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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사김 Feb 05. 2022

잔망루피, 지속 가능한 캐릭터가 될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서 유아를 키우는 부모들이 뽀통령이라 칭송하는 “뽀로로와 친구들”이라는 EBS 어린이 만화가 있습니다. 꼬마버스 타요, 또봇, 터닝메카드 등 각종 만화와 어린이 프로그램들이 지속적으로 수차례 도전해 왔지만 끝내 어느 누구도 넘지 못한 넘사벽 캐릭터이지요. 가히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에 한 획을 그은 캐릭터라 불려도 무방합니다.

뽀로로와 친구들, 출처: EBS

“뽀로로와 친구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주인공 뽀로로와 그의 친구들 여럿이 캐릭터로 나오는데, 그중 ‘루피’라는 캐릭터가 뒤늦게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루피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년 10월부터로 추정이 되며, 그 시점에는 포털 검색량이 일시적이나마 뽀로로를 능가했습니다. 과연 무슨 일이 있었길래 “친구들”로 불렸던 캐릭터 중 한 명이 이토록 화제가 되었을까요?

[네이버 데이터랩 3개년간(19.01~21.12) 언급량]

 

먼저 루피라는 캐릭터에 대해 알아봐야 하겠습니다. 루피는 뽀롱뽀롱 뽀로로의 암컷 비버 캐릭터로 소심하고 겁이 많은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입니다. “요리공주”라는 별명에서 드러나듯 극 중에서는 주로 요리를 하는 모습이 많으며, 친구들을 초대하고 대접하길 좋아합니다. 뽀로로를 비롯한 친구들이 벌여놓은 상황 속에서 당하거나? 수습하는 모습을 종종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마치 전통적 여성상을 대변하는 듯한 모습을 볼 수 있고, 치마를 입은 모습에서는 언뜻 엄마 또는 누나의 모습이 비쳐지기도 합니다.


 그랬던 루피가 “잔망루피”라는 부캐로 거듭났습니다. 루피의 얼굴을 변형, 합성하는 밈(meme) 수준에서 시작했던 것이 결국 뽀로로 공식 제작사인 아이코닉스에서 “잔망루피”캐릭터를 공식 캐릭터로 출시하기 이르게 되었습니다.



나아가 최근에는 잔망루피 팝업스토어(pop-up store)를 비롯해 롯데 빼빼로, 도미노피자, 상쾌환, 유한킴벌리 좋은느낌 등 많은 대중 브랜드와의 콜라보를 통해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출처: 도미노피자, 상쾌환, 유한킴벌리 좋은느낌

 그렇다면 루피는 다른 캐릭터와 달리 유일무이한 스핀오프(spin-off) 캐릭터를 만들 수 있었을까요? 그리고 이 캐릭터가 과연 뽀로로를 능가하는 캐릭터가 될 수 있을까요? 나아가 미키마우스나 헬로키티와 같이 세월이 지나도 사랑받는 국민 캐릭터가 될 수 있을까요? 지금부터 그 원인과 미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요즘 정치, 경제   없이 가장 뜨거운 연령층이 바로 MZ세대이죠. 그중 Z세대(사전적 의미로 보면 9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 태어난 세대) 어려서부터 인터넷을 접한 것이 특징입니다. IT기술과   인터넷 문화에 익숙함을 느낀 세대로서, 태어나면서 처음 접한 또는 가장 익숙하게 접한 애니메이션이 바로 “뽀롱뽀로 뽀로로입니다. 뽀로로가 2003 하반기부터 방영이 되었으니, 현재 대한민국 20대라면 뽀로로의 의미가 남다르다고 생각됩니다.

 

 첫 방영이래 지속적으로 인기 있던 애니메이션이지만, 제 개인적 경험으로는 유튜브가 활성화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캐릭터를 자체적인 스토리로 재구성한다던지, 각종 밈을 만들어내고 퍼 나르는 과정이 폭발적으로 확산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극 중 다소 수동적이고, 여성성을 강조한 캐릭터를 대중은 다양한 변주로 재가공하고, 확대 생산하던 중 이른바 “잔망”이라는 캐릭터가 폭발적으로 확대되는 밈이 뜨게 됩니다.(아래 사진 참조)

[전설의 시작 "군침이 싹도노"]

이는 귀여운 외모와 상반되는 표정과 말투로 거침없는 표현을 하는 모습에 대중이 크게 반응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무수한 캐릭터가 생겨나고 사라지는 과정에서 무엇이 루피를 핫한 캐릭터로 만들었을까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저는 '시대의 반영', 기존 캐릭터 이미지를 파괴하는 '반전(反轉) 메시지' 2가지를 핵심으로 보고 있습니다.

 

첫 번째, 잔망루피가 반영하는 시대상은 어떤 것일까요? ‘잔망’이라는 단어의 사전적인 뜻은 “사람이나 그 행동이 얄밉도록 맹랑한 데가 있다”라고 합니다. 잔망루피가 하는 워딩을 통해 보다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위에서 나온 표현 외에 밈에서는 “월요일 참 힘들다”, “화려한 수익이 나를 싹 감싸노”, “명존쎄”와 같은 10-20대 유행어, 비속어가 주를 이룹니다. 마치 MZ세대의 불편한 현실을 잔망루피를 통해 투영한 듯합니다. 과거 세대처럼 과격한 행동이나 이념에 대한 저항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 세대는 현재의 불편함을 잔망루피라는 캐릭터를 통해 웃픈 상황을 공감하고 위로받고 있습니다.

