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말 없이 끝난 관계

by 이수 E Soo

6년이었다.

길다고 말하기엔
어떤 날들은 너무 짧았고,
짧다고 말하기엔
너무 많은 계절이 그 안에 있었다.


우리는 오래 보자고 했었다.
나이 들어서도, 서로에게 좋은 사람으로 지내자고.
그 말은 이상하게도 오래 마음에 남았다.
어떤 약속처럼,

어디에도 쓰여 있지 않지만 지켜질 것 같은 말로.

그래서 나는
그 사이가 쉽게 끝나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친구를 닮은 카페.

나는 그 카페의 컵을 좋아했다.

그 공간에 어울리는,
그 사람이 고른,
그래서 갖고 싶었던 컵이었다.

“이 컵, 나 줄래?“

가볍게 말했지만,
사실은 가볍지 않았다.

그건 물건이 아니라
그 시간의 일부였으니까.


친구는 말했다.

“돈으로 사.”

나는 웃으며 넘기지 못했고,
결국 그 컵의 값을 지불했다.

그날 이후로
그 컵은 더 이상 예쁘지 않았다.

포장된 채로 서랍 깊은 곳에 숨겼다.


우리는 자주 부딪혔다.

나는 관계를 설명하려 했고,
친구는 관계를 정리하려 했다.

나는 왜인지 묻고,
친구는 선을 이야기했다.

같은 말을 하는 것 같았는데
결국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아무 말도 없이 끝났다.

연락이 닿지 않았고,
모든 것이 조용히 끊겼다.

안녕이라는 단어, 마침표 없이

끝났다는 사실만 남았다.


나는 한동안
그 이유를 찾았다.

왜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왜 나였을까,
왜 아무 말도 없었을까.

질문은 계속 늘어났고
답은 하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마치
어디에도 묻히지 못한 감정처럼
계속 남아 있었다.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

그러다 문득 알게 되었다.

어떤 관계는
설명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미 충분히 보여준 방식으로
끝나기도 한다는 걸.

친구는 나에게
오래 보자고 했지만,

그 말의 의미는
내가 생각한 것과는 달랐다.


나는
마음을 나누는 관계를 생각했고,
친구는
선을 지키는 관계를 말하고 있었다.

같은 문장이었지만
다른 언어였다.


나는 친구에게
여러 번 무언가를 주었다.

물건도, 시간도,
그리고 설명하려는 마음도.

친구는 그것들을
받아들였지만,
같은 방식으로 돌려주지는 않았다.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저
다른 방식의 사람이었을 뿐이다.


이제 와서
돌려받고 싶은 것들이 있다.

친구가 쓰고 있을지도 모르는 물건들,
그 공간 어딘가에 남아 있을 나의 흔적들.

하지만 아마
그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대신
내가 가져오기로 했다.

그때의 마음을,
그때의 나를.


나는 관계를
끝까지 설명하고 싶은 사람이었고,
친구는
설명 없이 끝낼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끝까지 같아지지 못했다.

이제는 안다.


오래 보자는 말이
오래 사랑하자는 뜻은 아니라는 걸.

좋은 사이로 지내자는 말이
따뜻하게 지내자는 뜻도 아니라는 걸.

그래도 괜찮다.

나는 여전히
무언가를 건네는 사람이니까.

다만 이제는
그 방향을 조금 더 천천히 고를 것이다.


나는 끝까지 사람을 사람답게 대했다.

Soo+

모든 것을 용서해야 하는 건 아니다, 나는 어떤 무례를 끝내 이해하지 못했다.


매거진의 이전글오늘을 사는 사람, 내일을 그리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