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미식 장인라면, 진짜 미식(美食, Gourmet)이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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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서 계속)
회사 측에서 내세운 가장 큰 차별점은 재료입니다. 20시간 끓인 국물로 분말 형태의 스프가 아닌 액상으로 진한 육수, 사골과 소고기, 닭고기 등 신선한 육류 재료에 버섯, 양파, 마늘 등 각종 채소를 20시간 끓여 깊고 진한..(이하 생략). 나트륨을 줄였다는 점. 바람에 말린 ‘건면’ 형태라는 점 등을 강조하였습니다. 이것이 곧 미식(美食), 좋은 음식이라는 것이지요.
위 포인트는 RTB(Reason To Believe)일까요? RTE(Reason To Experience)일까요?
‘미식’, 이 단어가 브랜드 명(名)으로 확산된 시점은 ‘맛집’이란 단어가 확산된 시점과 궤를 같이 합니다.
'보는 먹방'은 '참여형 먹방' 맛집 투어로 연결됩니다. '맛집 투어'는 숨어있는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에서 '보여주기'와 '경험하기'로 확대됩니다. 고급식당(오마카세, 특급호텔 뷔페, 디저트)의 방문이 그 예입니다.
'미식'이란 단어는 특별한 사람이 아닌 음식을 좋아하는 보편적인 사람에게 확대 적용되었습니다. 브랜드명(名)에 '미식'이 들어간 경우도 보입니다. CJ 고메시리즈, 갤러리아의 Gourmet 494, 더미식 장인라면. 카카오선물하기에서는 ‘미식선물’ 탭을 홈(Home)의 첫 번째 배치시키는 대세상품으로 밀고 있습니다.
프리미엄 제품은 3가지 영역(품질, 기능, 가격)에서 일반 제품을 뛰어넘었을 때 '프리미엄'으로 인정받습니다. 그런데 무언가 부족하지 않나요? 기본적으로 RTB(Reason To Believe) 즉, 제품(브랜드)의 신뢰 증거는 기본 충족 사항입니다. 프리미엄 제품은 그 이상을 필요로 합니다. RTE(Reason To Experience) 다시 말해, 경험해야 할 이유가 필요합니다. 고가 프리미엄 상품은 가성비보다 가심비입니다. '품질, 기능'보다 '마음, 기대'의 영역이 더 중요합니다.
요즘 인정받는 맛집의 특징은 3가지로 표현 가능합니다. 비주얼, 품질(맛, 재료), 스토리. 이 중 최근 중요도가 높아진 요소는 비주얼, 스토리 2가지입니다. 인스타그램에 올릴만한 비주얼인지, ‘진짜’ 맛집을 증명할만한 이야기가 있는가 여부가 중요한 것입니다. 00년 전통의.., 미슐랭 3 스타의.., 000이 방문한.. 이것이 곧, 경험해야 할 요소라는 것이지요.
앞에서 언급한 가격, RTB, RTE 3가지 관점에서, '이렇게 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첫 번째는 짜왕, 진짬뽕의 사례와 같이 기존 일반라면과 차별화된 기능적인 부분(재료, 맛)은 유지하되, 판매가를 기존 1위 상품의 30%~50% 정도 비싼 수준으로 판매하는 것입니다. 기존 제품 대비 2배 이상되는 가격을 받으려면 2배 이상되는 가치(Value)를 전해야 합니다. 제품 자체의 품질이나 가치를 냉정하게 평가하여, 소비자가 납득할 만한 수준의 가격을 책정해야 합니다.
가치(Value)가 가격(Price) 보다 커야 만족(Satisfaction)을 느끼고, 이를 프리미엄 제품이라 인식합니다.
요즘 라면 소비자는 다양한 식재료를 추가하여 본인의 입맛대로 커스터마이즈(Customize)하는 것에 익숙합니다. 라면 카테고리는 일단 실패가 없는 만족도가 상향 평준화된 상품군입니다. 상품의 구색도 많고 대체재도 많습니다. 2,200원의 가격을 수긍시킬 만한 확실한 ‘무엇’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그 확실한 ‘무엇’ 바로, RTE(Reason To Experience) 또는 소비자의 공감을 일으키는 스토리를 만드는 것입니다. The미식이라는 브랜드가 왜 태어났는지에 대한 진정성, 소비자들이 이 브랜드의 팬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다소 아쉽게 느껴집니다.
또한 장인라면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장인’에 관한 이야기를 보강한다면 어땠을까요? ‘400년간 내려온 종갓집 제조비법’, '50년 외길 장인이 만든 식칼’, ‘30년 가구 장인의 수제 소파’. 일반적으로 ‘장인’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오랜 시간 숙련된, 다른 사람의 기준과 타협하지 않는 신념을 떠올립니다. 이러한 ‘장인’에 대한 전형이 브랜드에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은 아쉬운 포인트입니다.
세 번째, '제품의 비교 기준을 달리 했다면 어땠을까' 합니다. 비교대상을 유탕면(신라면, 진라면) 이 아닌 ‘수제라면’이나 ‘닭 육수 요리’로 설정했다면 말입니다. 이마트에서 출시한 간편식 브랜드 피코크(PEACOCK) 초마(炒馬) 짬뽕의 판매가는 무려 8,480원(2개입)입니다. 홍대 초마 짬뽕을 매장에서 즐기려면 9,000원이지만 집에서 반값에 즐길 수 있다는 포인트로 개당 4,000원이 넘는 가격저항을 상쇄합니다. 하림이 가지고 있는 “닭”에 대한 우위점을 바탕으로 ‘1만 원이 넘는 닭 칼국수를 집에서 즐긴다면’과 같은 소구 포인트로 상품 개발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신상품을 출시하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하림과 같은 큰 기업에서는 의사결정 과정도 복잡하고, 특히 그룹의 오너께서 직접 ‘관심’을 표시하는 경우는 더욱 그러합니다. 상품개발자나 브랜드 매니저(BM)의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히트상품’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이들의 숙명입니다.
프리미엄은 하루아침에 만들어 지기 어렵습니다. 하루하루의 정성이 모여 이루어집니다. 철학이 쌓이고 숙성되어야 합니다. 메시지는 일관되어야 합니다. 상관없어 보이는 스토리가 소비자 마음에 하나로 연결될 때 가능합니다. 소비자가 브랜드를 경험하고 싶게 만들어야 합니다.
다른 기업에서 갖지 못한 유무형의 다양한 자산을 가지고 있는 회사인 만큼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