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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사김 Feb 13. 2022

프리미엄 시장 진입하기 1

‘감히 라면 주제에’ THE미식 장인라면 사례

라면 한 봉에 2,200원. 21년 10월 국내 1위 닭고기 전문기업 ‘하림’에서 라면을 출시했습니다. 이름은 ‘The미식 장인라면’ 이하, 더미식 장인라면. 국내 라면 매출 1위 신라면 한 봉의 가격이 약 800원~900원에 판매되는 것과 비교하면 약 2배 이상의 가격으로 판매가를 책정했습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막내딸이 시중에 파는 라면을 먹은 후 아토피 증상을 겪었다"며 이후 “인공조미료를 뺀 건강한 라면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제품 개발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출시 이후 대중의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광고모델이 21년 가장 뜨거운 연예인 중 한 명인 배우 ‘이정재’씨였는데, 이정재 씨가 주연으로 출연한 비슷한 시기에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관심이 일부 연결된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 뉴스저널리즘)

[출처: 하림, 내일신문]

   

출시 후 3개월이 지난 현재,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의 언급량은 라면 Big4의 다음 순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출시 직후 한 달간 검색량 1위를 차지하기도 하였지만, 업계에서는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평입니다.

[최근 1년간 주요 라면 브랜드 언급량, 네이버 데이터랩, 21.02~22.01]

그룹의 오너(Owner)가 직접 진두지휘한 제품인 만큼 업계에서는 과거 농심의 야심작이었으나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강글리오’ 커피의 길을 갈 것인가? 신시장을 개척한 LG전자의 ‘트롬 스타일러’의 길을 갈 것인가에 대한 의견이 나뉘고 있습니다.

[사진출처=뉴시스, 좌: 농심 강글리오 커피, 우: LG 트롬 스타일러 론칭 행사]

참고 문서: 동아비즈니스리뷰DBR 143호

https://blog.naver.com/businessinsight/221078472670,   

인사이트 포스트 19.02.08

 https://www.insight.co.kr/news/209532]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광고’였습니다. 엄청난 매체비를 바탕으로 한 광고 노출량도 많았거니와, 출시 시점에 가장 핫한 광고모델인 ‘이정재’씨의 효과와 더불어 광고에서의 그의 리얼한 표정과 멘트는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 ‘감히 라면 주제에’와 같은 멘트와 씨즐(sizzle) 감을 극대화한 ‘후루룩’ 국물을 마시는 장면을 보고, 제 주변에서도 “한 번 먹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기도 했습니다. 광고에서의 주요 메시지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진=The 미식 유튜브 캡처]

1.     면치기 금지, 천천히 음미

2.     국물은 텀블러에 넣어 다닐 것을 추천

3.     다음날 얼굴 사이즈를 배려


기존에 소비자가 가지고 있던 라면에 대한 일종의 고정관념들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입니다. 모델의 리얼한 멘트와 결부된 광고는 신상품에 대한 기대치를 불러일으켜, 구매시도를 일으키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라면이 라면이지, 뭐 별 맛있겠어?”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상당 소비자들을 “가격이 좀 비싸기는 하지만, ‘먹어보고 싶다”까지 이어지게 한 것은 분명 훌륭한 론칭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실제 구매 후기는 어땠을까요?    

출처=쿠팡(Coupang)

인플루언서 협찬 리뷰를 제외하고, 내돈내산 후기 위주로 살펴본 결과는 ‘맛이 괜찮은 편이고 전반적으로 나쁘지는 않으나, 2,000원의 값어치를 하는지는 의문’이라는 평입니다. 상품의 가치가 기대치에 미달한 경우로 보입니다. 과연 ‘더미식 장인라면’은 프리미엄 라면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까요? 몇 가지 질문과 대답을 통해 그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먼저 가격(Price) 관점에서 살펴보겠습니다. 특정 카테고리에서 초고가/고가/저가/초저가를 판단할 때 중요한 것은 1위 제품(브랜드) 또는 범용적으로 이용되는 제품(브랜드)의 가격입니다. 일반 식품 카테고리 기준으로 설명해보겠습니다. 후발주자는 보통 1위 제품의 90~95% 수준에서 가격 책정(Pricing)을 합니다. 일등 제품과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할 때는 당연히 경쟁이 안 되기 때문에, 소비자의 주요 구매 준거 중 ‘가격’을 조금이라도 ‘경쟁력’ 있게 가져가는 것이 합리적 의사결정입니다.

