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내 삶의 로드맵이다.

-나를 모르겠다면 글을 써야 하는 이유-

by 용기

브런치에 글을 작성한 지 1년 11개월이 지났다. 작성한 글은 32개다.
중간에 5개월 동안 핑계 대면서 미루다 보니 연재한 시간에 비해 작성한 글이 적다.

문득, 내가 글을 쓰면서 무엇이 달라졌는가를 생각해 보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교과서 같은 이야기지만 나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겁쟁이의 나비효과로 바꾸는 삶

나는 두 가지 직업이 있는데 평일에는 유아체육강사, 주말에는 결혼식이나 돌잔치 같은 행사 MC로 일하고 있다. 나의 직업을 처음 듣는 사람들은 열이면 열 다 물어본다.
“어떻게 그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아무래도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직업은 아니라서 그럴 것이다. 그럴 때 나는 막힘없이 이야기가 술술 나온다.

‘겁쟁이의 나비효과로 바꾸는 삶’이라는 브런치북을 연재하면서 소심했던 내가 무대에 서기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그때 내가 느낀 감정과 생각들을 적어 놓았기 때문이다.
만약 그 글들이 없었더라면 지금쯤, 내가 어떤 감정이었는지는 둘째 치고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조차 가물가물했을 것이다.




시각장애 여자친구와 행복한 동행

아무리 사이가 좋은 부부라도 다툼이 없을 수는 없다. 우리 부부도 다르지 않다. 소소한 다툼이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대부분 30분을 넘기지 않는다.
아내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의 경우 아내에게 화가 났을 때, 아내 행동에 화가 나다가도 ‘시각장애 여자친구와 행복한 동행’이라는 이름으로 연재한 브런치북이 생각난다.

내가 쓴 글들은 평소에는 잊은 것 같아도 잊은 것이 아니다. 모두 우리 내면에 남아 있다. 그리고 그 글들은 필요에 따라 무의식적으로 우리 머리에 그려진다.


내가 만약 글을 쓰지 않는다면 다툼이 있을 때마다 나에게 아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얼마나 고마운 사람인지를 잊을 수 있다.
그로 인해 나도 모르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다.



영감 될 때까지 쓰는 영감노트

나는 직업 특성상 운전할 일이 많고 운전하는 시간이 길다. 그래서 운전을 할 때면 노래를 듣거나 강연 또는 팟캐스트들을 즐겨 들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운행이 끝나는 순간 모두 휘발되었다.
분명 좋은 노래를 들을 때는 머릿속에 가사 내용들이 영상화로 그려지고, 강연이나 팟캐스트를 들을 때면 많은 깨달음과 영감을 얻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러나 요즘 ‘영감 될 때까지 쓰는 영감노트’를 연재하면서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들이 영감으로 남거나 생각을 깊이 하게 되었다.

하다못해 운전을 하다가 화가 날 때가 있지 않은가? 그때마다 나는 분노를 표출했다. (물론 창문을 내리지 않은 상태로)


문제는 그 후였다. 밀려오는 찝찝함. ‘내가 이 정도로 예민한 사람이었나?’라는 의구심이 나를 괴롭히곤 했다.

하지만 이 분노를 글의 소재로 가져오기 시작하면서 변화가 생겼다. 화가 나는 이유를 단순히 ‘앞 차의 끼어들기’로 결론짓지 않고, 나 자신에게 더 깊이 질문을 던지게 된 것이다.


‘나는 왜 유독 이 상황에서 화가 났는가?’


글을 쓰기 위해 복기해 보니, 나는 단순히 끼어들기에 화가 난 것이 아니었다. 상대가 방향지시등 없이 차선을 변경했다는 ‘무례함’과 나의 일상이 위협받았다는 ‘불안’이 근본 원인이었다. 이렇게 객관적으로 상황을 텍스트화하고 나면 비로소 감정의 실체가 보인다.

내 기준이 명확할 때 느낀 정당한 분노인지, 혹은 그저 내 컨디션이 나빠서 애먼 곳에 화풀이한 것인지가 선명해진다. 글쓰기는 이처럼 날뛰는 감정에 ‘객관성’이라는 고삐를 채우는 과정이다. 단순히 참는 것이 아니라, 내가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 사람인지 분석함으로써 나라는 사람의 ‘데이터’를 쌓아가는 것이다.



이렇게 글쓰기는 스스로에 대해서 알게 해 준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언제 즐겁고 화가 나는지. 나의 무기는 속도인지 꾸준함인지,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은 무엇인지,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행복과 성공은 무엇인지 말이다.


나에 대해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앞으로의 삶을 어떤 식으로 나아갈지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은 화목한 가정이고, 내가 생각하는 성공은 나의 가치관대로 사는 것이다.
그런데 큰돈을 벌거나 좋은 차를 타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이 정의해 놓은 성공과 행복을 쫓는 게 과연 성공과 행복한 삶으로 가는 것일까?


결국 글쓰기는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려 주는 ‘로드맵’ 같은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