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용 당화혈색소 측정 기기를 만드는 오렌지바이오메드
당뇨병은 어쩌면 우리가 가장 많이 들어본 질병 중 하나입니다. 최근 젊은 세대의 식습관이 달고 짜게 되면서 당뇨병의 위험은 우리 도처에 도사리고 있죠. 그렇다면, '당화혈색소'를 아시나요? 측정만으로도 당뇨병 발견과 관리에 도움이 되는 수치인데요. 잘 몰라서, 또 측정이 어렵고 복잡해서, 건강검진을 하다가도 지나치곤 합니다. 특히, 의료 접근성이 좋은 우리나라와 달리, 의료접근성이 매우 낮은 미국 같은 나라는 이런 수치를 측정하고, 관리하기가 정말 어렵죠.
이런 의료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고 당뇨병 환자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일상을 선물하기 위해, 단순화하고 또 단순화해 휴대용 당화혈색소 측정 기기를 만들고 있는 오렌지바이오메드. 여러 기능을 더하는 것보다, 핵심만 제외하고 빼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이들이 환자에게 선물하고 싶은 오렌지빛 일상에 대한 진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환자의 편안한 일상을 되찾아주고, 나아가 공중보건에도 이바지하고 싶다는 이토록 근거 있는 자신감이 넘치던 스타트업, 오렌지바이오메드 박예슬 대표님을 만나봤습니다.
interviewer. 신소민
오렌지바이오메드는 어떤 팀인가요?
박) 오렌지바이오메드는 당뇨병 환자들을 위한 휴대용 당화혈색소 측정기기를 만드는 팀입니다. 2021년 창업을 한 팀입니다. 카이스트 박사과정을 거친 고웅형 대표님의 핵심 기술을 중심으로, 핵심 인력이 모여서 팀을 만들었고요. 감사하게도 창업 1년이 안 된 시점에 seed와 Pre-A 투자를 받으며 누적 투자 30억 이상 받아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요, 현재까지 6명의 팀원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당화혈색소 수치가 뭐고, 왜 중요한가요?
박) 당화혈색소라는 것이 일반인들에겐 좀 생소할 수도 있어요. 당화혈색소는 혈당과 더불어 당뇨 환자라면 반드시 측정해야 하는 수치 중 하나입니다. 당뇨를 진단할 때도 사용되고, 당뇨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해줘야 하는 수치죠. 예컨대, 이 수치가 5.7% 이상이면 예비 당뇨여서 주의 깊게 봐야 하고, 6.5%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저는 건강검진할 때 당화혈색소 수치를 항상 그냥 지나쳤던 것 같아요. 이 수치를 주의 깊게 봐야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주류를 이루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박) 당화혈색소 수치는 당뇨 환자들이 측정해야 하기도 하지만, 예방 차원에서 일반인에게도 중요한 지표입니다. 통계적으로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 8명 중 1명은 당뇨병을 가지고 있는데, 실제로 당뇨 환자 중 27%는 당뇨병을 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단받지 못해서 본인이 당뇨인지 모르는 상태에 놓여있습니다. 당화혈색소 수치 검사를 주기적으로 시행하면, 잠재적인 당뇨병 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거죠. (*출처)
특히, 우리나라보다 기름지고 단 음식이 주를 이루는 식습관을 가진 미국은, 전체 인구의 33%가 예비 당뇨 환자이고요, 11%가 실제 당뇨를 앓고 있습니다. 정말 흔한 질병인 거죠. 당뇨 관리에 비교적 흔한 지표인 ‘혈당'을 측정하는 기기는 일반 가정에서도 많이 보급됐는데요, 당화혈색소 수치 측정 기기의 경우 병원에 가지 않으면 정확한 수치를 알 방법이 아직까지 없습니다. 의료 접근성이 늦은 분들을 수록 당화혈색소 측정이 어려워서 합병증 발병 확률이 높아진다는 통계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에요. 오렌지바이오메드가 만드는 당화혈색소 휴대용 측정기기는 이런 당화혈색소 수치 측정을 비롯한 당뇨 예방 및 대응의 접근성을 확대할 수 있습니다. 특히 병원에 가기가 어려운, 비교적 의료접근성이 낮은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해 나갈 예정입니다.
