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쏟아지는 날

나는 무엇을 위해 글을 쓰는가

by 정송화

봄비가 쏟아지는 봄날이다. 이제는 얇은 외투에도 땀이 나는 날씨. 나는 카페에 앉아서 하염없이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았다.


적당한 습기. 팔과 어깨에 느껴지는 적당한 습기. 그 습기가 왠지 현실감을 부여해 주는, 오히려 비현실적인 오후.

늘어선 전선에는 물방울이 달리고, 재능 없는 무명작가인 나는 뭉뚝해진 연필로 글을 눌러쓴다.

나도 한 톨의 재능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비. 뭉뚝해진 흑연의 연필. 달기만 한 아이스티. 왠지 촌스러운 분위기의 카페. 흰 블라우스. 어렴풋이 생각나는, 옛날 비 오는 날의 젖은 신발과 양말. 도대체 왜 그리운지 모르겠는 것들.


비가 그쳐도 갈 곳 없는 나. 카페에서는 몇 시간이나 버틸 수 있을까?

손과 어디선가에서는 향수냄새가 나고, 이어폰에서는 비 오는 날 추천 재즈가 흘러나온다. 이런 날은 그냥 혼자서,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고 즐긴다.


나에게는 큰 우산이 있다. 남편이 챙겨준 우산. 나는 남편이 곤히 자는 것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카페로 왔다.


인생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미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다 부질없다. 결국은 현재뿐이니까.


뭉뚝해진 심의 연필은, 필기감이 떨어져서 글을 쓰기에 나쁘다. 마치 내 머릿속 같이 둔해서 일부로 이 연필로 글을 쓰고 있다. 어딘가에 쓰일 일 없이 버려질 글. 아니면 남겨둘지도 모르는, 그냥 끄적이는 글이다.


나에게는 한 출판사에서 선물 받은 연필이 있다. 계속 쓰라고 하면서 주더라. 그리고 더해서 다섯 자루의 연필이 더 있다. 나는 그 연필들을 휴대용 양치세트 케이스에 넣어놓았다, 나는 그 연필들이 다 닳을 때까지 글을 쓰고 싶다.

그 이후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