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by 이 경화


세상에서 설명할 수 있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 과학이고,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해야만 하는 것이 예술이며, 설명하지 말아야 할 것을 설명하는 것이 종교다.


젊은 시절, 나는 이성과 합리를 앞세워 냉철하게 사고해야만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었다. 감성과 가슴의 소리에 귀를 닫고, 오직 논리와 객관이라는 이름 아래 내 안의 울림을 외면했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더 단단하고 현명한 삶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지금 돌아보면, 나는 내 안에서 일어나는 갈망과 목소리를 이해하지 못한 채 허공의 소리에만 영혼의 주파수를 맞추고 있었다. 그게 나름의 최선이었다.


그러나 중년이 되면서 문득문득 질문이 떠올랐다. 나는 지금 내가 생긴 대로, 내 목적대로 잘 가고 있는 걸까. 내면의 소리는 어떤 형태로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을까. 나는 그 질문들 앞에서 서성이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해답은 여전히 찾는 중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얼마나 나 자신을 실험하며 살아왔는지를 알게 된다는 것. 이제는 그 어리석음마저도 웃음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


무엇을 갈망하면서도, 한편에서는 많은 것을 포기하며 살아왔다. 움켜쥐었다고 믿었던 것들은 손가락 사이로 스르륵 빠져나갔다. 남겨진 것은 흉터 같은 흔적들, 때로는 아물지 못한 상처들. 그러나 망각의 능력이 없었다면, 이 험난한 세상, 이 고독한 세상에서 어떻게 버텨낼 수 있었을까. 지나온 시간 속에서 내가 나를 놓아버리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어쩌면 잊어야 할 것을 잊으며 앞으로 나아간 덕분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나답게 사는 일’이란 대체 무엇일까. 이 질문의 끝에는 언제나 나를 흔들고 나를 깎아내리는 시절 인연들이 있었다. 좋은 인연이든, 악연이든. 그 과정 속에서 나는 나를 다듬어 왔고, 살아가는 일 자체가 하나의 예술이자 신앙이 되기도 했다. 누구에게는 삶이 곧 종교일 것이고, 누구에게는 예술일 것이다. 나는 여전히 내가 궁금하고, 나로 살아가는 길을 찾고 있는 내가 감사하다.


그렇다면, 오늘. 지금. 여기. 모든 것이 감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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