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직업이 주는 가치-
얼마 전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분은 내가 유아체육강사로 일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고, 자신이 유아체육 업체 면접을 보고 왔다며 몇 가지를 물어왔다.
내가 알고 있는 선에서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는 “진지하게 고민해 보겠다”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며칠 뒤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던 중, 문득 궁금해졌다.
“유아체육은 어떻게 하기로 하셨어요?”
그분은 고민을 해봤지만, 다른 일을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직업 선택은 전적으로 개인의 몫이기에 “그렇구나” 하고 넘기려 했지만, 솔직히 마음 한편이 아쉬웠다.
유쾌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성향이 유아체육과 꽤 잘 어울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혹시 안 맞는 부분이 있으셨나요? 저는 oo 씨가 되게 잘하실 것 같았거든요.”
그분은 일이 안 맞았다기보다는, 면접 과정에서 대표와 나눴던 한 대화가 마음에 걸렸다고 했다.
대표는 유아체육을 이렇게 설명했다고 한다.
“하는 일은 그냥 아이들이랑 재밌게 놀아주면 돼요. 크게 어려운 건 없어요.”
그 말은 대표의 겸손일 수도 있고, 면접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배려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분에게는 다르게 들렸다고 한다.
‘그냥 애들이랑 놀아주는 일.’
그 말은 지인이 생각해 왔던 일의 무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고, 결국 마음을 접게 만든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다.
솔직히 나 역시 유아체육이라는 일에 거창한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아니다. 다만 유치원이나 센터 수업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이들의 신체 활동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활동들로 준비하는 것이다.
이런 활동들을 하다 보면 간혹,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활동이 생기기도 한다. 나는 그 옆에서 아이가 포기하지 않도록 돕는다. 그러다 보면 작은 성공들이 쌓이고, 아이들은 성취감과 성장감을 느낀다.
아이들이 예전엔 자신 없어하던 활동을 “나 이거 할 수 있어요”라고 말할 때, 강사로서 나름의 뿌듯함을 느낀다.
물론 이 방식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가치관일 뿐이다.
어떤 강사들은 신체 능력의 발달보다는 ‘뛰어노는 건 즐겁다’는 감각을 먼저 심어주는 데 집중한다.
그래서 아이가 나중에 체육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만약 지인에게 유아체육을 설명했던 대표가 이 직업을 이런 관점에서 이야기했다면, 결과는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직업을 정할 때 돈이나 적성, 워라밸 같은 조건들을 먼저 떠올린다.
나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지인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직업을 선택할 때 생각보다 자주 빠뜨리는 한 가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직업이 주는 가치’
이것은 다른 사람이 함부로 평가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같은 일을 하고 있어도, 그 일을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설명하느냐에 따라 다른 사람이 느끼는 그 직업의 무게는 달라진다.
어쩌면 직업에 귀천이 생기는 순간은 직업의 이름이 아니라, 그 일을 대하는 태도에서부터 시작되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