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하지만 미련 없을 때까지

by 용기

2024년 11월, 레슬링 훈련 중 예상치 못한 사고로 발목 인대가 파열되었다. 엄밀히 말하면 기술을 주고받다 당한 부상이 아니라, 옆에서 스파링 하던 두 사람이 나를 덮치며 발생한 체육관 내 안전사고였다.

꽤 긴 시간 목발에 의지해야 했다. 운동선수도 아닌 취미 생활을 하며 입은 큰 부상에 부모님과 아내는 투기 종목을 그만두길 권유했다. 이성적으로는 그것이 현명한 선택임을 알았지만, 마음 한구석이 허무했다.
종목 자체의 위험성 때문이 아니라 단순 사고로 운동을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이 스스로 용납되지 않았다.

약 6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부상 이후 무기력해진 나를 묵묵히 지켜보던 아내는 결국 나의 복귀를 허락해 주었다. 본인의 불안함을 뒤로하고 나의 즐거움을 우선해 준 아내의 깊은 배려에 미안함과 말로 다 못 할 고마움을 느꼈다.

다시 매트 위에 섰을 때, 20대 시절과 다르게 부상에 대한 공포가 느껴졌다. 가족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대한 신중을 기하며 조심스럽게 운동에 임했다. 하지만 스포츠에서 부상은 늘 예상을 비껴갔다.
복귀 후 적응을 마치고 다시금 훈련의 강도를 높여가던 찰나, 찰나의 격렬한 공방 속에서 불운이 찾아왔다.

2025년 11월, 스파링 중 무릎에서 '뚝' 하는 소리와 함께 다리에 힘이 풀렸다. 매트에 앉아 "아닐 거야, 괜찮을 거야"라고 무수히 되뇌었지만 불길함은 가시지 않았다.
다음 날 병원에서 내린 진단은 '전방십자인대 파열'이었다. 다행히 완파는 아니었기에 수술 대신 보조기 착용과 재활을 통한 보존 치료를 결정했다.

진단 결과를 듣는 순간, 의외로 걱정이나 두려움보다 ‘이제 미련 없다’라는 생각이 먼저 스쳤다. 가족들에게 더는 불안감을 줄 수 없다는 책임감과,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도전을 다했다는 안도감이 교차했다.
비로소 마음 편히 매트를 떠날 수 있을 것 같았다.

현재는 재활 치료 중이다. 완치되더라도 다시 레슬링을 할 계획은 없다. 그러나 시작한 것과 부상을 딛고 복귀했던 선택에는 후회가 없다.
만약 첫 부상 때 그대로 멈췄다면 평생 "한 번 더 도전해 볼걸" 하는 미련에 사로잡혔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훗날 나이가 들어 몸 이곳저곳이 삐걱거릴 때면 그날의 선택을 잠시 되짚어 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짧은 시간이지만 레슬링을 통해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는 법을 배웠다. 매트 위에서의 시간은 끝났지만, 그때 배운 도전 정신은 내 삶의 다른 영역에서도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