보통 저가 제품 또는 고가 제품은 가장 대중적인 제품의 ±10~30% 수준으로 가격을 책정합니다. 일반 제품이 100이라면 저가 제품은 70~90 정도에, 고가 제품은 110~130에 가격이 매겨집니다. 초저가 상품은 보통 30~50 이하 일 때, 초고가 상품은 최소 150~200 이상일 때 각각 초저가, 초고가 상품으로 인식됩니다. 10,000원짜리 상품을 기준으로 7,000~9,000원이면 ‘싸다’라고 느끼고 3,000~5,000원 수준이면 “정말 싸다”라고 느낀다는 것이지요. 요즘 소비자는 1+1, 50% 행사에 익숙합니다. 따라서 초저가로 인지되기 위해서는 일반 제품 판매가의 50% 이하인 30% 수준으로까지 가격이 책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초고가의 경우 가격 책정(Pricing)의 상한선은 사실상 없습니다. ‘가격 책정’(Pricing)에 관한 이야기는 별도 글을 통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국내 주요 프랜차이즈 커피 브랜드 가격, 아메리카노 기준]


다시 ‘더미식 장인라면’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1봉 기준 가격이 2,200원, 할인된 1,800~1,900원 선입니다. 가장 대중적인 브랜드 신라면 판매가인 8~900원의 약 2배 이상 되는 가격입니다. 이 정도면 초고가 전략을 사용했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가격 민감도가 높은 라면시장에서 고가(초고가) 전략을 사용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우면서도, 모험적인 전략입니다.

출처: 더미식 장인라면 공식 스마트스토어

과거 신라면 블랙(Black)이 출시된 2011년을 되돌아보겠습니다. 신라면 25주년 기념으로 출시된 신라면블랙의 판매가는 1,600원. 할인가 약 1,300~1,400원의 가격으로 책정되었습니다. 당시 신라면 가격이 600원 수준이었으니 2배 이상의 가격으로 출시된 것이었죠. 신라면 블랙의 전략은 지금의 하림의 전략과 유사한 부분이 많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던 싸이를 모델로 채택, 패키지에 블랙 컬러를 적용하여 프리미엄을 강조, 한국 대표상품으로 만들기 위한 마케팅을 진행한 것이 그 사례입니다. 게다가 좋은 재료(우골을 함유한 보양식), 이상적인 영양 균형, 야채와 풍부한 건더기는 고품질을 증명하기 위한 주요 특장점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습니다. 극악의 가성비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설렁탕 한 그릇’의 영양이 들어가 있다는 광고 멘트가 허위 과대광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과징금을 물게 되었습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고작 인스턴트 라면을 보양식과 동일시한다는 것이 와닿지 않았을 겁니다. 2배 이상의 가격을 지불할 만한 차별화점을 고객이 느끼지 못한 것이지요.

[사진= 농심 신라면 블랙, 2011]


 몇 년 뒤 고가 전략을 사용하여 프리미엄 라면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제품이 출현했습니다. 15년 출시된 “짜왕”을 시작한 오뚜기 “진짬뽕” 등이 그 사례입니다. 짜왕, 진짬뽕은 출시 당시 1,000원을 훌쩍 넘는 약 1,300~1,500원의 가격으로 출시했지만 4+1 등의 프로모션을 활용하여 실제 구매가는 1 봉당 1,200~1,300원 선에 이루어졌습니다.

기존 1위 제품의 30~50% 비싼 판매가임에도 시장에서 반응한 사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우선 면발 자체 상당히 넓고 굵은 3mm로 식감에서 확실한 차별화 요소가 있었고, 건더기도 2배가량 많은 데다가 크기도 비주얼적으로 크고, 풍성했습니다. 또한 액상스프(짜왕-액상풍미유, 진짬뽕-유성스프)를 통해 풍미를 재현하였습니다.

[사진=농심 짜왕, 오뚜기 진짬뽕, 출처: 대신증권]

이러한 요소를 마케팅에서는 RTB(Reason To Believe)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 “뭘 보고 믿을 수 있냐” 는 것이지요. RTB는 고객 지불 수준을 높여줄 수 있는 확실한 수단입니다. 그렇지만 고가(프리미엄) 정책을 사용해야 한다면 RTB로는 부족합니다. 기능적 영역을 넘어선 심리적 영역을 건드려 주어야 하는데 그것은 바로 RTE(Reason To Experience)입니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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