미국에서 MBA 대학원 과정, VC 경험 등을 거쳐 창업하셨어요. 이 시기가 오렌지바이오메드 창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박) 저는 늘 아래의 두 가지 조건이 맞으면 창업해야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어요.
첫째는 ‘글로벌 아이템’, 그리고 둘째는 ‘아무도 따라 할 수 없는 기술력’이었죠.
그 결심의 끝에 MBA 과정 중 고웅현 각자 대표님이자, 공동 창업자를 만났습니다. 사실 미국 듀크대학교 MBA 과정을 선택한 것도 글로벌 아이템을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실용 학문으로서의 MBA과정도 있었지만, 그 뒤에는 글로벌 창업을 위한 시장의 체득과 이해의 목적도 있었어요. 실제로 함께 공부했던 동료들의 40% 이상이 인터내셔널 학생이었기 때문에, 미국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남미, 유럽 등에 대한 다양성을 습득하고 소통할 수 있었어요. 또한, 글로벌 네트워크 또한 중요한 자원이었습니다.
이렇듯 해외에서의 글로벌 아이템에 대한 이해와 그 이후 VC에서의 경험은 제가 아이템 자체에 갇히지 않고 더 멀리 내다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줬습니다.
어떻게 보면 고웅현 대표님을 만나 창업을 한 것이 네트워크의 가장 큰 결실이 아니었나 싶은데요. 고웅현 각자대표와 어떻게 만났나요?
박) 고웅현 대표님은 연구실에서 세상을 이롭게 하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런 이로운 기술을 더 많은 사람에게 닿을 수 있게 하고 싶다는 포부가 통했어요. 비전뿐만 아니라, 조직을 운영하는 방식에서도 이야기가 잘 통했습니다. 예컨대, 장기적으로 이런 이로운 기술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그를 실현할 사람들이 함께 있어야 하겠죠. 스타트업의 불확실함을 리스크테이킹 하되, 비전을 팀원들에게 끊임없이 전파해서 그 두려움을 기회로 만드는 것 등이었어요.
그렇다면, 오렌지바이오메드 창업을 결심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박) 사실 위에 말씀드린 두 가지 창업의 조건에 더불어, 제가 의료기기 분야 창업을 결심한 또 하나는 개인적인 계기가 있었습니다. 제가 미국에 있을 때 다쳐서 2주 내로 수술을 하지 않으면 장애가 될 수 있는 급박한 상황이었는데, 병원 예약이 안 됐어요. 한국에 돌아가려고 하니, 당시 팬데믹 상황이어서 2주간 격리를 해야 했어요. 절박한 대로 장장 6시간 동안 전화기를 붙잡고 주변에 있는 모든 병원에 전화를 돌렸지만, 하나도 성공하지 못했어요. 겨우 한 병원을 잡았는데, 열흘 뒤에 수술이 가능하다고 해서 정말 급하게 수술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런 경험을 하고 나니, 미국에서의 의료 접근성 문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그 이후 조사를 해보니, 미국에서는 당뇨를 가지고 있는 환자들도 당화혈색소 수치를 검사하기 위해서는 2주에서 최대 1달까지 걸리는 환경이더라고요. 오렌지바이오메드의 창업은 이런 문제의식이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세상을 이롭게 하는 기술에는 여러 가지가 있죠. 개인적인 동기 외에, 시장 측면에서 디지털 헬스케어/의료 기기 분야의 어떤 가능성을 보셨나요?
박) 헬스케어는 어쩌면 가장 많은 사람들과 밀접하게 닿아있는 일상입니다. 이 분야를 혁신할 수 있다면, 고웅현 각자 대표님과 창업의 시작에 가진 비전이었던 이로운 기술이 더 많은 사람들의 일상에 건강하게 침투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렇게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아이템으로 오렌지바이오메드 창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저희 팀의 비전은 연구실에 있는 기술들을 실제 환자들의 일상의 질을 높이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의료기기 중에서도 첫 번째 당뇨병 환자를 타깃 한 이유는 어떻게 보면 단순해요. 당뇨는 정말 많은 환자가 겪고 있는 만성 질환입니다. 한 번 당뇨에 걸리면 평생 가지고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도 하고요. 따라서 오렌지바이오메드의 의료기기 기술을 이용해서 당뇨를 조기 예방하고, 손쉽게 관리할 수 있다면 질병으로 인해 불편한 일상이 당연해지지 않겠다 싶었어요. 오렌지바이오메드는 많은 환자의 편안한 일상을 찾아주는 것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깁니다.
