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먹으려고 치킨 남겨요
우리가 사랑하는 배달 음식을 대라면 가장 나올 음식이 뭘까?
햄버거, 피자, 떡볶이… 많은 음식이 거론되겠지만 역시 부동의 1위는 치킨일 것이다.
그 때문에 인터넷에선 남은 치킨을 이용한 레시피도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 가족들과 살 때는 이런 레시피에 공감하질 못했다.
아니 치킨이 남는다고? 우리 가족은 먹성이 좋다. 게다가 가족 구성원도 다섯 명이나 되니 요즘 세대에선 나름 대가족인 셈이다. 게다가 우리 집은 치킨을 두 마리 시켜도 한 명은 다리를 못 먹는 구조다. 이런 상황이니 치킨이 남질 않는다. 그러니 나에게 있어 남은 치킨 레시피는 평생 쓸 일 없는 레시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취를하고 나이의 앞자리가 바뀐 지금, 나는 2인 가구지만 우리 둘은 치킨 한 마리를 다 먹지 못한다. 그럴 때마다 “아이고 나도 늙었네.” 하며 동거인과 너스레를 떠는 게 일상이다.
어쨌든 이제는 치킨이 남는다. 어떻게 처리할지 검색해 보니, 레시피 중 가장 많은 게 치킨 마요 덮밥이거나 일본풍으로 만든 치킨 덮밥 요리였다. 하지만 우리 집에 남는 건 늘 양념치킨이었다. 양념치킨으로 덮밥을 만들어 보니 고추장과 간장이 따로 노는 그야말로 환장의 조합이었다. 그래서 늘 차갑고 질긴 양념치킨을 다음 날도 먹곤 했는데, 우연히 SNS에서 발견한 보물 같은 레시피가 우릴 살렸다.
양념치킨이 남는 집이라면 주목하셔도 좋다.
이 레시피를 접한 뒤로 우리 집은 이제 일부러 양념치킨을 남길 정도로 맛있으니까.
전날 먹던 양념치킨의 살을 깨끗하게 발라준다.
크기는 취향에 따라 조절하면 된다. 나는 스튜에 큰 건더기가 없는 걸 좋아해서 최대한 잘게 찢었다.
팬에 양파 반 개를 썰어 달달 볶다가 우유를 붓고 양념치킨을 쏟아 몽글몽글하게 끓여준다.
남은 치킨 양념이 모자란다면 치킨 스톡이나 소금 후추로 간을 더해준다.
여기에 마요네즈를 한 스푼 넣거나 치즈 한 장을 넣으면 끝. 정말 간단한 레시피다.
우유가 걸쭉해지면 불을 끄고, 접시에 담아 완성한다.
남은 재료로 만든 음식이지만 고소하고 따듯하니 맛있다.
이 스튜에 최고 단점이 있다면 치킨을 남겨야 만들 수 있다는 게 아닐까.
우리 집에선 이걸 주객전도 스튜라고 부른다.
아. 오늘도 빵으로 접시 닦게 생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