PB는 일반적으로 Non-Brand(비브랜드)로 인식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비브랜드이기 때문에 고객은 품질에 대한 확신이 없습니다. 고객 후기가 더욱 중요한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왜 PB상품은 특색 없는 비브랜드 취급을 받고 있을까요?


 첫 번째 이유는 PB의 탄생과정에서 알 수 있습니다. 브랜드사가 가장 부러워하는 유통사의 권력 중 하나는 ‘판매 데이터’입니다. 유통사는 각 사의 멤버십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별, 연령별 구매 패턴을 알 수 있고, 제품 속성별 판매 현황을 수집합니다. MD가 PB를 개발할 때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매출 분석인데, 필연적으로 1등 제품의 속성을 비교대상(Bench mark)으로 삼게 됩니다.  


 PB 화장지를 예를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가장 먼저 제품 속성 값을 정리합니다. 구매에 중요한 요인을 찾습니다. 100% 천연펄프, 무형광, 무형광증백제, 무 포름알데히드, 3겹, 30 롤, 엠보 등.. 인기상품의 핵심 속성을 추출합니다. 제조업체에 해당 속성을 적용한 상품의 제조를 의뢰합니다. 유통업체의 구매력을 바탕으로 제조원가를 낮춥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PB상품은 품질은 NB상품과 유사하면서 가격은 저렴하게 판매됩니다.

[좌=쿠팡 코멧, 중=이마트 노브랜드, 우=마켓컬리 KF365, 출처=각 사]



벤치마크 상품의 주요한 특성을 그대로 적용했기 때문에 PB상품만의 기능적 우위, 품질 차별화가 이루어져 있기 어렵습니다. PB상품의 팬(Fan)이 드문 이유입니다.


 PB가 특색이 없는 비브랜드 취급을 받는 두 번째 이유는 ‘브랜딩’ 때문입니다. 각 사에서 PB의 브랜딩을 할 때에는 경험의 차별화, 차별화된 고유가치를 담기보다 가성비(좋은 품질, 합리적 가격)에 집중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고품질을 강조하는 경우에도 브랜드 스토리, 라이프스타일의 딜리버리 보다는 ‘엄선하여 만든 제품’, ‘깐깐한 선택’과 같은 일반적인 수사(rhetoric)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PB가 브랜드와 경쟁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첫 번째로는 품질, 기능상의 차별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무신사의 PB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의 연 매출은 20년 1,000억 원, 21년 1,700억 원에 달합니다.  일등공신은 ‘슬랙스’입니다. 디자인 종류만 40여 가지가 넘고, 원단의 품질과 디테일의 마감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보풀이 잘 일어나는 단점 개선을 위해 원단 개선과 공정 추가 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유니클로(Uniqlo), 자라(Zara)와 같은 글로벌 SPA 브랜드와 경쟁하기 위한 2가지 핵심 무기(디자인, 품질)가 있었기 때문에 이와 같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무신사 스탠다드 슬랙스, 블레이저, 출처=무신사]

 코스트코의 PB브랜드 ‘커클랜드’(Kirland)의 캡슐세제 ‘시그니처 울트라 클린팩’은 구매대행 사이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상품 중 하나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극강의 세척력’ 때문입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YWCA가 세탁 세제 15종의 품질을 비교,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커클랜드’ 세제는 일반 제품보다 약 15배의 세척력 차이를 보일 정도로 가장 품질이 뛰어난 제품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내로라하는 국내외 브랜드의 별점이 1개~4개임에 불과합니다. 커클랜드의 별점이 6개인 것을 보면 세제의 기본 가치인 ‘세척력’에 가장 부합하는 제품임에 틀림없습니다.  이처럼 NB를 능가하는 품질을 보유한다면, PB와의 경쟁에서 앞서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코스트코 커클랜드 시그니처 울트라 클린, 출처=조선일보]

 PB가 브랜드와 경쟁하기 위한 두 번째 조건은 ‘브랜딩’입니다. 해당 PB만의 고유의 가치, 핵심 경험을 담아 PB vs NB의 경쟁이 아닌 브랜드 간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어야 합니다.


