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두고 싶은 사람은
어쩌면 다정함이란, 서로의 진심을 느낄 수 있을 만큼의 적당한 거리를 지켜주는 일인지도 모른다. 마음에 있는 아픔을 다 들춰 보이지 않아도 되는 거리. 정말 힘들 때, 간절히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한 사람.
나에게는 그런 분이 있다.
그분은 내게 자주 고맙고, 미안해라고 말했다. 메시지의 마지막에는 늘 "고마워"라는 다정한 마침표를 남겨주었다.
그 짧은 말들이 내 마음의 빈 곳을 채워주는 따뜻한 응원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디자이너와는 전혀 다른 길을 가려던 내게, 그분은 귀인처럼 나타났다.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이토록 멋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고, 그분의 작업을 보며 나는 서서히 그 삶을 닮고 싶은 사람으로 변해갔다. 내 삶의 방향이 바뀐 그 전환점은, 누군가 내 영혼에 생기를 불어넣어 준 순간과도 같았다. 사람은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생각의 방향도, 삶의 흐름도 달라진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서야 깨닫는다.
나무에 고유한 결이 있듯 사람에게도 마음의 결이 있다. 성품이 좋은 사람 곁에 있으면 내 마음은 차분해지고 방향을 다시 잡는다. 그 사람의 고운 결이 내 마음에 기분 좋게 스며들기 때문이다. 꽃향기가 바람을 타고 은은히 퍼지듯, 성품의 향기는 모르는 사이 스며들어 어느 순간 내 생각의 흐름을 바꾸어 놓는다.
하지만 인생에 늘 향기로운 결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부정적인 언행과 태도로 내 삶을 뿌리째 흔드는 사람도 있었다. 그 사람이 남긴 상처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며, 눈물이 마를 날 없던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세상에는 나쁜 사람도 존재하며, 그 영향력이 한 사람의 삶을 얼마나 깊이 흔들 수 있는지를.
수많은 반창고를 붙여도 좀처럼 낫지 않는 상처를 돌보며,
‘사람을 구별하는 레이더가 있다면 이런 소모적인 아픔은 겪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원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상담치료사는 말했다. 그 시간은 성장을 위한 통증이었고, 흔들리지 않는 법을 배워가는 내적 성숙의 과정이었다고.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지나서면 결국 성숙을 배운다.
불안정하게 흔들리던 어두운 그림자마저 삶의 결을 더 깊게 만들었음을 이제는 인정한다.
짙은 어둠도 결국 찬란한 빛 앞에서는 힘을 잃는다는 것을, 그 깨달음이 나를 조금 더 밝은 방향으로 이끌어 줄 것이라 믿는다.
누군가에게 건넬 수 있는 가장 다정하고 진심 어린 말은 “고마워”일지도 모른다.
다정함은 결국 그 한마디로 완성된다. 마음 깊은 곳에서 전해지는 언어로.
우리는 매일 여러 감정을 느끼며 살아간다. 아직 다 풀리지 않은 마음을 안고, 그것을 다독이며 하루를 산다.
타인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삶 속에서 나는 어떤 사람으로 남고 싶은지. 갈림길에 설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지금, 어느 쪽의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무너지지 않으려 지켜온 시간들이 있었다. 지금도 그 시간 위를 걸어가고 있다. 피하고 싶었던 숙제를 끝내 외면하지 않고 여기까지 걸어온 오늘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고마워."
S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