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고 싶지만 도전은 두려운 요나 콤플렉스

-기회가 두려운 나-

by 용기

성경에 나오는 요나는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을 평생의 소명으로 여겼다. 어느 날 요나는 사람들에게 예언을 하라는 하나님의 명을 듣지만, 막상 그 앞에서 두려움을 느끼고 도망친다. 사전에서는 이처럼 실패에 대한 공포로 자신의 성장 가능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상태를 ‘요나 콤플렉스’라고 정의한다.


2022년, 나는 MC가 되고 싶어서 MC 아카데미의 문을 두드렸다. 약 1년의 시간이 지나 아카데미를 수료했지만, 수료했다고 해서 바로 MC로 먹고살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경력도, 실력도 모두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을 때쯤, 같은 아카데미를 수료한 동기 중 한 명이 유아체육 강사라며 나에게 유아체육 일을 권했다.


유아체육 역시 아이들 앞에서 말하고 체육 수업을 진행하는 일이며, 운동회나 발표회 같은 행사에서는 MC로 설 기회도 생긴다고 했다. 돈도 벌고 MC 경험도 쌓을 수 있다면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 친구와 함께 일한 것은 아니었고, 다른 업체에 면접을 본 뒤 나는 유아체육 강사로 일하게 되었다.


MC 아카데미에서 배운 것들이 도움이 되었는지 적응은 생각보다 빨랐다. 하지만 이 업체에서는 내가 MC를 맡을 기회가 없었다. 운동회나 발표회는 모두 대표님이 진행했고, 나는 옆에서 스태프로만 함께했다. (훗날 운동회 MC를 보게 되었을 때, 이 시간이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당시 업무와 페이는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MC 경험에 대한 갈망은 점점 커져만 갔다. 이곳에서는 실전 경험을 쌓는 것이 어렵다고 느꼈다. 주말에라도 결혼식이나 돌잔치 사회를 보고 싶어 여러 업체를 알아보았지만, 대부분 주말 필수 진행 조건이 있었다. 나는 주말에도 업무가 있으면 출근해야 했기 때문에, 업체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지내던 중, 나에게 처음 유아체육을 권했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자신이 유아체육 업체를 차렸는데 함께하지 않겠냐는 제안이었다. 고용 조건은 프리랜서였다. 모든 스케줄 관리와 세일즈를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부담이 있었지만, 대신 스케줄 조정이 자유롭고 일이 늦어도 오후 4시면 끝나 시간 활용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었다.


MC 아카데미를 수료하며 얻은 것 중 가장 큰 것은 스킬보다 커뮤니티였다. 많은 MC들이 초보 MC도 진행할 수 있는 행사 정보를 공유했다. 시간적 여유가 생긴 나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MC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공연 소개 진행 가능하신 분 계신가요? 초보자도 가능합니다.”
“경험 없는 MC도 가능!! 연락 주세요.”
“간단한 레크리에이션, 초보자도 가능한 꿀행사!”


그때, 내 마음속의 요나를 처음 만났다.

초보자도 진행할 수 있다는 구인 글들이 올라왔음에도 나는 선뜻 나서지 못했다. 요나처럼 늘 원하던 기회가 왔지만, 실패했을 때의 장면이 먼저 떠오르며 두려움이 앞섰다.


요나는 나를 계속 흔들었다.
“프리랜서로 전환하면 MC 공부도 열심히 하고 무대에도 많이 올라야지.”
그런 포부와는 달리, 실제로 섭외 연락이 와도 나는 피하기 바빴다. 그런 내 모습이 스스로도 비겁하게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지금 자리에 만족하고 성장을 멈추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말로는 “나는 열정이 있어, 성장할 거야, 도전해야 해”라고 외치면서 막상 기회가 오면 도망치는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체육 수업을 진행하는 어린이집 원장님에게 전화가 왔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희 체육대회를 하고 싶은데, 선생님께서 진행해 주실 수 있나요?”


그 찰나의 순간, 또다시 마음속에서 요나가 꿈틀거렸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요나를 물리치고 싶었다.


“그럼요, 원장님. 제가 진행하겠습니다. 다음 주에 간단하게 미팅하시죠.”


그렇게 나는 첫 체육대회 MC 준비를 하게 되었다. 준비하면서 참으로 청승맞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러고 있지?’

그럼에도 내가 뱉은 말에 책임을 지기 위해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이전 업체에서 체육대회 스태프로 일하며 어깨너머로 봤던 프로그램 진행 방식과 멘트들을 몇 번이고 연습했다. 그리고 결전의 날이 왔다.


“OO어린이집 체육대회를 여러분의 큰 박수와 함께 시작하겠습니다!”


체육대회는 대성공이었다. 원장님께서는 진행이 너무 좋았다며 몇 번이고 감사 인사를 전했고, 학부모님들 역시 즐거웠다며 2학기에도 또 부탁드린다고 요청하셨다.


그 성공은 단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성공의 맛을 본 나에게 요나는 더 이상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나는 조금 더 추진력 있게 움직였다. 결혼식과 돌잔치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는 업체에 들어가 MC로서 경험을 쌓기 시작했고, 지금도 그 일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에 와서야 느끼는 것이지만, 모든 것은 핑계였다.

아카데미를 수료하고 바로 돈을 벌기 어렵다는 이유로 도망쳤던 것도, 사실은 돈이 아니라 실패가 두려웠기 때문이다.


현재 업체에서는 MC를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 역시 핑계였다. 대표님은 좋은 분이었고, 내가 의지를 보였다면 기회는 물론 트레이닝도 충분히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기회가 없다는 핑계로 도전하지 않았다.


프리랜서로 전환한 뒤에도 선배 MC들로부터 기회는 있었지만, 나는 매번 핑계를 대며 도망쳤다.


요나는 하나님의 명을 어기고 도망치다 커다란 물고기에게 삼켜졌다가 다시 뱉어진 뒤, 마침내 하나님의 명을 받아들인다.


사실 지금도 마음속 요나가 요동칠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생각을 멈춘다.

이성적인 계산과 망설임은 요나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요나를 이겨내는 방법은 단 하나다.


생각을 멈추고, 그냥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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