오렌지바이오메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인재상은 무엇인가요?
박) 선하고, 똑똑하고, 주도적인고, 도전적이고, 열린 마음을 가진 분들이 앞으로도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함께하고 있는 팀원분도 한 분 한 분 이런 덕목을 갖춘 분들이시고요. 광범위하고 어려울 수도 있지만, 이 다섯 가지 중에서는 사회에 기여하고자 하는 ‘선함'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합니다. 사실 의료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 아닌가 싶어요.
저희가 지금 품질관리를 도와주실 7번째 멤버를 모시고 있습니다. 특히, 의료기기의 품질관리라는 것은 환자의 생명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서, 본인의 윤리관에 따라서 미래에 불특정다수의 건강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가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부분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렌지바이오메드의 ‘휴대용 당화혈색소 측정 기기'는 어떤 제품인가요?
박) 앞서 언급한 대로, 저희가 타깃으로 하는 미국 시장은 한국에 비해 의료접근성이 정말 안 좋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화혈색소를 측정해서 미리 예방하고 대처할 수 있는 당뇨에 대한 대처도 굉장히 느리죠. 특히 당화혈색소 기기는 병원에서도 크고 비싼 편에 속해서, 이를 휴대용으로 만든다면 정말 많은 리소스를 세이브할 수 있습니다. 오렌지바이오메드의 기기는 집에서 간편하게 혈당 검사 하듯이 당화혈색소를 측정할 수 있는 제품입니다.
사실 스타트업이 하드웨어를 제조한다는 것은 쉽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요. 다른 의료 소프트웨어가 아닌 하드웨어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이유가 있었나요?
박) 헬스케어 분야이기 때문이에요. 결국에 환자의 바이오마커를 측정하는 것에서 모든 헬스케어가 시작되는데요, 이를 위해서는 ‘기계'가 필요합니다. 가장 흔하게는 혈액검사를 하려고 해도 하드웨어가 필요하듯이요. 문제는, 이런 기기에 접근성이 떨어지면 건강관리를 위한 기초를 마련하기가 힘든 거죠. 최근에는 몸무게, 혈당계는 가정에 보급이 많이 되었고, 팬데믹을 거치며 체온계도 대중화되었어요. 멘털헬스에 관심이 많아지며 수면 측정도 대중화되었고요. 그런데, 당뇨 관리를 위한 당화혈색소를 측정하는 것은 시장 규모에 비해 접근성이 매우 떨어집니다. 결국에는 홈디바이스가 있어야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헬스케어가 실현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에서 하드웨어를 제작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하드웨어를 직접 개발 및 제조하며 어려운 점도 많은 것 같아요.
박) 리스크가 많죠. 소프트웨어는 프로덕트를 만드는 데 있어 코드 베이스이기 때문에 수정이 비교적 용이한데요. 하드웨어는 하나의 기능을 테스트하기 위해서는 기기 자체를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사이클도 길고, 제약도 커요. 그런 의미에서 저희 연구개발팀이 끊임없이 실험하는 과정들을 보고 있노라면 너무 대단하고 감사하고요. 실험 세팅과 실험, 데이터 분석까지 모두 저희의 손을 거치고 있고요. 그렇다 보니 경험치가 집약적으로 쌓이기도 하고요, 다른 스타트업이 만나기 힘든 재미있는 에피소드들도 있죠. 처음 맡아보는 화학 약품 냄새를 접한다거나, 금형으로 찍어낸 첫 시제품을 손으로 만져본다거나, 사무실 자체를 깨끗하게 유지해야 한다거나 하는 등. 다른 스타트업을 창업했다면 만나기 힘든 경험이었기에 역설적으로 정말 재밌게 일하고 있기도 합니다 (웃음).
