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lomiti

by 마르치아


돌로미티는 마치 창세기부터 요한 묵시록까지, 내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태초의 빛은 산등성이에 머물렀고, 종말의 침묵은 골짜기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었다. 그와 나는 아무 말 없이 산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인간의 고난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순간들, 지나간 사랑, 끝나지 않은 상처, 그리고 때론 이유 없는 슬픔까지.


“이 모든 건 왜 우리에게 오는 걸까?” 내가 그렇게 묻자 그는 잠시 뜸을 들이다 말했다. “아마도 우리가 그걸 이겨내라고 주어진 건 아닐지도 몰라. 그냥, 그 고난 속에 함께 있어줄 누군가를 만나게 하려는 건 아닐까.” 그리고, 잠시 더 산을 바라보다가 그는 나지막이 덧붙였다. “우리의 시간도 이렇게 쌓여가겠지. 돌이 되고, 그것들이 모여 풍경이 되고, 언젠가 누군가 그 풍경을 보며 마음을 쉬게 될지도 몰라.”


나는 지금, 몇 해 전 다녀온 돌로미티를 조용히 꺼내 내었다. 인간의 존재에 대한 끝없는 물음 속에, 그 물음이 너무 매워 머리를 흔드는 밤이 많았다. 그러나 그런 밤들이 켜켜이 쌓이다 보니, 결국 남는 것은 인간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존재를 위한 무언가였다. 그 ‘무언가’에 대해 다시 물어보니, 삶의 그 어떤 순간에도 정직해야 한다는 믿음이 있었다. 나는 내 삶으로, 내 존재를 증명하려 애쓰며 살아왔지만, 이제는 안다. 그 모든 애씀조차 부질없는 것이었다는 걸. 존재는 증명하는 것이 아니었다. 존재는, 그저 거기 있어주는 것이었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사랑을 증명하려 애쓰기보다는, 사랑 그 자체여야 한다는 것이다. 사랑은 ‘여기에 있다’는 것을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것이고, 기억하지 않아도 다시 돌아오는 것이며, 시간이 흐르고도 여전히 따뜻하게 머무는 마음이다. 우리는 때때로 사랑을 말로, 행동으로, 어떤 확실한 방식으로 증명하려 애쓴다. 하지만 사랑은 어떤 장면으로 고정되지 않고, 어떤 증명서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 사람의 눈빛 속에 스며 있는 기다림, 한 마디 말 없이 옆에 앉아주는 손길, 다투고 돌아서도 끝내 다시 걷게 되는 발걸음, 그 모든 게 사랑이다. 사랑은 존재를 전제로 하는 감정이 아니라, 존재와 함께 숨 쉬는 또 하나의 생명이다. 지켜보는 것, 기다려주는 것, 떠나고도 마음을 남겨두는 것. 그렇게 우리는 사랑을 통해 서로의 고난을 나누고, 서로의 풍경이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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