 CU의 곰표 시리즈는 19년 팝콘을 시작으로 밀맥주, 나쵸를 거치면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브랜딩은 투자와 시간을 필요한 작업인데, ‘콜라보’를 선택한 것은 즉시의 효과를 내기 위한 방법입니다. 다만 이러한 방식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PB의 핵심 가치와 아이덴티티가 타사의 브랜드에 종속되어 있기 때문이며, 콜라보의 확장 과정에서 새로움(Newness)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리한 콜라보 과정에서 제품의 속성과 동떨어진 억지스러운 조합이 나타날 수 있는 것도 우려스러운 부분입니다.

콜라보는 브랜드의 신선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 또는 재활성화(Re-vitalization) 과정에서 유용한 방법입니다.

[CU 곰표 시리즈, GS 유어스 모나미 매직 스파클링, 출처=각 사]


 미국의 유통업체 트레이더 조(Trader Joe’s)와 홀푸드마켓(Whol Foods Market)의 PB제품이 경쟁사인 월마트(Walmart)나 크로거(Kroger)의 PB보다 인기 있는 이유는 해당 브랜드 자체의 힘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트레이더조=밝고 친절한’, ‘홀푸드마켓=오가닉’ 의 대표 이미지가 그대로 PB제품에 투영되어 있습니다. 마켓 자체의 브랜딩이 되어 있기 때문에, PB제품 자체가 브랜드로 인식되는 것입니다. 때문에 구색의 대부분이 PB상품임에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통업체 자체가 브랜딩되어 있는 경우는 마켓컬리(=보라색, 친환경, 샛별배송)정도가 있는데 PB 제품 관점에서는 이제 막 도약하는 단계로 볼 수 있습니다.

[좌: 트레이더조, 우:홀푸드마켓 사진, 출처=구글 이미지]


 신세계 인터내셔날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JAJU) 이마트의 생활용품 PB ‘자연주의’에서 출발하였습니다. 출시할 때부터 여타 PB와는 다르게 자연주의 ‘컨셉으로 출발하였고,  차례 개편을 거쳐 현재의 ‘자주(JAJU) 거듭납니다.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은 이마트 PB 아닌 ‘독립 브랜드로서 승부를 보겠다는 것입니다. 로드샵으로 진출하여 PB 아닌 ‘브랜드로서 경쟁을 하였습니다. 물론 이마트  샵인샵(Shop-in-Shop)으로 입점하여 유통, 구매력을 확보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하였습니다. 친환경 PB에서 종합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방향을 설정하여, 생활용품에서 의류, 가전까지 다양한 구색을 갖추었습니다.

[좌: 자연주의, 우: 자주(JAJU), 출처= 네이버 이미지]


 ‘자주’의 이러한 전략은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우리나라 PB가 마땅히 가져야 할 본보기이자, 브랜드로서의 자존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인 PB의 인식은 브랜드보다 값싼 제품, 품질에 대한 의심, 중소제조업체 상품, 유통사에서 밀어주는 제품에 그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에 반하여 브랜드로서 경쟁을 하기 위해 일반시장으로 전장을 넓힌 것은 의미 있는 일입니다. 자사의 PB가 로드샵으로 진출했을 때 그 자체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었다고 자신한다면, 분명 해당 PB는 고객의 선택을 외면받지 않을 것입니다.


 몇 년 전부터 국내 유통사의  PB제품이 해외 수출한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을 수 있습니다. GS리테일의 PB ‘유어스’, 이마트24의 ‘아임이’, 홈플러스의 ‘심플러스’는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는 PB가 누군가의 값싼 대체 상품이 아닌 브랜드로서의 경쟁력을 인정받기 때문입니다.

 

[GS유어서, 이마트24 수출 사진,  출처=각 사]

 PB는 NB보다 유리한 출발선에서 시작합니다. 닐슨(Nielson)과 같은 시장조사 기관에 돈 주고 구하는 소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상품 기획을 위한 고객의 소리를 구매 후기/ 평점을 통해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상품 배치, 진열에 있어 NB보다 우선권이 있으며, 자체 유통채널에서 기본 물량을 소화해 준다는 점은 NB가 가지지 못한 큰 장점입니다.


PB가 NB만큼의 컨텐츠와 브랜딩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품질력만 갖춘다면, PB는 브랜드로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PB의 수명은 생각보다 짧습니다. 10년 이상 가는 국내 PB가 손꼽힙니다. 브랜드로서 경쟁력 갖춘 PB는 리뷰 조작이 필요 없습니다.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입소문을 낼 것이기 때문입니다.

 

끝.

매거진의 이전글 잔망루피, 지속 가능한 캐릭터가 될 수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