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레시피

식사를 준비하는 마음

 

 엄마의 손맛.

이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음식은 아마 각자 다를 것이다.

내 경우는 김밥이다.

우리 엄마는 요리를 못 한다.

엄마 앞에서는 절대 말하지 않지만, 객관적으로 그렇다.

일단 요리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우리 집에서 요리 담당은 주로 아빠나 나였는데,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잘 만드는 요리가 하나 있다.

바로 김밥이다.

 우리 집은 소풍처럼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김밥을 자주 먹었는데, 엄마가 만든 김밥이 정말 맛있었기 때문이다.

엄마의 김밥은 특별한 재료가 들어가는 건 아니다.

어느 집 김밥처럼 햄과 맛살, 단무지에 우엉, 달걀이며 오이와 당근이 들어가고 때때로 마요네즈에 버무린 참치나 치즈가 들어가는 지극히 평범한 재료의 김밥이다.

특이점을 찾자면...... 밥이다.

엄마는 김밥을 만들 때는 꼭 밥을 질게 지었다.

소풍 가서 들뜬 자식들이 급히 먹다 체할 것을 염려한 엄마는 방송에서 질은 밥이 소화에 더 좋다는 말을 보고 그렇게 만들기 시작했다.

평범하지만, 엄마의 사랑이 담긴 조리법. 그것이 우리 집안의 김밥 레시피다.

얼마 전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날이 덥다. 벌써 여름인 것 같아."

해가 지날수록 엄마는 부쩍 더위를 많이 타셨다.

수화기 너머의 지친 목소리가 종일 신경 쓰였다.

맛있는 걸 대접하고 싶었다.

마침 내일은 주말이니 도시락을 싸서 본가에 가기로 했다.

입맛이 없으셔도 김밥은 항상 잘 드시니까.

 김밥은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지만, 시간과 정성이 드는 음식이다.

잘 씻은 쌀로 밥을 안친다. 질게 지어야 맛있으니 물은 평소보다 넉넉하게 잡는다.

이제 속 재료를 준비할 차례다.

당근은 껍질째 먹는 게 좋다. 그저 흐르는 물에 깨끗하게 씻어 채를 썰었다.

오이는 속을 파서 얇게 썰어 준비한다.

큼직하게 하나씩 썰어 넣어도 되겠지만, 얇게 썰어 넣는 게 엄마 취향이다.

햄과 맛살, 어묵은 비교적 수월하다.

모양대로 썰어 준비했으면 이제부턴 불을 쓸 시간이다.

기름을 두른 팬에 당근을 달달 볶는다.

당근은 생으로 먹으면 베타카로틴이 8% 정도만 흡수되지만, 기름에 볶으면 흡수율이 70%로 늘어나니 정성껏 볶아준다.

오이는 센 불에서 빠르게 볶아 수분만 날려준다.

나머지는 간단하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주고,

소금간을 한 달걀은 지단으로 부쳐 한 김 식혀 준다.

역시 손이 많이 가서 그렇지, 난도 자체는 쉬운 요리다.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으니, 밥이 잘 지어졌다.

갓 지어진 밥을 그릇에 옮기고 참기름을 듬뿍 뿌려준다.

집에서 만드는 김밥은 비싼 참기름을 아낌없이 넣을 수 있어서 맛있다.

맛소금과 깨까지 넣어주면 밥을 고르게 섞고 한 김 식혀 주면 준비 끝.

 여기서부턴 간단하다.

김을 깔고, 재료를 넣고 돌돌 말아준다.

질은 밥으로 김밥을 만들면 좋은 점이 하나 더 있는데, 잘 터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위한 식사를 준비한다는 건 참 정성이 들어가는 작업이다.

그 사람의 식성과 취향을 고려해서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하니까.

하지만 동시에 뿌듯하다.

사랑하는 사람의 식사를 준비하는 일은 소박하지만 확실한 행복이구나.

 요즘 세상에 요리 레시피란 차고 넘친다.

요리책, 블로그, 유튜브와 방송. 먹고 산다는 건 언제나 사람들의 관심사니까.

하지만 역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레시피를 뽑으라고 한다면.

나에게는 엄마의 김밥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