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추천 여행지, 담양 명옥헌
푸르른 연못과 고택, 붉게 물든 배롱나무가 어우러지는 전라남도 담양군 명옥헌은 입장료와 주차비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여름 정원의 정수를 선사한다. 7월부터 이어지는 화려한 꽃 개화 덕분에 무료 꽃 명소를 찾는 이들에게 특히 안성맞춤이다.
전라남도 담양군 고서면에 위치한 ‘명옥헌 원림’은 조선 중기 문인 오희도의 아들 오이정이 17세기경 조성한 민간 정원이다.
정자와 연못, 나무가 조화롭게 배치된 고즈넉한 풍경은 조선 선비의 자연관과 미학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명옥헌에는 두 개의 연못이 있다. 상단 연못은 별도의 석축 없이 땅을 깊이 파낸 자연 지형을 살린 방식이며, 하단 연못은 경사면의 일부에 둑을 쌓는 기법으로 설계됐다. 이처럼 인공미보다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한 설계는 방문객에게 온화하면서도 고결한 인상을 남긴다.
이 정원의 백미는 여름철 배롱나무다. 7월이 되면 진홍빛 꽃망울이 피기 시작해 8월 중순까지 이어진다. 꽃잎이 수면 위로 떨어지는 풍경은 한 폭의 동양화 같은 감성을 자아내어 사진 애호가는 물론 서정적인 정취를 즐기고 싶은 이들의 발걸음을 끈다.
명옥헌은 단순히 꽃을 감상하는 장소가 아니다. 조선 인조가 왕위 계승 전 호남 인재를 물색하기 위해 이곳을 세 차례 방문한 기록이 남아 있다.
그의 말이 묶였던 ‘인조대왕 계마행’ 은행나무가 정원 북쪽에 여전히 서 있어 역사의 숨결을 전한다. 유학자 우암 송시열이 이곳을 찾아 감동한 나머지 바위에 ‘명옥헌’이라는 글씨를 새겼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는 이곳이 선비의 정신과 자연의 조화를 상징하는 공간임을 보여준다.
운영은 간단하다. 명옥헌은 연중무휴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되며, 계절과 무관하게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
담양읍에서 고서면까지 차량으로 약 20분, 버스 이용 시 약 30분 정도 소요된다. 주변에 가볼 만한 명소로는 죽녹원, 소쇄원, 식영정 등이 있어 담양의 전통 정원을 둘러보기에 좋다.
한적한 정자에 앉아 배롱나무 꽃잎이 떨어지는 연못 위를 바라보면, 요란한 도시의 복잡함은 저만치 멀어진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붉은 꽃과 고즈넉한 정원의 공감된 정취를 느끼며 여유를 되찾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