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좋아했던 수업
석사과정중에 들었던 수업들 중에 가장 재밌었던 수업은 Planetary Systems라는 수업으로 행성들의 지질학적 특성과 대기의 특성들을 배우고 행성의 탄생과 진화를 다뤘다. 이때 이미 코로나때문에 줌으로 수업을 진행했는데 솔직히 수업 자체는 그렇게 재밌었던건 아니었다. 그저 슬라이드만 보면서 교수님의 설명을 듣는게 다였기에 재미있기가 힘들었다. 그럼에도 이 수업이 가장 재밌었던 이유는 수업에서 나오는 과제들 때문이었다. 매주 세가지의 질문이 나오는데 1주동안 들은 수업내용을 가지고 그 세가지 질문들에 답을 해서 제출하는 과제가 있었고 파이널 프로젝트로는 행성과 관련한 주제를 하나 정해서 문헌조사를 하는것이었다.
첫 번째 과제는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는 상황에서 수업에 더 집중을 할 수 있게 도와줬던것 같다. 물론 자료를 찾아보거나 전공책을 찾아보면 충분히 답할 수 있지만 수업에서 더 자세히 집중적으로 설명해줬고 가끔은 책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이 나오기도 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글자수 제한이 있어서 정말 중요한 내용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기도 했었다.
두 번째 과제는 한 달 내내 준비한 과제였다. 내가 정한건 "pebble accretion"이라는 주제였는데 이와 관련한 논문을 기본 3개 이상 교수님이 추천해준다. 그럼 그걸 읽고 주제에 대하여 5장의 보고서를 써서 내야했다. 보고서에 꼭 들어가야 하는 내용도 미리 주어지기 때문에 논문들을 읽으면서도 뭐가 중요한지 뭐에 집중해야하는지 알기 쉬웠다. 다만, 주제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고 보고서를 쓰려면 3개 논문으로는 부족했기 때문에 내가 더 찾아서 공부해야 했고 교수님에게 질문을 할 때마다 하나 둘 씩 추천 논문을 보내주셨다. 결국, 보고서 5장을 위해 10개가 넘는 논문과 참고 서적들을 모두 읽어야했다. 정말 힘들고 어려운 과제였지만 그래도 이 과제이후 pebble accretion에 대한 논문을 읽을때면 기본적인 개념들은 모두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게되었다.
두 번째 과제는 보고서로만 끝나는게 아니였는데 보고서를 쓰고난 후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해야했다. 보고서를 쓰면서 많이 정리해두고 이해했기때문에 큰 어려움없이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할 수 있었다. 다만, 발표가 끝나고 교수님이 질문을 할때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겨우겨우 대답했다. 역시 교수님이라그런지 중요하지만 미처 생각치 못하고 지나간 개념들을 콕 찝어서 질문하셨다. 심지어 여러 질문중 하나는 찍어서 대답한것도 있었다 (다행이 정답이었다).
이 수업에서 두 번의 중간고사를 봤는데 두 번 모두 교수님이 그룹을 정해주고 다 같이 풀도록 했다. 물론 답안지는 따로 작성해서 각자 냈지만 서로 알려주고 토론하는것은 완전히 자유였다. 아무래도 결과는 각자 따로 만들고 평가받기때문인지 그룹활동에는 모두 적극적이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그룹도 있었다고한다). 그리고 중간고사 문제들은 시험을 위한 문제들이 아니라 직접 시도해보고 원인을 분석하고 결론을 내는 방식으로 만들어져있었다. 그래서 더욱 그룹활동이 중요한 시험이었다. 단순한 문제풀이가 아니여서 더 재밌게 느껴졌었다.
스스로 찾아보고 공부하게 만들어주면서 중요한것은 무엇인지 무엇에 집중해야하는지 가이드를 제시해주는 수업 이었다. 그래서 수업에 끌려다니며 공부한다기보다 내가 수업을 이끌어가면서 공부하는 느낌을 받았었고 그래서 더욱 나에게 맞춰서 스스로 공부하고 배울 수 있었다. 쉽지 않은 수업이었지만 많은것을 배우고 챙겨갈수 있는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