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가 주는 明眼

by 이 경화


그림자 밖에 우두커니 있던 희미한 빛이 그림자에게 물었다."당신은 조금 전에는 걷더니 지금은 멈췄고 아까는 앉아 있다가 지금은 서 있소. 어째서 그처럼 일정한 마음가짐이 없소?


" 그러자 그림자가 대답을 했다. " 나는 무언가에 의지했기 때문에 그런것이오. 그러니 내가 어떻게 그 이유를 알겠으며, 또 그러지 않는 이유를 알겠소?"그림자와 빛이 대화를 나눈다


<장자>의 제물론에 나오는 대목중 한 구절이다.예전부터 장자의 말씀을 가끔 읽기도 했는데 그 깊은 의미를 다 헤아릴 수는 없어도 읽고 되새기다 보면 까마득히 알다가도 모를 이 세상이 조금씩 밝아 지는 듯 했다.


적어도 사는 일에 대해 그것의 목적보다 배경과 바탕을 고민하는 사람이 나 혼자만은 아니라는데에 잔잔한 위안도 얻었다.빛이 있다면 그림자도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그림자는 오직 빛과 사물에 의존한다.


빛과 사물의 움직임에 따라 자기 주체성도 없이 따라다닌다. 그렇다면 그림자는 결국 존재함의 증거물이기도 하다. 만약 삶의 도처에서 그림자를 깊이 이해하고 나면, 삶을 이해하는 용기도 생겨 날 것이다.


앞만향해 결승점만 보고 달려나가는 일이 분명 누구에도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왜 달려야 하는지, 왜 한길로만 달려야 하는지, 왜 옆 사람보다 빨리 달려야 하는지 따위에 대해 물음을 던져 볼 수 있는 일이다.


바쁜 일상을 보내다가 문득 전에 읽다 책갈피를 접어둔 "그림자" 대목이 생각나 펴보고는 살아가는 일의 어려움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사는 모양새는 항상 잠깐 밝았다가 다시 어두워지고 조금 기뻣다가 금세 우울 해 진다. 늘 그렇듯이 밝음과 어두움이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한다.대부분 이러한 문제를 안고 있으면서도 치열한 삶의 경쟁은 포기하지 않는다.


줄의 한쪽끝을 놓지 않으면서 줄다리기 시합의 고된 현실만 문제 삼는다. 고되다면 줄을 놓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림자의 대화속에서 고된것도 삶이라는 사실에 눈을 뜬다. 밝음은 좋은것이고, 어두움은 나쁜것이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어느 한쪽만 바라보며 살아가게 만드는 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이러한 복잡한 삶의 행로에서 그나마 자연의 아름다움이 눈에 들어오는것은, 그것들의 조화로움이다. 어떤 생물이든 함께 어울려 살아간다. 항상 평온한 마음으로 살아가길 갈망하는것은 사실 흔들리며 살아갈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을 대변하기도 한다.


이렇듯 사람의 삶은 고됨과 동시에 기쁘다. 힘듦과 고됨이 없다면 기쁘지도 않다. 그림자가 없는 사물이란 결국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치와도 같다고 하겠다. 오늘 힘들지만, 그래도 내일은 힘들지 않을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져 받아들일 뿐이다. 힘든 상황도 가만히 지켜보면, 그 안에 내가 있고 그것이 결국 나 자신이란걸 깨닫는다.


슬플 때 슬픔을 이겨내려 하지 말고 받아들이면 그것에도 작은 연민이 일렁인다. 슬픈것만이 꼭 나쁜것만은 아닐수도 있다. 슬프고 아프다고 인정하는것은 삶에 대한 진정한 용기이다. 삶에도 참 그림자는 있는 법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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