오렌지바이오메드가 제품/서비스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요소가 있다면 어떤 점인가요?
박) 오렌지바이오메드는 ‘환자의 일상의 행복'이 최우선의 가치입니다. 당뇨 같은 경우에는 식이나 운동 같은 생활 습관의 개선도 병행되어야 하는데요. 당뇨라는 질병의 특성을 살펴보면,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야 한다는 것이에요. 그 텀이 몇 개월이 되어도, 일상의 퀄리티에 많은 영향을 미치죠. 특히, 검사를 하는 과정만 봐도요, 대부분 피검사를 한 이후 결과가 바로 나오지 않습니다. 받을 수 있는 처방이나 진료 스케줄에 따라서 일상생활 스케줄에 변동이 생기는 것이죠. 생활 패턴에 따라서, 특히 직장인이라면 이런 불편함은 굉장히 크게 느껴질 것이고, 점점 이런 중요한 관리의 수치 자체에서 접근성이 멀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의료기기의 역할은 바로 이런 부분을 해결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렌지바이오메드의 의료기기로 하여금 환자의 시간을 단축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것이 저희가 지향하는 목표입니다.
당화혈색소의 쉬운 측정, 공중보건 측면의 긍정적 효과를 생각하다
추후 오렌지바이오메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병원의 무겁고 비싼 기기들을 홈케어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 일 것 같아요. 그렇다면, 현재 B2C가 메인이 되는 것 같은데요, 추후 병원 등 B2B나 B2G로 확장할 계획은 있으신가요?
박) 사실 B2C는 오히려 저희의 궁극적인 지향점입니다. 보통 헬스케어 분야에서 B2C 힘들다고들 하잖아요. 저희는 홈디바이스를 만들기 때문에 B2C를 지향점으로 하되, 이 과정에서 보건소나 병원과 같은 기관을 상대로 해야 합니다.
사실 이런 수치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대형병원이 가장 정확합니다. 하지만, 대형병원의 기기들은 1억을 호가하는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은 동네 내과에서 그런 기기를 구비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동네 의원들은 정확한 값을 알기 위해 대형병원에 혈액 검사를 아웃소싱 하는 방법으로 의뢰하기도 합니다. 이게 의미하는 것은, 환자가 검사 결과를 바로 받아볼 수 없다는 건데요. 저희의 홈디바이스의 보급이 확대되면 이런 과정들이 필요 없는 것이죠. 동네 의원이 오렌지바이오메드 기기를 갖추게 되면, 환자들이 곧장 대형병원으로 가버리는 이탈을 막을 수 있습니다.
공중보건 관점에서도 주요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네요.
박) 맞습니다. 처음에 언급했듯, 당뇨인지조차 모르는 환자가 많은 상황인데요. 질병을 사전에 발견하지 못할수록 전체 의료비용은 증가하게 되죠. 저희의 기기를 통해서 더 많은 사람이 보건소 등에서 손쉽고 빠르게 당화혈색소 수치를 주기적으로 측정하고 관리할 수 있다면 국가 관점의 의료 비용을 크게 축소할 수 있습니다.
특히, 미국을 기준으로 당뇨로 인해 발생하는 의료비용이 전체 비용의 1/4 정도 된다고 합니다. 이는 당뇨 자체로 인해 발생하기보다는, 이에 뒤따르는 합병증으로 발생하는 비용인데요, 예컨대 입원이 필요할 정도의 심혈관질환이나 절단 수술 등이 이런 합병증의 경우에 해당합니다. 당화혈색소 수치는 합병증의 위험을 예측하는 지표이기 때문에, 정기적이고 주기적으로 관리할수록 합병증 발병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당화혈색소를 자주 측정하면 사회 전반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도 여럿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오렌지바이오메드가 공중보건 관점에서도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오렌지바이오메드의 당화혈색소 측정 기기는 어떤 차별점이 있나요?
