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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탕 May 31. 2023

푹 끓인 시간이 주는 선물

마카롱 김치찌개




 추워서 전기장판을 키고 자던 게 엊그제 같은데, 날이 빠르게 더워지고 있다.

요리는 주로 불을 사용하니 여름엔 두 배로 힘들어진다.

그래서인지 요즘 점심을 대충 때우거나 사 먹게 됐다.

배달앱은 편하지만 비싸다. 비싼데, 1인분은 배달도 쉽지 않다.

결국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요리하기로 했다.

어차피 만들 거 좋아하는 걸 먹자.


푹 끓인 김치찌개를 먹고 싶어졌다.



 김치찌개는 쉬우면서도 어렵다.

김치만 맛있으면 될 거 같은데, 그렇지도 않다.

애초에 자취를 하는 사람에겐 김치라는 재료부터가 귀하니까.

우선 참기름과 식용유를 반 섞어 팬을 달군다.

참기름 향에 볶은 김치가 맛있지만, 참기름만 넣으면 탈 것 같으니, 여기선 적당한 선에서 합의하기로 했다.

강한 불에 신김치와 다시다 한 스푼, 설탕 약간을 넣고 볶아준다.

여기서 물을 한 컵.

어차피 오래 볶으면 수분은 증발하기 때문에, 물로 볶는 것이 좋다.

김치가 익는 동안 재료들을 다듬는다.

돼지고기를 넣는 게 가장 맛있겠지만, 지금 당장 집에 있는 건 통조림뿐이다.

오늘은 맛있는 게 먹고 싶으니, 고추참치와 스팸을 둘 다 넣기로 했다.

스팸과 청양고추는 얇게 썰고, 대파와 양파는 큼직하게 썰어준다.



 사실 요리라는 게 정답이 없다.

내가 쉐프라면 말이 다르겠지만, 내 끼니를 챙기는 요리는 오롯이 내 취향에만 맞추면 되니까.

한입에 크게 들어오는 게 좋으면 크게, 먹기 편한 게 좋으면 작게.

뭉근한 식감이 좋으면 일찍 넣고 아삭한 식감을 살리고 싶으면 나중에 넣으면 된다.

양파와 스팸, 참치까지 넣고 물을 부어준다.


여기서부터가 중요하다.

자고로 찌개란 오랫동안 푹 끓여야 맛있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찌개는 재료보다는 가스비를 넣는 요리다.

적어도 삼십 분, 여유가 있다면 한 시간 동안 푹 끓여준다.



 김치찌개의 훌륭한 친구는 갓 지은 쌀밥이다.

냉동실에 미리 해둔 밥이 있지만, 갓 지은 게 먹고 싶어서 주물 냄비를 꺼냈다.

이제 냄비 밥 정도는 쉽게 짓는다.

센 불에서 시작하다 보글보글 끓으면 약 불에서 뚜껑 덮고 이십 분.

밥이 다 될 때쯤, 대파와 청양고추, 두부를 찌개에 넣어 마무리한다.

대파를 마지막에 넣으면 푸릇푸릇하게 살아있어서 있어 보이는 찌개가 완성된다.


 반찬을 꺼내려다 냉장고를 닫았다.

찌개와 갓 지은 밥으로도 충분하니까.

대신 냉동실에서 마카롱을 하나 꺼냈다. 

식사가 끝나갈 때쯤이면 딱 먹기 좋게 녹겠지.


오늘도 잘 먹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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