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히(KAHI) 멀티밤 사례: 제품을 담을 것인가? 가치를 담을 것인가?
가히(KAHI) ‘멀티밤’ 누적 판매량 1,000만 개, 매출액 2,500억 원(21년 기준).
가히의 제조사 코리아테크에서 이루어낸 성과입니다. 4대 홈쇼핑 이미용 부문 히트상품 Top 3에 모두 들어간 유일한 브랜드이면서, 네이버 화장품/미용 부문 연간 인기 검색어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가히’는 배우 김고은 씨를 모델로 기용하면서 적극적 광고 활동을 전개하였습니다. 특히 제품 PPL은 단기간에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드라마, 예능에서 PPL을 너무 많이 하다 보니 “광고가 심하다”, “흐름을 깨는 PPL 때문에 싫어진다” 는 평가를 얻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가히’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SNS 게시글 안에서 해당 브랜드를 평가하는 주요 키워드는 ‘좋다’, ‘가능하다’, ‘촉촉하다’와 같이 긍정적 피드백이 다수였습니다. 반대로 부정적 키워드는 ‘좋지 않다’, ‘힘들다’ 등이 있었지만 비중으로는 긍정적 키워드가 압도적이었습니다.
PPL의 반감을 넘어설 정도로 제품의 품질이나 사용감이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위와 같은 평가를 얻었을 것입니다.
제품의 가장 큰 성공요인은 스킨케어 제품을 ‘스틱 밤’ 형태로 구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존 액상 타입은 피부에 바르기 위해 ‘손을 씻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 형태는 그런 과정을 생략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립밤, 선스틱에서 볼 수 있던 용기 형태를 스킨케어 제품에 적용하여 ‘언제, 어디서나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핵심가치를 강조하였습니다. 이러한 핵심가치를 ’자주 바르는 습관’이라는 키 메시지로 도출한 것은 좋은 마케팅 방향입니다. 이처럼 같은 제품이라도 용기의 형태를 바꾸거나 새롭게 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사례#1
요플레로 대표되는 ‘호상형 요거트’는 숟가락질이 서툰 어린아이들에게는 다소 먹기 어려운 제품이었습니다. 액상형 요거트는 ‘빨대’를 이용하여 큰 불편 없이 먹을 수 있으나, 작은 스푼을 사용해야 하는 호상형 요거트는 입 주변에 묻거나, 흘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이러한 불편함을 개선한 제품이 “짜 먹는 요거트” 입니다. 대표적인 상품으로 짜요짜요, 짜 먹는 요플레 등이 있는데, 입에 넣고 씹는 행위보다 ‘빠는 행위’가 익숙한 유아동 소비자를 위한 상품기획입니다. 사용자에 적합한 음용 형태로 이끄는 좋은 사례입니다. 이후 짜 먹는 요거트는 뚜껑이 적용된 파우치 형태로 발전하였습니다.
사례#2
푸드테크 스타트업 이그니스에서 개발한 ‘랩노쉬’는 PET병에 분말이 들어가 있어, 적당량의 물만 넣고 흔들면 ‘한 끼 식사’가 되는 제품입니다. 미숫가루나 선식은 우유나 물에 타 먹어야 하기 때문에 보통 집에서 먹는 제품이었습니다. 랩노쉬는 발상의 전환으로 PET 용기에 액상이 아닌 분말을 넣었습니다. 이를 통해 다양한 부가가치가 창출됩니다. 음용 방법의 개선, 휴대의 편리함은 물론 업체 입장에서는 단가 개선을 이루게 된 좋은 상품 기획이라 생각됩니다. 모 대형마트에서 미투상품을 만들어 이슈가 되었고, 이후 많은 기업에서 유사형태의 패키지 형태를 적용한 것을 보면 성공적인 상품기획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례#3
'먹는 샘물(생수)=PET병'이라는 공식을 깬 사례입니다. 미국의 스타트업 ‘리퀴드데스’는 2017년 친환경 생수를 표방하며 출시됐습니다. 플라스틱 병에 담긴 기존 생수와 달리 알루미늄 캔에 생수를 담았습니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률이 높은 알루미늄 캔을 사용해 환경오염을 줄이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리퀴드데스는 광고 영상에서도 차별화를 택했습니다. 보통의 생수 광고가 깨끗한 이미지를 추구하는 것에 반해, 리퀴드데스는 오히려 잔인한 악마의 모습을 광고 영상에 담았습니다. 악마가 사는 지옥에도 플라스틱이 가득 차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으로 소비자의 주목을 끌고, 시장점유율 1위 브랜드의 30배에 달하는 SNS 팔로워를 달성하는 팬덤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비누 형태의 ‘마스크팩’ 스웨덴 에그팩, ‘캡슐’ 형 커피를 선보인 네슬레 네스프레소, “종이” 용기를 사용한 화장품 톤28 등이 새로운 발상으로 포장을 적용한 사례입니다.
상품을 담는 용기/패키지는 상품의 보호, 광고판 역할을 하는 동시에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용기(容器) 없는 것이 제일 좋은 포장이라 생각합니다. 친환경 포장이라 할 지라도 탄소를 배출할 수밖에 없는 ‘반(反) 환경’ 포장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많은 브랜드가 ‘친환경’을 지향하면서도 소비자의 사용환경과 습관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다양한 용기, 포장 방법이 나왔으면 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