박) 병원에서 사용하는 당화혈색소 기기 가격이 1/500입니다. 또, 가정에 보급하는 당화혈색소 측정 기기 PoC로 나와 있는 장비도 500만 원 선인데요, 이에 비해서도 획기적으로 낮은 가격이죠. 가격뿐만 아니라, 기기 자체가 작고, 단순합니다. 기능이 많이 없다는 뜻이기도 해요. 병원에 가서 여러 검사를 받으면서 기계들을 보면, 한눈에 봐도 매우 복잡합니다. 그런데 홈디바이스마저 복잡하면 환자는 셀프케어를 꾸준히 하기가 힘들어요. 제조하는 입장에서도 다기능은 욕심이 나기도 했지만, ‘당화혈색소 수치 측정'이라는 코어 기능 이외에 모든 기능을 뺐어요. 환자의 사용자 경험을 증가시켜 꾸준한 관리가 가능하게 하려는 목적이죠.
의료기기의 경우 비교적 지속적인 사용을 유도하기가 어려운데요, 고객이 기기를 구입한 이후에 서비스에 인볼브 시키는 전략은 어떻게 되나요?
박) 만성질환인 당뇨병은 한번 진단받으면 평생에 걸쳐 당화혈색소 수치를 최소 3개월마다 꾸준히 모니터링해야 하는데요. 오렌지바이오메드의 기기는 한 번 구매하면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측정을 할 때 검사 카트리지가 필요합니다. 마치 프린터에 잉크 카트리지와 용지를 계속 새로 넣어서 사용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런 소모성 카트리지 세트를 1년에 4개씩 정기적으로 구매하거나 구독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 계획입니다.
DHP를 처음 알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박) 일단 제가 DHP를 알았던 것은 투자받기 훨씬 이전의 일이었어요. 저희 친오빠가 의사인데, 의사이지만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아서 최윤섭 대표님의 책을 읽고 저에게 추천해 주었습니다. 또, 제가 이전 VC에서 근무할 때 디지털 헬스케어 리포트를 쓴 적이 있어요. 그때 최윤섭 대표님의 인사이트를 많이 공부했었고, 블로그도 많이 참고했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전에 근무하던 퓨처플레이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웨비나를 진행했었는데, 이때 최윤섭 대표님을 연사로 모시면서 본격적인 인연이 시작됐습니다.
DHP의 투자를 받기로 결정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박) 우선,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시작한다는 것 자체가 DHP의 투자를 받은 직관적인 이유였던 것 같아요. 사실, ‘당화혈색소'와 같은 개념은 매우 생소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개념을 설명하고, 왜 중요한지 투자자를 설득하는 과정이 꽤 오래 걸리는데요. DHP는 의료인을 비롯한 의료분야 전문가 파트너들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이 과정을 생략할 수 있습니다. 그 에너지로 저희가 만드는 서비스와 제품의 가능성을 더욱 잘 설득할 기회를 얻었던 것 같습니다.
또, 흔히 말하는 ‘핏'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투자자의 철학 같은 거요. 이런 전반적인 부분에서 투자 이후에도 서비스를 성장시키는 데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DHP 투자 후 가장 도움이 되었던 에피소드나 사례가 있으신가요?
박) 투자 이후 DHP가 저희에게 보여주신 열정은 감동 그 자체였어요. 초기 투자사 중에서도 이 정도로 관심을 가지고 많은 도움을 주려고 하는 하우스는 잘 없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투자를 받으면 노션 페이지에 포트폴리오가 필요한 모든 리소스가 정리되어 있고, 언제든 연락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잘 구축되어 있었어요. 예컨대, 초기 스타트업에게는 보도자료 배포가 리소스도 많이 들고 쉽지 않음에도, 노션에 정리되어 있는 리소스의 가이드대로 작성하고, 배포하면 바로 기사화가 되는 시스템이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심지어, 필요에 의해 먼저 찾기 전에 멘토링과 네트워킹 행사를 개최해 주셔서, 자연스럽게 동료 스타트업, 파트너들, 동종업계 선배 창업자들과 네트워크가 형성되더라고요.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가 넓다면 넓고, 좁다면 좁은 분야이기 때문에 이런 네트워크가 정말 소중합니다. 실제로 그 네트워크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고요. 다른 헬스케어 스타트업에게도 DHP 투자는 꼭 받아야 한다고 말하고 다닙니다. 얻는 것이 정말 많아요. 라운드 상관없이 포트폴리오를 끊임없는 열정으로 대할 하우스임을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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