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ke dissolves like.. 끼리끼리
화학에서 물질이 서로 얼마나 잘 섞이는지를 간단히 표현한 말로, ”극성은 극성끼리, 무극성은 무극성끼리“라는 말이 있다.
서로 성질이 유사한 물질끼리 잘 섞인다는 원리로, 물질의 성질 중 전하의 분포가 불균일할 때 나타나는 성질을 극성(polarity)이라고 한다. 보통은 물질을 둘러싼 전자의 분포가 균일하지 않고,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물질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전자가 많은 부분과 적은 부분이 상대적으로, (-)와 (+)로 작용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대표적인 극성 물질은 다름 아닌 ‘물’이다. 물 분자 내의 전자의 불균일적 분포는 물분자의 모양을 결정하기도 하고, 이런 분자 모양으로 인해 다른 물분자와 수소결합할 때 육각형을 이루기 쉽게 하기도 한다. 분자 내 위치에 따라 상대적으로 (-)와 (+)가 존재하므로 소금과 같은 (+)/(-) 이온 결합 물질을 잘 녹이는 성질을 가진다.
이에 반해 대표적 무극성 물질인 기름은 전하가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이 대체로 유사한 수준의 분포를 가진다. 이런 물질은 극성이 높은 물질과는 서로 잘 섞이지 않고, 자기와 유사하게 극성이 높지 않은 물질과만 친화력이 높다. 그로 인해 소위 기름때는 물빨래로는 잘 되지 않고, 세탁소에서 유기용제를 사용하는 드라이클리닝으로 해야 잘 지워지는 것이다.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듯, 기름장의 소금도 녹지 않는다. 소금물은 있지만 소금기름은 없는 이유이다. 하지만 화학자들이 누구인가, 바로 연금술사의 후예가 아닌가!
화학자들은 이처럼 서로 섞이지 않으려고 하는 성질이 다른 두 물질을 섞는 방법을 수천 년 동안 연구해 왔다. 현대에 와서는 ‘분산’이란 방식으로 ’소금기름‘을 만들 수 있다!!
‘분산’이란 말은 화학과 수학에서 유사하지만 조금은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 우선 수학에서 분산은 수치들이 평균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에 대한 통계적 지표를 의미한다. 그에 따라 보통 수학에서는 분산이 큰 쪽보다는 작은 쪽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생산제품의 규격이 균일하다거나, 통계의 예측성이 높아지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화학에서의 분산은 하나의 물질이 다른 물질 속에 얼마나 고르게 섞여 있는지를 의미한다. 따라서 수학과는 반대로 분산도가 높은 쪽을 지향하는 편이다. 미숫가루를 물에 타 먹을 때 분산이 잘되어야 좋은 것 아니겠는가.
이런 분산은 크게 두 가지 접근 방식이 있다. 물리적 분산과 화학적 분산이 바로 그것이다.
물리적 분산은 한마디로 영화배우 마동석처럼 물리력으로 자기들끼리만 꽁꽁 응집한 입자를 깨부수어 분산시키는 방식이다. 고속교반이나, 초음파, 절구나 맷돌에 갈아버리는 것과 유사한 밀링법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화학적 분산은 디테일하게 보자면 또 여러 가지로 나눌 수 있겠지만, 크게 보자면 결국 분산하고자 하는 물질의 표면을 다른 물질로 치환하거나, 별도의 분산제나 계면활성제로 불리는 물질을 추가하여 극성 물질과 무극성 물질의 계면의 극성의 차이를 줄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일상에서 간단히 볼 수 있는 물질 중 대표적인 것은 ‘비누’이다. 비누는 한쪽 끝에는 친수성인 극성기를 가지고 반대쪽은 무극성이 강한 기름 같은 탄화수소 물질로 이루어져 있어 물과 기름의 계면에서 서로를 섞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어, 계면활성제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이제 소금입자를 기름에 넣고 막자사발에서 갈아버리거나, 소금입자의 표면을 둘러싸 기름에 잘 섞이도록 만들어줄 계면활성제 같은 분산제를 넣고 섞는 방식으로 ‘소금기름’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회사의 집체교육장에도 이런 화학법칙이 작용하기 마련이다. 인사팀의 입장에서는 서로 다른 조직의 사람들을 골고루 소통하게 하고 싶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이 여러 조직의 사람들을 모아 놓다 보면, 바로 ‘끼리끼리’ 현상이 발생한다. 같은 조직 사람들끼리만 한 테이블씩 차지하고 서로 다른 조직과는 섞이지 않는 것이다.
이때 인사팀은 분산 엔지니어 마냥 사람들을 서로 분산시키기 위해 두 가지 전략을 사용한다.
물리적 분산, 즉 각 테이블마다 서로 다른 조직의 사람들이 앉도록 사전에 자리를 지정해 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물리적으로 자연스럽게 같은 조직의 사람들은 멀어지고, 서로 다른 조직의 사람들과 섞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물리적 분산은 겉으로는 잘 섞인 것 같지만, 진정한 케미스트리가 작용하기에는 아직 2% 부족하다.
이 순간 등장하는 화학적 분산법, 바로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는 저녁식사자리에 스리슬쩍 제공되는 분산제이자 계면활성제, ‘알코올’이라는 마법의 묘약을 뿌리는 것이다. 술이 들어가는 순간 ’남‘자에 붙은 점하나가 사라지고 ‘님’이 되고 마는 것이다.
물론, 화학적 분산법은 바로 그 분산제 자체의 유해함 때문에 함부로 쓸 수 없을 수도 있다. 액체에 녹지 않는 분산제는 사용할 수 없듯,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술과 함께하는 시간은 고역의 시간이자 진상만 마주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때론 잘 섞인다고 과하게 분산제를 들이부었다가 용액의 색상이나 맛이 변해버리듯, 과음은 조직활성화라는 원래의 목적은 상실하고 지독한 숙취만을 남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어쩌면 인사팀은 이런 물리와 화학적 분산 스킬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연금술사를 찾고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