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회는 자연에서 온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는 음식인 만큼,
식재료 본연의 풍미와 특유의 바다 내음을 한껏 느끼게 해주는 매력이 있죠.
신선한 생선이나 해산물이 주는 바다의 향기와 맛은 자연이 건네는 선물과도 같아서
다른 조리법으로는 느끼기 어려운 특별한 경험을 선사해주기도 합니다.
물론 저도 초밥이나 카이센동, 나가사끼 짬뽕 등 해산물을 활용한 요리 모두 좋아하지만
회가 주는 즐거움은 가벼운 것 같으면서도 또 하염없이 깊기도 한, 그 나름의 재미가 있달까요.
가볍지만 가볍지만은 않고 / 달지만 달지만은 않고 / 담백하지만 담백하지만은 않고 …
손가락만 한 회 한 점으로
넓디 넓은 바다 전체를 삼킬 수 있다니
복잡한 현실 속에서 바다를 보고 싶거나 멀리 떠나고 싶을 때도 종종 횟집에 방문합니다.
회 한 접시를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 그것만으로 마음 한 곳이 벅차오르기도 해요.
어렸을 때 부모님 손 잡고 갔던 속초의 한 마을이 떠오르기도 하고
아련한 첫사랑과 함께했던 이름 모를 해변의 허름한 횟집이 눈 앞을 지나가기도 하고.
신선한 회는 나의 마음마저 녹여서 싱그럽던 과거로 이끄는 힘을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보통 저는 횟집에 가면 다양한 종류를 한 번에 접할 수 있는 모둠회를 주문하는 편인데요.
생선의 종류나 부위에 따라 달라지는 맛과 식감의 '차이'에 주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광어회 하나를 먹어도 쫄깃쫄깃한 지느러미와 탱글탱글한 뱃살이 주는 즐거움은 각기 다르죠.
탄력있고 단맛이 감도는 뱃살을 먹은 다음에는 조금 더 밀도 있고 단단한 식감의 등살을 꼭 먹습니다.
등살의 살코기는 그 자체로도 담백하지만 씹으면 씹을 수록 은은한 감칠맛을 자랑하거든요.
광어와 비슷해보이지만 맛과 향, 식감에서 큰 차이가 있는 참돔은
살이 두껍고 단단해서 씹을 때 참돔만이 가지고 있는 그 무게감이 참 좋아요.
부드럽지만 조금 더 씹히는 느낌이 있어 깊고 진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적합하죠.
참돔 껍질은 살짝 구워서 불맛을 더해 아부리 해먹는 재미도 있는데요.
'아부리(炙り)'는 일본어에서 '불에 구운'이라는 뜻으로,
생선이나 해산물의 표면을 불로 살짝 그을려서 고소하고 바삭한 맛을 내는 요리법이에요.
참돔 껍질을 아부리로 즐기면 그 특유의 부드러운 식감과 바삭함,
그리고 불맛이 더해져 더욱 다채롭고 풍부한 맛을 즐길 수 있어서 추천합니다.
광어와 우럭, 참돔 같은 흰살 생선을 먹었다면 지방으로 가득한 연어를 먹을 차례겠네요.
연어는 부드럽고 기름진 식감으로 씹을 때마다 입 안에 풍미를 한 가득 안겨줍니다.
연어의 살은 매끄럽고 부드럽게 입 안에서 녹아내리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데
씹을 때는 거의 물컹하게 부서지지 않으면서도 입에 착 감기는 듯한 질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뱃살처럼 기름기가 가득한 부위일수록 입 안에서 살짝 폭신하게 퍼지는 듯한 질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붉은 생선의 대표주자로 참치를 빼놓을 수 없죠.
참치는 씹을수록 진한 고소한 맛이 느껴지는데 부위별 차이를 극대화해서 느낄 수도 있고
김이나 무순처럼 여러 재료를 커스터마이징 해서 입맛대로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뱃살(오도로) 특유의 기름진 맛도 좋지만 간장에 숙성해서 먹는 '아카미'도 별미입니다.
빠른 부패 때문에 냉동회로 먹는 게 일반적이지만
요즘처럼 더운 날에는 오히려 입 안 가득 차갑고 단단한 참치회를 넣고 있으면
일본에서 생선회는 1,0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한다고 합니다.
헤이안 시대(794–1185)에 생선회를 처음 먹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당시에는 생선이 단순히 회로 소비되기보다는 발효시켜 먹는 방식이 더 일반적이었죠.
즉, 생선에 소금을 뿌려 발효시킨 후 먹는 '네리자시'라는 방법이 주류였습니다.
일본에서는 회를 먹는 것이 단순한 음식을 넘어,
정신적인 평화와 조화를 추구하는 예술적 경험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회를 잘라내는 기술과 그 배치에 따라 맛의 향상뿐만 아니라 미적 요소도 중시되기 때문에,
회는 일본에서 예술적인 음식으로 평가받아요.
고급 회 식당에서 회를 제공할 때, 모든 재료가 조화롭게 어울리도록 배치되며,
미각, 시각, 후각을 모두 고려한 종합적인 경험을 제공합니다.
일본 구마모토 지역에서는 회의 신선도가 중요하다는 믿음과 관련된 전설이 있습니다.
구마모토의 오크쇼(屋代)라는 마을에서는 오래전부터 '바다의 신'의 존재를 긍정해왔고
그 신에게 바친 생선이 가장 신선하고 맛있다고 전해집니다.
그래서 구마모토 지역에서는 생선회를 먹을 때
신에게 감사하며 기도를 올리는 전통이 있었다고 합니다.
생선회는 풍수와도 접점이 있는데 일본에서는 살아있는 생선이 행운을 가져온다고 믿었고
붕어나 장어와 같은 생선은 복을 가져오는 상징으로 여겨져
오늘날에도 중요한 행사나 축제에서 자주 사용되고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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