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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사김 Feb 28. 2022

스타트업 브랜드 작명법

뜻이 중요할까? 발음이 중요할까?

평범하지 않으면서, 좋은 뜻을 담은, 어감이 좋은 이름. 

 제가 결혼하고 첫 아이를 얻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고민한 것이 이름이었습니다. 저는 이름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습니다. 할아버지가 지어 주신 제 이름은 뜻은 좋지만, 촌스럽고 평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제 아이의 이름은 좋은 의미를 담으면서도 특이한, 반백년이 흘러도 스타일(?)을 잃지 않는 이름을 주고 싶었습니다.

[2021 출생신고 이름현황, 출처=대법원 전자가족관계등록시스템]

 아이가 태어났을 때에는 분명 흔치 않은 이름이라고 생각했는데 몇 년이 지나고 보니 출생신고 이름 Top 10에 아이의 이름이 보이더군요. 의도와 달리 다소 평범한 이름이 된 것 같아 기분이 묘했습니다. 

 부모의 마음이 그렇듯, 창업자가 브랜드 네이밍을 할 때에는 바라는 뜻에 따라 이름이 짓습니다. 창업자의 이름이나 특정 지역명을 넣는 경우도 있고, 여러 가지 의미를 담아 조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작명법은 모두 제각각이겠으나, 사회에 기여하는 영속하는 사랑받는 이름으로 불리길 기대하는 마음은 같을 것입니다.


얼마 전 모 공공기관에서 진행하는 비대면 스타트업 육성사업에서 창업기업 대표님들께 강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브랜드 네이밍에 관한 부분만 일부 발췌하여 공유드리고자 합니다.


‘InstaWarz(인스타워즈)’라는 서비스 플랫폼이 있습니다. 이름만 보았을 때, 어떤 서비스가 연상되시나요? ‘인스타그램 랭킹 분석 서비스’, '스타 마케팅 회사'등의 추측하시는 분이 있었고, 대부분이 인스타그램 관련 서비스라고 생각했습니다. 

[인스타워즈, 인스테리어 브랜드 로고 ]

 이 플랫폼은 인테리어 비교견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입니다. 이후에 인스테리어(INSTERIOR)라는 명칭 변경되었고, 20년에는 국내 1위 홈인테리어 기업 한샘으로 인수되었습니다. 이름 하나 바꿔서 큰 회사에 인수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다만, 바뀐 이름을 물었을 때는 90% 이상의 사람들이 인테리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유추한 것을 보면 개명 전 이름보다는 좋은 이름임에는 분명합니다. (*한샘 인수 후 인스테리어는 사명(社名)을 ‘인스테리어’로 서비스명은 ‘인스비즈몰’로 변경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에서 참고할만한 좋은 네이밍의 조건 3가지를 공유합니다. 


1. 산업연상성 

2. 기억용이성

3. 발음용이성


 일반적으로도 통용되는 브랜드 네이밍의 법칙입니다. 돈도 시간도 사람도 부족한 스타트업에서 염두에 두면 좋겠습니다. (사실, 대기업이라고 사정이 넉넉한 것은 아닙니다만^^) 

 첫 번째 조건인 ‘산업연상성’이 중요한 이유는 별도의 마케팅 비용을 집행할 여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소비자가 이름만 듣고도 서비스의 영역을 유추할 수 있다는 것은 마케팅 비용을 아끼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직방’, ‘카닥’, ‘타다’ 등의 브랜드명은 효과적인 이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직방, 카닥, 타다 로고, 출처=각 사]

 이 브랜드들은 이름의 세련미나 트렌디함에 대한 호불호는 있을 수 있으나, 두 번째 법칙인 기억 용이성 측면에서도 좋은 브랜드명으로 생각됩니다. 아무리 뜻이 좋아도 기억하기 어렵다면 좋은 브랜드라 할 수 없습니다. 한 번 들었을 때 ‘귀에 딱 꽂히는’ 것이 좋은 이름입니다. 

 세 번째 조건인 ‘발음용이성’도 중요합니다. 최대 5음절을 넘어가면 기억하기에도 발음하기에도 부담이 되기 때문에 2~3음절의 브랜드명이 가장 선호됩니다. 원래의 브랜드를 축약해서 부르다가 정식 브랜드명으로 바뀐 경우도 많습니다. (ex. 위메이크프라이스 →위메프, 공부의신→공신, 배달의민족 →배민 등) 

[배달의 민족, 배민 앱 디자인]

 YG엔터테인먼트에는 위너(WINNER)와 아이콘(iKon)이란 두 그룹이 있습니다. 위너 멤버 송민호 씨가 본인의 ‘그룹명이 아이콘에 비해 다소 아쉽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그룹 소개할 때 외치는 이름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강한 이미지를 어필해야 하는 보이그룹이기에 된소리나 거센소리를 낼 수 있는 파열음이나 파찰음이 없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지요. 이처럼 ‘말맛’ 있는 이름이 좋은 이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조건에 빗대어 보았을 때 아마존, 구글, 알리바바, 쿠팡 은 좋은 브랜드 명인가요? 아무리 비싼 작명소에서 이름을 지었어도 사람이 별로이면 소용 없듯이, 브랜드 이름보다 더 중요한 것은 브랜드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핵심가치’,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의식’ 같은 것입니다. 

 처음엔 별로라고 느껴지는 브랜드 이름이 시간이 갈수록, 해당 브랜드를 경험할수록 좋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많습니다. 이름만 뻔지르르한 브랜드보다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브랜드가 많아졌으면 합니다. 많은 스타트업이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서비스를 많이 만들었으면 합니다. 물론 기회가 되면 저도 동참하고 싶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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