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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Jun 28. 2021

LGBTQ+

사람들은 왜 사람들을 괴롭힐까?

원래 나는 스웨덴에서의 경험을 굵직하게 모두 풀어내고 미국에서의 경험을 풀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뉴스에서 차별 금지법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사람들이 LGBTQ+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다시금 보게 되면서 내 뇌가 이 이슈에 대해 활발히 돌아가는 지금 이 이야기를 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선 내가 LGBTQ+를 처음 접한 것은 미국 버클리에 처음 도착하고 몇 달 뒤 샌프란시스코 Pride parade에서였다. 처음엔 그게 뭔지도 모르고 그냥 퍼레이드를 한다고 해서 구경을 갔었다. 퍼레이드를 처음 봤을 때는 역시 미국은 자유로운 나라구나! 싶었다. 누드로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사람, 화려한 화장을 하고 빛나는 드레스를 입으며 행진하는 사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특이하고 독특한 패션으로 행진을 하는 사람 등등 내가 살면서 보지 못한 모든 것을 본듯한 기분이었다. 놀이공원에서의 퍼레이드도 지루해하던 나였는데 여기에서의 퍼레이드는 너무 신이 났고 정신없이 사진을 찍으며 즐겼었다. 중간중간 퍼레이드를 하던 사람들이 관중들 근처로 와서 셀러브리티처럼 악수를 하고 떠나곤 했는데 그때마다 사람들은 일순간 팬이 된 것처럼 악수를 요청하곤 했다. (물론 나도 그 일시적 팬들 중 한 명이었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그저 화려하고 유쾌하기도 했던 퍼레이드를 몇 시간을 즐기고 난 후에 LGBTQ+ 이슈에 대해 접했을 때 나는 이게 이슈가 된다는 게 이해가 되질 않았다. 내가 모든 LGBTQ+를 알지도 못하고 그 당시 기껏 만났던 사람들이라고 해봐야 퍼레이드에서 잠깐 본 사람들뿐이었지만 나에게 그 사람들은 그저 조금 화려하게 옷을 입고 자유롭게 또 자신 있게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들일 뿐이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에 대해 찬성한다 반대한다라니....? (너네가 뭔데...?


나는 LGBTQ+로 그들을 정의한다는 것도 나중에 학교에서 인류학 수업을 들을 때가 돼서야 알았다. 나에게 그 사람들은 딱히 다른 부류로 분류되는 사람들이 아니었기에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듯 그 사람들에게도 크게 관심이 없었다. 나에게 LGBTQ+에 대한 이슈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며 그들은 어떤 사람인지를 자세히 다뤘던 인류학 수업 이후에서야 이 이슈에 대해 자각하기 시작했다. 인류학 수업의 결론은 그저 그들도 사람이라는 것이었고 많은 과학적 연구 자료에서 그들에 대한 오해를 풀어냈지만 여전히 거짓을 진실로 믿으며 그들을 핍박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LGBTQ+들에게 내가 할 것은 없지만 그들을 공격하는 사람들에게는 내가 할 일이 있다는 것도 배웠다.  


이렇게 LGBTQ+에 대해 배우기도 했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이 문제에 대해 내가 무언가 행동할 일은 없었다. 내 주변 환경은 LGBTQ+에 차별을 두는 환경이 아니었고 오히려 내가 다녔던 학교는 LGBTQ+들의 자유와 인권을 강력히 보호하던 학교였기에 LGBTQ+관련 이슈는 나에게 먼 나라 이야기였다. 그러던 나에게 이 이슈에 눈을 뜨게 만든 사건이 일어났다. 


위에서 썼듯이 우리 학교는 LGBTQ+ 차별에 반대하고 그들의 인권 보장에 힘쓰는 학교였다. 그러다 보니 학교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의 연인들을 볼 수 있었다. 하루는 친구와 학교 내 카페테리아에서 밥을 먹으려고 줄을 서있었는데 앞에 레즈비언 커플이 알콩달콩 애정을 표현하고 있었다. (그저 서로 손잡고 가볍게 뽀뽀하고 농담하며 웃고 있었다.) 그런데 내 옆에 있던 친구가 한숨을 쉬며 뭐라고 중얼거리는 걸 들었는데 제대로 듣지 못해서 내가 "뭐라고?"라고 되물으니 "아니야" 하고 말을 돌려버렸다. 그 이후에도 종종 LGBTQ+들을 보면서 부정적인 재스쳐를 취했었는데 하루는 내가 작정하고 그 친구를 한 번 떠봤다


"요즘 LGBTQ+가 이슈화 되더라. 사람들은 왜 그렇게 남의 인생에 관심이 많은지 모르겠어."

"걔들이 좀 그렇긴 하잖아."

"...? 좀 그렇다는 게 무슨 말이야?"

"좀 더럽잖아."


이때 나는 무언가로 뒤통수를 크게 얻어맞은 거 같았다. 다른 곳도 아니고 우리 학교에서 그것도 내 주변의 사람이 포비아라니! 나는 따지듯 그 사람들이 뭐가 더럽다는 거냐며 물었고 거기에 대한 친구의 대답이 더 충격적이었다.


"아니 걔들은 원래 더러운 애들이야. 에이즈도 퍼트리고.... 성경에서도 걔들은 죄라고 하잖아."


나름 미국에서 그것도 동성 결혼이 합법인 캘리포니아에서 거기다 LGBTQ+의 인권에 힘쓰고 많은 캠페인을 하는 우리 학교에 이런 사람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나는 그 친구에게 열심히 내가 배운 것들을 설명하고 그 이상한 오해를 풀어보려 노력했지만 내가 너무 부족했던 건지 그 친구는 "어쨌든 난 그건 더럽다고 생각해."라고 하며 대화를 끝내버렸다. 그리고 나는 이때 왜 아직까지 LGBTQ+에 대한 부정적인 사람들이 존재하는지 알 수 있었다. 


'아... 이 사람들은 아예 들을 생각이 없구나.'


이 사람들은 들을 생각도 없고 관심도 없다. 그저 내가 싫으니까 남의 인생에 찬성이다 반대다 참견하는 것이다. 그렇게 싫으면 그냥 남의 인생에 신경을 꺼줬으면 싶지만 그 사람들은 그것도 힘들어 보인다. 굳이 밖에 나와서 "반대" 시위를 하는 걸 보면. 내가 그 사람들 앞에서 '난 너의 존재를 반대해 네 존재는 죄고 넌 더러워. 그러니까 사라져 버려!' 하면 그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최소한 그 친구는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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