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베이스 수업
첫 학기 첫 period의 기말고사를 마치자마자 다음 주 두 번째 period가 시작됐다. 이때 들었던 수업은 Dynamical Astronomy와 Statistical tools라는 수업이었다. 전자는 관측에서 보이는 별들의 움직임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에 대해 공부하는 수업이었고 후자는 천문학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통계학을 배웠다. 이 두 수업의 특징은 프로젝트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각 수업마다 4개씩 프로젝트 과제가 있었고 제출 날짜는 두 수업이 맞춘 듯 (실제로 맞춘 건 맞다) 번갈아가며 돌아왔다. 물론 이론 수업도 존재했는데 과제 제출일에 쫓기다 보면 이론을 따로 공부할 시간 따위 존재하지 않았다.
천체물리에서 프로젝트라 하면 논문들을 읽고 보고서를 쓴다던가, 직접 관측소에 가서 관측을 하고 보고서를 쓴다던가, 코딩으로 데이터 분석을 해서 보고서를 쓴다던가, 코딩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서 결과에 대해 보고서를 쓴다던가이다 (결국 보고서뿐이다). 이 두 수업은 수업에서 배운 이론적 내용을 활용하여 코딩을 하고 데이터를 분석해서 보고서를 쓰는 것이었다. 즉, 매주 보고서를 1개씩 써서 제출해야만 했다.
코딩의 특성상 한 번 막히면 언제 해결될지 장담할 수 없고 며칠을 짠 코드을 뒤엎어야 할 수도 있는데 1주일에 한 종류의 코드을 짜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보고서를 쓴다는 게 지금 생각하면 말이 안 되지만 내가 지금 석사를 무사히 마친 걸 보면 해내긴 해낸 모양이다. 이미 이 전의 수업들이 너무 어렵고 힘들다고 생각했었는데 이건 조금 다른 종류의 어려움이었다. 이 전의 수업들이 한 걸음 한 걸음이 힘들었다면 이 수업은 제출기한의 압박에 언제든 낭떠러지로 떨어질거 같은 불안감이 있었고 단 한 걸음도 여유를 부릴 수 없었다.
그래도 한참을 오피스에서 친구과 열띤 토론을 하고 교수에 대한 저주를 쏟아부으며 코드를 완성하는 그 과정은 뿌듯 했고 즐거웠다. 완성되기 전까지는 너무나도 힘들고 다 때려치우고 싶었지만 일단 한 번 풀리면 찾아오는 그 성취감에 끝까지 프로젝트를 붙잡고 있을 수 있었다. 기말에서 날 낭떠러지로 밀어버릴 줄은 몰랐지만...
기말고사는 크리스마스와 새해 때문에 Takehome으로 1주일의 기한을 두고 문제를 풀어서 제출했는데 만만히 생각했다가 받은 결과는 처참했다. 그나마 프로젝트로 점수를 쌓아둬서 겨우 패스는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