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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탕 May 12. 2023

신발을 튀겨도 맛있겠지만

좋아하는 걸 튀기면 더 맛있겠지 


 신발을 튀겨도 맛있다.

이상한 말이지만 듣는 순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만큼 튀김은 맛있다. 갓 튀긴 것은 더더욱.

하지만 거저 얻어지는 맛이란 없다. 튀김 요리는 손이 많이 간다.


반죽에서부터 뒷정리까지는 물론이요, 튀기는 도중에 고온의 기름이 튀기라도 하면 위험하다.


그래서 자주 해 먹기는 힘들지만, 오늘의 메뉴로는 안성맞춤이다.

최근 애쓰던 일을 막 끝냈고 오늘 일정은 하이볼에 취하는 것만 남았으니까.



 냉장고를 열어 어제저녁에 산 닭다리 살을 꺼낸다.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고, 큼직하게 썰었다. 오늘은 입안 가득 차는 튀김을 느끼고 싶다.


반죽은 다소 간단했다. 

얼마 전 일본 여행을 갔을 때 다이소에서 사 온 전설의 가라아게 튀김가루를 사용하기로 했다.

물 100ml에 가루 한 봉을 섞는 게 전부인 간편한 레시피다.


닭고기에 맛이 스미도록 잠시 재워두고 곁들일 채소를 준비한다.

튀김 요리에 샐러드는 훌륭한 조연이다.


양상추와 양배추 중 고민하다 오늘은 양배추를 꺼냈다.


자취하는 사람에게 양배추는 고마운 채소다.

큼직한 크기와 저렴한 가격, 심지어 다른 채소에 비해서 오래 살아있으므로 여기저기 곁들이기 좋다.


먹는 방법도 간단하다. 

얇게 썰어 접시에 수북하게 담고, 좋아하는 드레싱을 뿌린다.


오늘은 달콤 고소한 참깨 드레싱으로 하자.


이제부터가 진짜 일이다.

집에서 가장 크고 깊은 웍을 꺼내 기름을 두른다. 닭고기가 반 정도 잠길 정도면 충분하다.


완전히 잠길 정도로 부었다간 아까운 기름이 남을 테니까. 

앞뒤로 뒤집으며 부지런히 튀겨내는 걸로 타협한다.


일정을 모두 끝내고 하는 요리는 즐겁다.

지글지글 끓는 소리 사이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닭을 튀겨낸다.


한 번 튀긴 건 식힘망 위에 잠깐 식혀준다. 


입안 가득 침이 고이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

튀김은 역시 두 번 튀겨야 제맛이니까.


다시 달궈진 기름 속으로 한 번 더 풍덩.


두 번째 튀겨 줄 땐 분주하게 움직여야 한다.

완벽한 튀김에 어울리는 하이볼이 필요하니까.


우선 얼음을 빼곡히 채운 긴 잔을 준비한다.


계량은 간단하게 소주잔으로. 위스키 반 잔, 레몬즙 반 잔. 

생레몬보다는 시판 레몬즙을 쓰는 편이 지갑과 손목에 좋다.


마무리로 진저에일을 가득 부어주고 탄산이 죽지 않도록 살짝만 저어주면 내 마음대로 하이볼 완성이다.

 


 아직 여름은 아니지만, 불 앞에 오래 서 있었더니 꽤 덥다.

차가운 하이볼 먼저 한 모금, 바삭바삭한 가라아게를 한 입. 마지막으로 아삭한 샐러드까지.


가끔은 이런 사치스러운 점심도 좋다.

오늘 저녁은 굶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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