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들을 잘 후회하지 않는다. 했던 일들을 뒤돌아보지 않았고, 지나간 일에 붙잡히지도 않았다.
앞으로 나아가기 바빴고, 주춤하지 않고 살아왔다.
캐나다에 살면서 해가 바뀔 때마다 시간을 헛되이 보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아마도 그건 나이가 들수록 어제가 그제처럼 빠르게 멀어지고, 그 시간이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 버리는 것에 아쉬움이 남기 때문일 것이다.
하루에도 수많은 감정이 오간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기 싫어 Day off나 Sick day를 쓸지를 물 한 잔 마실 때까지 고민한다. 사무실에 도착하면 옆자리에 앉은 카피라이터가 볼륨을 크게 키우고 킥킥거리며 릴스를 볼 때, '에어팟 좀 끼고 들을래?'라고 말할까를 수십 번 생각한다. 시선만 주고 끝내 말은 못했다. 이 또한 감정 소모. 말하지 않은 문장들이 그날의 피로가 된다.
오늘 아침, 늦잠을 잤다. 알람을 끄고 다시 잠들었는지 눈을 떴을 땐 7시 30분이 넘어 있었다. 흐리고, 비가 오다가, 눈이 섞이는 이상한 날씨 때문인지 2주 전부터 아침에 일어나는 게 곤욕이다. 지금 캐나다는 제일 힘든 시기다. 봄이 오는 3월인데 날씨는 아직도 겨울이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이 시기를 견디지 못하고 따뜻한 곳으로 여행을 가곤 한다. 계속되는 이런 날들을 버티려니 몸도 마음도 무겁다.
부랴부랴 집을 나서느라 점심도 챙기지 못했다. 닭가슴살과 샐러드, 과일 몇 알, 요거트 대신 오늘은 ‘무엇을 먹을지’에 또 한 번의 에너지를 쓴다. 스타벅스 앱을 켜고 런치 메뉴를 넘기며 작은 선택들 사이에서 시간을 보낸다. 픽업을 하러 밖으로 나갔을 때,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바람은 상큼하고 시원하다. 차를 몰고 가는 8분, 그 짧은 거리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인다. 그 순간만큼은 기분이 조금 괜찮아진다. 매장에서 익숙한 인사가 건네진다. "필요한 거 없어? 담아갈 것을 챙겨줄까?" 나는 괜찮다고 말하고 준비된 커피와 샌드위치 하나를 받아 든다. 바람이 차갑지만 바깥공기가 좋아 자리를 잡고 앉았다.
요즘, 나는 지나간 시간을 다시 꺼내 보고 있다.
내가 했던 말들, 내가 했던 행동들, 그때의 감정들.
답이 없는 질문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기 시작한다. 나는 분명 뒤돌아보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지금의 나는 자꾸만 그때로 돌아가고 있다. 그때의 나는 정말 최선이었는지, 지금의 나는 조금은 더 나아졌는지.
그 감정들을 뒤로하고 요즘은 현재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상담가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나는 늘 현재보다 미래를 먼저 살아가던 사람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당신을 한 문장으로 말하고 싶다면, 어떤 사람인가요?”라는 질문에 나는 내가 이룬 결과들로 나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온 실천가라고 답했다. 정체되어 있는 상태는 나에게 가장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고, 무언가를 이루어냈을 때의 희열이 나를 움직이는 가장 큰 에너지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성장을 동력 삼아 다음 성취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이라고 믿어왔다.
그러나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꿈꾸느라, 지금의 나는 자주 뒤로 밀려나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현재를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
“과거와 미래는 환상이고, 지금 이 순간만이 진짜다.” - 에크하르트 톨레
“미래는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 마하트마 간디
이 수많은 감정은, 오늘 하루를 치열하게 살아냈다는 가장 솔직한 증거가 아닐까. 과거보다, 미래보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자.
S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