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초여름 메밀꽃 명소 추천
하얗게 피어난 메밀꽃은 제주의 늦봄과 초여름을 상징하는 풍경이다.
흔히 메밀꽃 하면 강원도를 떠올리지만, 실제로 국내 최대 메밀 재배지는 제주다. 봄과 가을 두 차례 재배가 가능한 기후 덕분에 이른 여름, 섬 전체가 메밀꽃으로 뒤덮이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기온이 높아지는 5월 말부터 6월 중순 사이, 제주의 들판 곳곳은 작은 꽃들이 모여 만든 하얀 융단으로 변한다. 수많은 꽃송이가 만들어내는 이색 풍경은 단순한 경관을 넘어, 제주의 계절감을 가장 생생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메밀꽃은 피었고, 이를 테마로 한 지역축제와 산책로, 체험 공간까지 다채롭게 마련됐다. 지금 떠나면 마주할 수 있는 메밀꽃 명소 다섯 곳을 소개한다.
제주시 조천읍 와흘리에서는 매년 늦봄, 메밀꽃 문화 축제가 열린다. ‘자청비 와흘 봄 메밀문화축제’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이 행사에서는 메밀밭 산책과 함께 전통 음식 시식, 소규모 공연, 지역 체험이 어우러진다.
5월 31일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되며, 포토존과 밭담길은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제주시 오라동에서는 청보리와 함께 자라는 메밀꽃밭이 여행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2025 메밀꽃오라 with 청보리밭’은 6월 8일까지 이어지며, 인공 무대 없이 자연 그대로의 들판을 걷는 콘셉트로 구성됐다.
약 1.5km 길이의 비포장 산책로는 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진 배경과 함께 제주 특유의 들꽃이 어우러져, 평화로운 산책을 가능케 한다. 흙길이 많기 때문에 운동화 착용은 필수다.
조용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서귀포시 표선면에 위치한 보름왓 메밀밭이 제격이다.
이곳은 10년째 운영 중인 개인 농장이자, 사계절 꽃이 피는 복합문화 공간이다. 6월 15일까지 일반에 개방되며, 현재는 메밀과 수국이 함께 만개해 이색적인 풍경을 만든다.
내부에는 메밀껍질을 활용한 수공예 체험, 초콜릿 제조 프로그램, 로스터리 카페 등이 마련돼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도 인기가 높다.
보다 로컬한 축제를 원한다면 서귀포시 안덕면 광평리를 추천한다. ‘한라산 아래 첫마을’이라는 별칭을 가진 이곳에서는 6월 7일부터 8일까지 단 이틀간 마을 주민들이 기획한 소규모 메밀꽃 축제가 열린다.
별도의 개회식 없이 길놀이 퍼레이스로 시작해 국악 공연, 전통 음식 부스, 공예 체험 등 따뜻한 분위기의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상업적 색채보다 일상에 가까운 여유를 찾고 싶다면 이상적인 장소다.
이 외에도 제주시 애월읍 항몽유적지 주변이나 성읍민속마을 인근 들판에서는 인파를 피해 조용히 산책하며 메밀꽃을 감상할 수 있다.
대부분 입장료 없이 운영되지만, 일부 개인 농장은 관리 유지를 위해 소액의 체험비나 식음료 이용이 요구되기도 한다.
제주는 단순히 메밀꽃을 감상하는 장소를 넘어, 메밀을 중심으로 한 독자적인 음식문화도 형성되어 있다.
전통 메밀묵을 비롯해 최근 인기를 끄는 메밀 초콜릿, 메밀 스콘 등으로 확장되며 지역 특산물로의 가치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보름왓 같은 공간에서는 초콜릿 생산 과정을 직접 볼 수 있어 체험 교육 장소로도 활용된다.
가장 제주다운 계절은 언제일까. 초여름의 메밀꽃은 그 질문에 대한 조용한 대답이 된다. 꽃잎처럼 가벼운 그 순간들은 짧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봄이 완전히 떠나기 전, 지금 그 길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