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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없는 조용한 외면-스톤월링(Stonewalling)

아무 말 없는 시간의 무게

by Soo 수진

어떤 관계는 말로 끝나지 않는다.
갈등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싸움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어느 순간 조용해진다.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말들이 사라지고, 그 침묵은 생각보다 더 오래, 더 깊게 남는다.

이런 상황을 ‘스톤월링(Stonewalling)’이라고 한다.
대화를 피하고, 침묵으로 반응하며, 상대와의 연결을 차단하는 방식.
말로 해결하지 않고, 말 자체를 멈춰버리는 것이다. 그 침묵은 종종 무시보다 더 크고, 더 오래된 상처를 남긴다.

그 침묵 속에 있는 사람은 혼란스러워진다.
무슨 말을 했던 걸까.
어디서부터 어긋난 걸까.
자신을 돌아보다가, 결국엔 자신을 의심하게 된다.
자책은 반복되고, 고립감은 깊어지며,
‘내가 뭘 잘못했지?’ 하는 생각이 자존감마저 흔든다.

이 모든 감정은 '단지 아무런 답이 없었다’는 이유로 시작된다.


한 친구가 있다.
함께 깊은 이야기를 나눴고, 편안하고 오래가는 관계를 만들고 싶다고 진심 어린 말을 건네던 사람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조용해졌다.
특별한 일도 없이, 설명도 없이.
내가 캐나다로 돌아온 시점과 맞물려, 대화는 멈췄고,

그 침묵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물리적인 거리는 멀어졌지만, 그보다 더 먼 것은 아무런 말도 없이 단절된 마음이었다.

그 친구는 어쩌면 자신만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감정을 감당하기 어려웠거나, 혹은 회복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그 마음을 부정하진 않는다.
다만, 이런 방식이 누군가에게 어떤 무게로 남는지는 알아줬으면 한다.

말이 사라진 자리는 그저 조용한 게 아니다.
말이 허락되지 않는 관계는 상대에게 설명할 기회도, 이해받을 권리도 같이 가져가 버린다.

그 자리에 남겨진 사람은 스스로의 마음을 수없이 뒤집으며
‘말할 수 없는 감정’을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혹시 지금,
비슷한 침묵 속에 있는 사람이 있다면 부디, 자신을 너무 의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상대의 침묵은 내가 잘못해서 생긴 결과가 아닐 수도 있다는 걸 기억했으면 한다.

관계를 정리하는 방식에도 존중이 담길 수 있다.
말이 없는 관계가 남기는 상처는 ‘그럴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용서되기 어렵다.

우리는 누구나 대답 없는 침묵보다는 서툴더라도 말로 끝나는 관계를 통해 덜 아프게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Soo+

흔들리는건 나였다. 단단해지려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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