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프롤로그_저는 백수입니다

<백수 생활백서>

by 소망이 아빠


00. 프롤로그


저는 백수입니다. 여느 백수가 그렇듯, 저도 제가 백수생활을 하는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이 생활을 시작하며 제일 먼저 그리고 크게 놀란 건, 평일 낮 시간을 직장이나 학교에서 보내지 않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엄청 많다는 거였습니다. 저의 경우는 시립 도서관이었는데, 2~30대의 청년들과 50대 이상의 장년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왜 도서관일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백수가 평일 낮에 갈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지 않으니까요.


백수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왠지 ‘구직자’나 ‘실업자’보다는 한가한 느낌이 듭니다. 아프리카 초원의 수사자처럼 입을 쩍 벌리고 리모컨을 만지작거릴 듯한 뉘앙스예요. 하릴없이 세월을 보내는 느낌,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죠. 꿈이 있고, 목표가 있고, 열정이 있는 많은 사람들이 백수로서의 시간을 살아내야 하는 시대입니다. 능력과 의지가 분명하더라도 그 시간을 견뎌야 하는 요즘입니다.


백수가 되면 일단 혼란스럽습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 늘 학교나 직장 같은 울타리에 속해 있었는데, 그래서 무슨 요일, 몇 시엔 뭘 해야 한다는 게 정해져 있었는데, 갑자기 그 모든 것들이 사라지면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됩니다. ‘바람직한’ 어른의 모습이 획일적인 우리나라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죠.

“잠깐 쉬면서 새로운 일 준비하고 있어요.”

라고 말하면 걱정스런 눈빛부터 받게 되는 사회니까요.


저는 백수입니다. 하고 싶은 일이 생겨서 4년 간 근무한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퇴사 후 꽤 오랫동안 배낭여행을 다녀왔고, 하고픈 일을 위해 열심히 달려 온 게 벌써 6개월입니다. 6개월의 백수생활은 다사다난했어요. 힘들었습니다. 이렇게 힘들 줄 미리 알았더라도 같은 결정을 할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그만큼 내 길을 좇는다는 건 참 어려운 일입니다. 불안한 마음을 달래고 달래며 나를 지켜나가는 일이에요.


아무튼! 당신이 백수가 되었다고 칩시다. 한두 달로 끝날지, 6개월이 될지, 1년이 넘는 긴 시간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일이 벌어져 버렸습니다. 꿈을 위해 이 시간을 택했든 아무도 날 선택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었든 상관없습니다. 일단 이 생활을 시작했다면 힘차게 살아내야 합니다. 건강한 백수로 살다가 멋지게 새로운 길을 시작해야 합니다.


지난 6개월의 백수생활을 통해 경험한 나름의 노하우를 적어보고자 합니다.

건강한 백수로서 힘차게 살아내기 위한 <백수 생활백서>를 시작합니다.




"할 수 있다. 그래도 할 수 있다.

꿈을 가진 백수니까. 백수라고 다 같은 백수가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