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좋아서 좋다-
요즘 세상은 각종 효율로 넘쳐난다. 유튜브나 AI처럼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매체가 많다 보니, 그런 정보를 따르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해 보일 정도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우연히 영상 하나를 봤다. 제목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효율적으로 OO 하는 법’ 같은 내용이었을 거다. 그런데 영상보다 인상 깊었던 건 댓글창이었다.
“이 방법보다 더 빠른 게 있음”
“이건 비효율적임”
누가 더 효율적인지를 두고 작은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며 문득 의문이 들었다. ‘효율이 정답이라면, 비효율은 틀린 걸까?’
그리고 남들이 보기에 내가 하고 있는 비효율적인 선택은 무엇이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딱 두 가지가 떠올랐다.
첫번째는 투기 스포츠다.
나는 중학생때부터 입대 전까지 킥복싱을 수련했고 전역 후에는 약 3년간 주짓수를 했다. 그리고 현재 레슬링이라는 운동을 한지 1년정도 됐다.
나의 운동 이력은 온통 서로 치고, 메치고, 꺾는 투기 스포츠로 가득하다. 누군가는 야만적이라거나 무식해 보인다고 말한다.
언젠가는 친구에게 “그 나이에 싸움할 것도 아닌데 그걸 왜해?”라는 말도 들었다.
사실 나는 싸움을 잘하지도 못하고, 잘하고 싶은 생각도 없으며 모르는 사람과 몸싸움을 해본 적도 거의 없다. 무엇보다 겁도 많아서 누군가 시비를 건다면 아마 몸부터 피하고 경찰부터 부를 사람이다.
그럼에도 이 스포츠를 하는 이유는 그냥 재미있기 때문이다.
연습한 기술이 시합에서 통했을 때, 한 번도 넘겨보지 못한 상대를 처음으로 넘겼을 때의 쾌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물론 이런 감정은 다른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도 느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다른스포츠에서는 이런 쾌감을 느끼기 힘들었다. 실제로 농구와 배드민턴도 잠시나마 즐긴적 있는데 얼마가지 않아 열정이 식었다. 즉 나는 이 운동이 그냥 재밌고 좋은 것이다. 아무리 비효율 적이어도 말이다.
내가 하고 있는 비효율 적인 선택 두번째는 요리다.
부상으로 운동을 쉬게 되면서 요리라는 취미가 생겼다. 32년 동안 라면과 계란후라이가 전부였던 내가 결혼이후에 칼을 잡았다. 처음엔 배달 음식이 질려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요리의 재미에 푹 빠져있다.
각종 찌개류와 미역국, 제육볶음, 오징어볶음,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저녁으로 새우콘치즈라는 음식을 유튜브를 보며 따라했다.
요리는 운동을 제외하고 내게 가장 건강한 도파민을 주는 활동이다. 빡세게 집중해서 음식을 만들고 아내와 마주 앉아 식사하는 시간. 아내가 “맛있다”고 한마디하면 늘 묻는다.
“별 몇 개야?”
그정도로 요즘 나에게 요리는 가장 큰 관심사이다.
한번은 카페에서 닭볶음탕 레시피 영상을 보고 있는데, 지인이 말을 걸었다.
“그냥 시판 양념장 넣어. 그게 훨씬 맛있고 편해.”
맞는 말이다. 요리 초보인 내게 양념장을 사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하지만 나는 그저 레시피를 배끼더라도 시판 양념장보다 간장과 고춧가루, 마늘을 하나하나 준비하는 그 시간이 좋다. 재료를 사고 손질하고 설거지까지 하는 과정은 배달보다 훨씬 오래 걸리지만, 무언가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정성을 들였을 때 오는 뿌듯함은 시판 양념장을 사용할 때보다 압도적이다.
비효율적인 선택이 언제나 옳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다. 효율은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효율이 우리 삶의 기준이 되어버리는 순간, 재미와 몰입, 감동 같은 소중한 것들은 설 자리를 잃는다.
효율이 정답인 세상에서, 어떠한 조건도 붙지 않는 ‘그냥 좋아서 좋다’는 마음이 머물 공간 정도는 남겨두는 게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