 

루피가 뜨거운 인기를 갖게 된 두 번째 이유는 바로 반전 있는 캐릭터라는 점입니다. ‘조신한’ 대표 여성 캐릭터인 루피를 대중은 일탈한 캐릭터로 탈바꿈시켰습니다. 만약 뽀로로나 크롱이 위와 같은 발언을 했을 때 대중이 열광했을지는 의문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보아온 착한 캐릭터의 변신은 짜릿한 일탈을 대신 경험한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루피는 앞으로 지속 가능한 국민 캐릭터가 될 수 있을까요? 펭수를 통해 루피의 행보를 예측해 보겠습니다. EBS채널에서 방영된 익숙한 캐릭터. 캐릭터 인기의 팬덤이 EBS를 보고자란 MZ세대라는 점. 외모와 달리 “센” 발언을 주로 한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하지만 다른 점도 많습니다. 팬들이 자생적으로 만들고 확대시킨 잔망루피와는 달리 펭수는 철저한 기획사?의 산물이란 점, 서사(narrative)를 가진 캐릭터라는 점(남극 출신의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은 꿈을 가진 펭귄이..), 온라인만큼 오프라인으로 활동을 많이 한다는 점에서 다소 차이 납니다.

네이버 데이터랩, 최근 3개년간  언급량 19.01~22.01

 네이버 데이터에 따르면 펭수의 인기는 19년 12월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떨어져 현재는 미키마우스와 비슷한 수준의 언급량을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세계적인 캐릭터와 동일한 수준의 인기를 누리고 있으나, 과거 아이돌급 인기를 누렸던 그였기에, 현재의 모습이 다소 초라해 보이기도 합니다. 과연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그리고 몇십 년간 꾸준한 인기를 누리는 캐릭터들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역사는 미래의 거울이라고 하지요. 이를 통해 잔망루피의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을 도모해보겠습니다.


V(Volume)=T(Trial) x R(Repeat) x A(Awareness) x S(Sales)…

*WK마케팅그룹 매출 성과 진단모델 中


 Trial구매가 Repeat구매로 이어지는 것이 모든 마케터가 원하는 모습입니다. 더 나아가 Repeat구매가 반복 습관화되는 것이 궁극적 바람이겠지요. 최초 구매는 Expectation(기대)의 영역입니다. 내 기대치를 넘어서는 무언가를 발견할 때 구매시도를 합니다. 최초 구매가 반복 구매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높아진 기대치를 계속 충족시켜야 합니다. One Hit Wonder노래(딱 한 곡만 대박 내고 사라진 가수 또는 노래)가 많은 이유가 처음의 기대치를 다음 곡에서 충족시키기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입니다. 펭수는 아동 캐릭터치고는 파격적 언행과 행동, 유행어를 창조하면서 현재 BTS급? 인기에 근접했으나, 높아진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무엇이 결여되었기 때문에 지속적인 인기를 누리지 못하지 않았을까요?


그렇다면 몇십 년간 꾸준한 인기를 누리는 다른 캐릭터를 살펴보겠습니다. 생각나는 것은 미키마우스, 헬로키티, 건담 등이 있네요. 공통적인 것은 각 캐릭터별로 무궁무진한 이야기, 스토리를 넘어선 히스토리가 있다는 점입니다. 시대를 반영하던, 시대를 비틀던간에 대중과 호흡하는 꾸준한 이야기(story)가 현재의 이들을 만들었다고 봅니다. 뽀로로 역시 처음 탄생했을 때와 비교해보면, 해가 거듭날수록 성장하는 모습과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들이 다채로운 방식으로(예를 들면, 굿즈/영화/의류/다채로운 콜라보 등)으로 확대 재생산되었습니다. 결국 이 레벨에 다다른 캐릭터는 사실상 불멸의 생명을 얻었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다시 잔망루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잔망루피가 기존 이미지를 넘어서는 파격적인 모습으로 Trial구매에 성공했다면 Repeat구매가 지속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였는지 살펴봐야겠습니다. 이미 전용 굿즈 스토어를 비롯해 여러 브랜드와 콜라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브랜드를 소모하는 것인지, 이야기를 확대 재생산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지속 점검해봐야 합니다. 또한 캐릭터의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하여, 아동에게 불편한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야 합니다.

이미지의 소모와 확대는 한 끗 차이입니다. 대중은 트롯가수가 락음악을 하길 원하지 않습니다. 다만 기존 잘하던 노래에 추가로 +춤, +입담, +의상, +선한 영향력 등으로 기대치(expectation)를 넘어서는 점수를 차곡차곡 쌓았을 때 지속 가능한 팬덤이 유지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캐릭터와 대중은 함께 성장합니다. 캐릭터가 풍성한 이야기로 가득 찰 때, 대중은 기꺼이 그 이야기를 경험하고 나누고 퍼 나를 것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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